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 보고 살았으면
안대근 지음 / 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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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을 대하기가 나는 여전히 어렵다. 슬프지만 슬프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존재한다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매일매일 슬픔을 간직하는 (어쩌면 간직해야만 하거나 간직할 수밖에 없는) 사람 앞에서 슬픔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일에 위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것도. 그럼에도 바라게 되는 것은 그들의 하루 온종일이 슬픔으로 채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 (중략)... 충분한 슬픔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충분한 애도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_032~033p.

첫 번째보다 조금 더 고운 단장을 하고 출간된 안대근 작가의 <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 보고 살았으면> 을 읽으며 지난번 그의 글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꺼내 뒤적여보기도 했다. 이전 작은 <웃음이 예쁘고 마음이 근사한 사람>이 짧은 호흡의 글과 손글씨로 만들어진 책이라면, 최근작은 조금 더 길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써 내려가듯 써 내려가는데, 생각에 마음에 담겨만 있던 단상들을 마주하는 것 같은 부분도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글이었다.

타인의 슬픔을 대하는 방법, 읽지도 못할 책을 쟁여두거나, 다 읽지도 못할 책이나 물품을 덜어내지 못하고 어깨에 멍이 들 정도로 메고 다니는 미련함까지... (사실 아직 가방 정리는 하지 못했다. 매일 출퇴근길에도 4~5권의 책, 아이패드, 키보드, 필통, 다이어리 2권 등등... 가방이 버텨주는 게 신기할 따름.) 어쩌면 우리가 문장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마음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이나, 표현들도 많아. 페이지에 머물러 몇 번이고 읽기도 했다.

돋보이고 싶어 하는 세상, 다들 이만큼은 하고 사니까 나도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불안감,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들을 잠시 내려놓고, 힘주고 살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서야 읽게 된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는 이 책을 읽었던 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나쁘고 부족한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은 생략하고 훌쩍 건너뛰어도 된다고 이야기하던 저자의 글은 한층 성장해서 찾아와주었다. 앞으로 읽게 될 그의 글이 기대되는 건 나뿐만은 아닐 듯? 2020년은 온 마음을 다해서 욕심내서 좋아해야지. 삶을 나를.. 선물하고 싶고,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매일매일 다짐하지만 매일매일 불안한 삶을 산다. _096p.

지난주에는 서점에 가서 책을 샀다. 요즘엔 책들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어릴 때 어른들이 책에 돈 쓰는 건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그랬는데, 이렇게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자꾸만 쌓여가는 건 조금 그렇다. 좋아서 산 것들, 좋아서 시작한 것들이 점점 버거워졌던 경험들로 떠오르게 되니까. 언젠가부터 책을 읽어가는 속도보다 사들이는 속도가 더 빠를 것 같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걷게 된다. 그냥 제목에, 냄새에, 촉감에 끌려 양손 가득 집어 들고서는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일의 반복. _143p.

나는 '수박 같은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웹 드라이브 폴더를 가지고 있다. 그 폴더 안에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리고 그 순간에 함께 했던 사람들을 차곡차곡 포개놓았다는 걸 아무도 모르겠지. 그건 현도 모를 거다. 자기가 바로 수박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도. _154p.

다정하지 말자는 다짐을 자주 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건 친절함이지 다정함이 아니라는 것을 자꾸 까먹는다. 다정함은 누가 바라서 하는 게 아니니까, 그 책임은 다 나에게 있다. 스스로 먼저 다정해지면 덩달아 마음도 말랑해져서 작은 말에도 이리저리 자국이 남는다. 지나치게 다정한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다정해서 끌리는 사람들도 조심. _272p.

#보고싶은사람들모두보고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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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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