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하현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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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박약형 인간이자 안전제일주의자의

실패해도 괜찮은 안전한 도전기!



  매년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영어 공부를 좀... 왜 이렇게나 목을 메게 되는지, 평생의 숙제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새로 출간되는 영어 관련 교재들을 볼 때마다 눈이 반짝이게 되고, 새로운 교재를 구입하면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면, 학원을 다니면 나의 언어도 그만큼 늘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작심 3일도 이런 작심 3일이 없다고 생각 될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 하루 일정량의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다.  



  포켓북보다는 조금 큰 사이즈, 하지만 들고 다니기 딱 좋은 사이즈의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는 하현 작가의 스페인어 도전기.  사실 외국어를 한다고 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켰던 스페인어로 낙찰!  일산에서 홍대까지 7개월을 오가며 스페인어를 배우며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적어가고 있다.  스페인 여행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딱히 목표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언어를 배우며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었고, 궁금한 것을 마음껏 질문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우리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가장 떨치기 힘든 게 이런 것들이 아닐까?  ‘나만 모르는 게 아닐까?’ , ‘이런 걸 질문해도 될까?’ 이런 생각들이 스페인어를 배우며 조금 더 뻔뻔하고 자유로워지는 걸 느끼게 되었다.


  글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스페인어, 문법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스페인어들, 영어와 발음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글을 읽으며 책에 등장한 단어들을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낯선 언어를 배우며 이렇게 에세이나 일기 형식으로 기록을 하며 공부하는 것도 중도 포기나 지치지 않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지 않을까?  '이 언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하겠어!'라는 강박관념만 없어도 조금은 즐겁게 즐기며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낯선 언어를 배우기에 짧았던 7개월이지만 그 시간을 무사히 지나 스페인어를 배운 저자의 여행이야기도 기다려보고 싶어진다.  낯선 언어를 배우며 만난 의외의 기쁨, 어학공부에 스트레스받고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어지는 글이다.



올라 루시! 



#어쩌다보니스페인어였습니다  #하현  #빌리버튼





  적당한 노력으로 대단한 결과를 이루고 싶은 도둑놈 심보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고 싶은 욕심.  그런 마음이 나를 배움의 길로 인도했다.  결연한 의지 같은 게 없었기에 마음이 편했다.  배움이란 무릇 숭고해야 한다고, 세상은 지금껏 나를 그렇게 가르쳤지만.  아니, 왜 꼭 그래야 하지?  이토록 가볍고 산뜻한 배움의 존재를 너무 오래 부정하며 살았다. /프롤로그



  스페인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용도 높은 언어였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4억 5천만이 넘는다고 한다.  중국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  /p40



  세계 어디서든 모국어가 통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기분은 어떤 걸까.  어딜 가든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을 거라는 믿음.  그런 믿음은 여행자에게 얼마나 큰 용기가 될까.  106개국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마음을 고작 7개국에서(사실 7개국이나 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 사용하는 언어가 모국어인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몹시 부러워할 뿐.  언젠가 스페인어를 잘하게 된다면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까.  /p70



  고작 일주일에 두 번 듣는 외국어 수업이 이런 식으로 일상의 어떤 부분을 바꿔놓는다.  알파벳을 보고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떠올리는 나를 지금껏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배움이란 내일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어제는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배우며 오늘에서 내일로 간다.  /p122~123



  언젠가 스페인어권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원서로 읽게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언어의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들의 문장을 날것 그대로 흡수하는 날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스페인어를 배우길 잘했어.  이 작가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로 행운이야!/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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