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목격
최유수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도 솔직히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갑자기 묻는다면 곰곰이 생각하다 얼버무리고 말 것 같아요. 그저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요.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약간의 지혜를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에 관해서라면 여전히 거의 무지에 가까운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아는 것과 전혀 모르는 것 사이에는 별반 차이가 없나 봐요. _36~37p.

사랑에 대한 글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이젠 딱히 공감 가지도 않고, 글인가 보다 하고 읽게 되며, 딱히 감상이랄 것도 없었는데... 1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얇은 글에 담긴 사랑에 대한 언어들, 사랑에 대한 표현을, 이야기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를 새삼 경험했던 글, 페이지 전체가 좋아 짧은 챕터 전체에 플래그 잇 붙인 페이지도 여러 페이지..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다시 펼쳐보고 그녀가 집필한 책들을 조용히 담아두기도 했다.)

⠀⠀⠀⠀⠀⠀⠀⠀⠀⠀⠀⠀⠀⠀⠀​​​​

”사랑을 언어로 표현한다면 이 책이다.”

⠀⠀⠀⠀⠀⠀⠀⠀⠀⠀⠀⠀⠀⠀⠀​​​​

책을 읽기 전 책의 뒤 페이지에 적힌 문구를 보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시니컬해졌다고 할까?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존재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최유수가 수집한 문장들을 읽으며 '사랑'이란 감정의 다양한 문장들에 빠지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글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나에게도 저자가 증언하는 사랑의 문장들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그 문장들을 더듬어 직접 손으로 옮겨 적어두고 싶은 글이었다.

사랑은 끊임없이 사유하는 일이다. 당신과 나 사이의 연결에 관해 하나하나 사유할 때마다 사랑은 문장이 된다. _29p.

누군가의 풍경은 그의 가치관과 삶의 리듬을 포함하고 저마다 고유한 양상으로 존재한다. 오직 시간이라는 감각만을 공유한 채 서로 다른 풍경 위를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에서 일주일로, 일주일에서 한 달로, 한 달에서 일 년으로 풍경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 결국 삶이라는 전경이 된다. 완전히 동일한 풍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풍경을 겹치는 일이다. 삶이라는 레이어를 과감히 포개는 일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 두 사람의 풍경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중략)... 풍경을 겹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삶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일이다. _75~76p.

사랑은 즐겁다기보다 차라리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랑의 전체 과정을 두고 본다면 사랑의 고통은 늘 쾌락보다 큰 듯하다. 마치 순례길을 걷듯이 근본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고단한 일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반드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할 이유란 아무리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기쁘고 유쾌하기 위해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수많은 굴곡에 홀로 굴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난 속에서도 기꺼이 서로의 일부를 내어 주기로 결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_101~102p.

'사랑하고 있음'과 '사랑하지 않음'의 황량한 경계를 어떤 실루엣이 지키고 서 있다. 사랑의 실체는 그곳에 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서 경계선을 관망한다. 우주의 바깥은 끝없이 멀어지고 있고, 사랑의 환상이 되는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그 감각은 이따금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현재형이 아닌 모든 사랑은 환상이다. 사랑은 현재형일 때에만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있다. _150p.

#사랑의목격 #최유수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에세이 #에세이추천 #허밍버드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