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에 만나요
용윤선 지음 / 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한다는 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 아닐까? 사람보다 커피와 혼자만의 시간을 더 좋아할 것만 같은 사람, 소란스러움보다 한두 사람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혼자 훌쩍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용윤선작가의 <울기 좋은 방>을 읽고 꽤 오랜만에 작가의 글을 읽게 되었다. 여름과 가을의 두 계절 사이에 읽은 <13월에 만나요>는 세상에 없는 그 어딘가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몽롱한 남는 글이었다. 13월,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계절, 시간...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겪어볼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의 글에 흠뻑 빠져들지는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러한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소설로 읽자니 소설이 아님을 너무도 알겠고, 에세이로 읽자니 내가 그리는 작가의 이미지와 괴리감이 생겨서 였겠지.... 책을 다 읽고도 이전에 읽었던 <울기 좋은 방>을 다시 꺼내 보기도 했다. 문체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글의 느낌도, <13월에 만나요> 가 분명 더 깊어졌는데도... 그 시간 동안 내가 깊어지지 못했나 보다...

12p.

하고 있는 말이 당신에게 하는 말 같아서 멈출 때가 있다. 쓰고 있는 글이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아서 서랍 속에 넣어둘 때가 있다. 말하지 못하고 쓰지 못할 때는 아프다. 그래도 아프게 했으니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면 견디어지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감정이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토록 선명하게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48p.

왜 멀어졌는지 헤아려본 적이 있다. 멍하게 앉아 헤아려보다가 쓸쓸해져서 몸이 추워졌다. 멈춰 있는 관계는 없다. 관계는 움직이려 하는 것이므로 더 가까워지든 더 멀어지든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96p.

오랫동안 사람의 말이 거슬리고 소음 같았는데 나는 사람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편안해진다. 쓸쓸해진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는 일, 혼자 여행을 가는 일은 혼자가 되어 사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혼자 죽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혼자 죽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164p.

나의 어떤 시간은 불행하다고 믿었다. 나의 불행한 시간을 알리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오랜만에 만나면 오랜만에 만나서 미웠다. 미움은 유혹이었다.

#13월에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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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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