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람을 만나다
김현실 지음 / 메이킹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미지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_<사진에 관하여> #수전손택

첫 줄만 스무 번 넘게 반복해서 읽은 것 같다. 겨우 한 줄 읽는 동안 생각이 자꾸 줄 밖으로 나간다. 마음은 책에 없고 햇빛에 걸린 빨래들이 현실과 이미지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생각이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면 후다닥 첫 번째 한 줄을 되 읽는다. '이미지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_309p.

책의 제목에 '여행'이라는 단어에 끌려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사진의 구도도 색감도, 사진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이나 풍경이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좋아서 전문 사진작가의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그저 여행이 좋아 종종 떠났고, 찰나의 순간들을 흘려보내기 아까워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을 엮어낸 김현실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베트남 / 수마트라 / 우루무치에서 훈자까지 / 스리랑카 / 이란 / 티베트 그리고 부탄 / 미얀마와 인도

때론 짧은 글이 사진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저자의 일기 같은 긴 글은 사진보다 당시 여행을 하며 느꼈을 저자의 마음 짐작해보게 한다. 저자의 사진에 담긴 사람은 그 어떤 풍경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듯해서 자꾸 보게 된다. 일상의 편리함과 스마트함은 여행에도 영향을 끼쳐, 계획한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여행하게 되는데, 계획한 일정, 여행지, 사진도 수백 장에 가깝게 찍으며, 나 여기 다녀왔어!라는 방문형 여행을 다니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의 글도 꽤나 취향이었지만 사진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기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오랜만에 만나게 된 취향의 에세이. "순간과 풍경의 어떤 숨소리를 듣게 되는 잠깐의 순간" 저자의 다음 여행에세이도 기다려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다. 풍경과 사람이 함께 있는데 사람만 보일 때도 있고, 풍경만 보일 때도 있다. ... (중략)... 사람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과 풍경의 어떤 숨소리를 듣게 되는 잠깐의 순간이 있다. 셔터를 누르기 전 잠깐, 사진으로 남지 않는 순간이다. _17p.

나는 가끔 이기적이다.

나는 가끔 나만을 생각하고,

맥락 없이 타인의 이해를 구하며,

나와 다른 이에게 눈총을 준다.

가끔 나의 관대함을 과장하며,

겸손을 포장하여 나의 이익을 챙기며,

나의 욕심에 그럴듯한 이유를 끼워 넣는다.

그것이 가끔이기를.

내가 항상 이기적인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내 욕심이 하늘 끝에 있지 않기를. _150p.

차일피일 날을 넘기며 지키지 못한 약속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메일 주소를 잃어버렸거나, 전해야 할 사진이 지워졌거나. 내일은 꼭! 하며 오래된 약속들이 지나간 시간에 대충 묻혀 버렸다. _271p.

#여행사람을만나다

#김현실 #메이킹북스 #여행에세이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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