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김지우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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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며 내 이름으로 온전하게 불리는 날은 얼마나 될까?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아이가 태어나면 ‘누구누구 엄마’로 묻히게 되는 이름. 일찍 결혼해 사 남매를 낳고 키우면서 전업주부로 살다 다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무렵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누구누구 엄마’로 불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게 어색했다는 엄마에게 우리 집 세 자매는 사회생활을 하며서부터 이름을 자주 불러드렸다. ‘정자씨 오늘은 뭐 했어?’ 비슷한 또래의 동네 엄마들이 갱년기로 힘들어할 때도 갱년기가 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고 이야기하는 엄마는 ‘그때 너희가 내 이름을 자주 불러주며 말을 걸어주는 게 관심을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외롭지 않았던 것 같다.’ 고 이야기하신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동료.

누군가의 이름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진짜 내 이름을 찾는 그녀들의 이야기.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범대학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 자신은 선생님보다 작가님이라 불리고 싶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글을 썼다. ‘선생님’도 ‘작가님’도 아니라는 생각에 괴로울 때면 ‘매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라는 페르난두 페소아를 생각했다고 한다. 들어가는 글부터 이미 소설은 시작되었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나만 아는 내 이름이 아니라 그들이 불러주는 이름을 나도 갖고 싶었다.”

단지 이름만을 뜻하는 건 아닐 것이다. 온전한 한 사람으로의 그녀들을 만나보기를.. 책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당신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내게 어울리는 이름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이 되면 좋을까?

7p.

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인간이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 하나는 가져야지 않나.

내 말에 어머니는 우리가 준 이름만으로 부족하냐며 우울해하셨다. 아버지는 무슨 이름을 원하는지 물었다.

소설가라고 불리면 좋겠어요.

38p.

난 잘 모르겠어.

아영은 손전등을 흔들어 불빛보다 더 커다란 원을 그렸다.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좋은 거야, 내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행복한 거야? / 메데이아 러닝 클럽

56p.

“나는 열심히 애써서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애쓴 과정은 보이지도 않고, 다 망쳐버린 결과만 보여줄 수밖에 없고...” /완벽한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

64p.

“독서에 지름길은 없어. 정석만 있지. 많이 읽을수록 책을 읽는 능력이 생겨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어.”

독서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고 오래 읽을 수 있으려면 최대한 다양한 책들을 자주 접하면서 독서에 필요한 근육을 키워야 한다. / 크로스핏 독서 수업

190p.

달이 지고 세상이 밝아졌다. 그것은 아인과 무관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미워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존재를 몰랐을 뿐, 나라는 도시에 도달하지 못하고 나라는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 나는 완성되지 못한 누군가의 꿈에 불과하나... / 이 별의 이름은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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