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
여하연 지음 / 보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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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어디로 향할지 몰라 서성이고, 가끔 한눈팔다가 길을 잃는다. 마흔 살이 훨씬 넘었는데도 내 그림은 완성되긴커녕, 수많은 알록달록한 조각 천들이 먼지 폴폴 날리며 흩어져있는 것만 같다. 언제 이 조각보가 완성될지 알 수 없지만 '그 그림은 꽤 나답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연하다?'는 단어가 마음에 든 나는 '하연하다?'라는 나만의 단어를 만들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느긋하게 즐겁게.' _10p.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시간이 지나 조금 더 자주 드는 요즘.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들의 에세이를 찾아읽곤 한다. 삶이란 그런 것일까? 지금의 반짝임은 가까워 잘 알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참 좋았는데...' 하는 경험을 종종 하곤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언니들이 '아무것도 안 해도 참 예쁠 나이야.'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 그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나이가 되고 보니 너무 앞서나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적당히 자신의 위치를 즐기며 살아가는 것도 현명한 삶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부 하루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

2부 하루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3부 하루와 인생을 잘 보내는 방법에 대하여

4부 하루와 인생을 여행하는 법에 대하여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난 이렇게나 준비되게 없는데 가족을 이루고, 재산을 늘려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득 앞으로도 혼자일 확률이 높은데 이렇게나 생각이 없다니,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살아가는 일상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이야기한다. 직업상 여행으로 출장 다닐 일이 많았던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꽤 흥미롭지만 유쾌한 저자의 마인드가 이대로도 괜찮다고, 나름의 삶의 이유를 찾아가며 사는 것도 삶이 아니겠냐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다. 일상의 반짝임과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며 유쾌하게 살아가는 언니의 이야기, 느긋하지만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그녀의 삶과 나의 삶을 응원한다. 오십 대, 육십대가 된 작가의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순간에는 치열하되,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사는 삶. '하루하루는 충실하되,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건너 들은 누군가의 좌우명이 떠올랐다. 이거 꽤 괜찮은 인생관이지 않은가. '하루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태연하고 담담하게' _31~32p.


모든 게 내 마음 같을 순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고, 헤어질 수 없다면 하나는 양보해야 즐거운 여행이 된다. 이러한 '공생의 법칙'은 비단 여행지에서 지켜야 할 룰만은 아니다. 삶이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_52p.


'할까? 말까?' '시작해도 될까? 말까?' '좋아해도 될까? 말까?'등 하고 싶었지만 망설여졌던 일, 실패할까 혹은 상처받을까 두려워 시작하지 못했던 일, '너무 늦지 않았을까' 고민했던 일, 이 모든 일을 과감히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20년 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_62p.


40대에는 남들이 보는 나에게서도 내가 아는 나에게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봐야 한다. 일상을 굳건히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빛나던 나는 쉽게 사라지거나 무너진다. _88p.


고슴도치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적정한 거리'를 찾아냈다. 코로나19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에반게리온>에 나온 대사처럼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서로 상처받지 않는 거리를 찾아내는 것'일지 모른다. _112p.


아파트로, 혹은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날이 반복되자 조금 침울해졌다. 유용한 정보들을 얻어서 좋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생각보다 재산이 많다는 사실에 놀랄 때가 많았다. 나만 세상에서 뒤처진 기분이 들었다. ... (중략)... 돈은 내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만 소중한 것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돈을 덜 벌면서 돈을 조금 덜 써도 삶의 즐거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_123~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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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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