또 올게요, 오래가게 - 기꺼이 단골이 되고 싶은 다정하고 주름진 노포 이야기
서진영 지음, 루시드로잉 그림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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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또올게요오래가게


흔히 전통 있는 가게를 노포 老鋪라 부른다. 그런데 이 노포는 일본식 한자어 표기다. 서울시에서는 '오래된 가게가 더욱 오래가기를 바란다'라는 뜻으로 노포 대신 오래가게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30년 넘게 또는 2대 이상 대를 이어 운영하거나 무형문화재 등 명인과 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매력적인 가게를 발굴하고 있다. _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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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곳의 가게의 주인들이 들려준 작은 역사와

시간의 더께가 쌓인 건물 그림으로

다정하고 주름진 노포의 목소리와 얼굴을 기록하다.


두 발로 전국을 누비는 기록자 서진영과, 아날로그 감성의 일러스트레이터 루시 드로잉의 <또 올게요, 오래가게>

2021년 7월 기준으로 105곳이 서울 오래가게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서울 소재 가게에 한정하고 있지만 더 많은 전국의 오래 가게들이 함께 알려지고 사랑받으며 조금 더 긴 시간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1장 맛있는 집을 넘어 멋있는 집으로

2장 내가 만든 것으로 손해 보는 일 없도록

3장 오가는 이웃들을 위해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4장 그저 마음 한쪽을 쉬게 하는 곳이었으면

5장 시대에 맞게 잘 살았지요


책의 목차에 함께 수록된 오래가게 와 가게의 특징이 담긴 일러스트는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애정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한다. '나 이 책이 너무 좋아질 것 같아.'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오래된 가게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서울에서 오래가게? 쉽지 않은 일이다. 책에 실린 가게들은 서울보단 지방의 오래 가게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대를 이어온 가게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일 수밖에... 저자의 다감한 글과 루시 드로잉의 아날로그 감성의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울려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했던 <또 올게요, 오래가게>, 책에 수록된 그림 하나하나가 오래가게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그대로 작품이 되었다. 시대와 세월을 함께 해온 노포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 다정하고 다감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더 함께해 주길... "또 올게요, 오래가게!"라는 인사를 더 자주 전할 수 있기를...


오래된 가게의 '오래된'이 '낡은' 것으로 치환되기보다 오래도록 존재할 만큼 '값진'것으로 읽히길 바랍니다. 저는 그 값진 것을 발견할 줄 아는 눈 밝은 사람으로 오래도록 기록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로써 '오래되다'라는 말뜻이 그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_작가의 말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이 상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10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어도 언제나 1일째인 것처럼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다. "손님들이 인터넷에 평점을 매기잖아요. 맛있게 드셨다는 분도 있고, '소문난 집에 먹을 거 없네'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5점을 보면 기분이 좋고, 0점이나 1점 이렇게 박하게 주시는 분들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 마음이 안 좋았을까 생각하게 되고, 저희가 조금 더 신경 써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가실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_ #천황식당


등대 경양식에 왔다가 볼멘소리를 하는 손님들이 꽤 있는데, 다 그 사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등대 경양식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못 하게 한다. (···) 외관부터 이 집의 스토리까지. 아들로서는 어머니의 인생이 고스란한 곳이니 의미가 남다르기도 하지만 오래된 경양식집을 대를 이어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 가게가 SNS 인증 사진을 찍는 곳으로 빠르게 소비되기보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 나누었던 이야기, 그날의 분위기가 오래도록 추억으로 되새겨지길 바란다고 했다. _ #등대경양식


조금 손을 보긴 했지만 구조와 기본 틀은 1941년 건축 당시 그대로인 삼화 목공소를 최근 지역 문화재로 연구를 한다고 군에서 나와 이것저것 조사를 해갔다. 그것이 잘 정리가 되어 보존 결정이 나면 왕 목수가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더라도 목공소는 오래도록 이 자리에 남게 될지 모르겠다. 왕 목수는 오래 살고 보니 돈을 많이 벌거나 세상에 널리 이름 떨치는 것도 성공이겠지만 이렇게 후손들에게 보여줄 것을 남기는 것도 성공한 삶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_ #삼화목공소


창업주 김농춘에서 외동아들 김관채로 계승된 대구 지물 상회가 '신의'를 바탕으로 종업원이었던 김종대로 계승된 사연이다. 1979년 절차에 따라 대구 지물 상회를 인수했지만 보통의 금전적 거래와는 달랐다. 좋은 값에 인수할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맡을 사람을 찾은 것이니 한 집안에서 가업을 이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계승'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 "오늘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역사를 알아야 발전이 있지요. 내 뜻을 이해합니까?" _ #대구지물상사


돈 벌 생각으로만 하면 못 해요. 재미도 없고. (···) 무엇을 팔든 장사는 이문을 남겨야 하는 일이지만 돈만 벌려고 해서는 결코 오래 할 수 없다. (···) "그래서 한번 기다려보려고요. 이 가게가 정말 백년가게가 될 때까지. 그때 두 아이 중에 누구라도 해보겠다고 하면 기꺼이 물려줘야지요." _ #동양고무


#서진영#루시드로잉 그림 #아르테 #에세이 #인문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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