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夜間飛行 - 홍콩을 날다
이소정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2047년,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는 해이다.
그러므로 홍콩이라는 유통기한 짧은 단편영화를 하루라도 빨리 보길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홍콩은 수천 개의 유기물이 용솟음치는 작은 용암이며, 거대한 비디오아트이며, 온갖 언어와 냄새와 표정과 추억이 떠다니는 섬이다. /p7


17~8년전쯤?  아마도 첫 해외여행지가 홍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자유여행이라는 개념이 많지 않았던 터라,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왔던 홍콩.  짧은 시간 많은 관광지를 둘러봐야 했고 하필, 최고 습하고 더웠던 계절에 다녀왔던지라 홍콩의 기억은 침사추이 구룡베이의 야경, 명품거리, 리펄스베이 해변, 그리고 다닥다닥 한 상가와 아파트로 기억에 남았다.  짧은 일정에 열심히 다녔지만 그래도 못 본 곳이 많아서 곧 다시 가야지 생각했던 게, 생각만 하고 가보진 못한 채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리다니...



야간비행을 택한 이유는, 새벽의 고요한 홍콩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새벽 세 시쯤 도착한 홍콩은, 내가 제일 먼저 이 땅에서 눈떠 움직이고 있다는 묘한 쾌감을 가져다줬다. 공항에서 벗어나면, 그제서야 막 하루가 시작된다. 그동안 수없이 다닌 홍콩행의 반 이상은, 이렇듯 야간비행이었다. /p17


여행 에세이스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애정 하는 여행지가 있는데, 이소정 작가에겐 홍콩이 그런 도시였다.  2047년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는 해.  그럼 홍콩이 홍콩이 아니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빠져 살았던 중국 영화들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금성무, 양조위, 홍금보, 장만옥, 장국영, 주윤발 그리고 여명... 참 좋아했는데...


사실 해마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이 늘고 있어서, 홍콩은 한 번 가봤으니 됐다, 고 생각했다.  매년 가고 싶어 늘어나는 여행지를 다 갈 수 있는 만큼 금전적인, 시간적인 여유가 되지 않으니 추리고 추리다 보면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들을 먼저 꼽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소정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알던 그 홍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고 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그리고, 오래전 봤던 영화들도 새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책에 실린 사진과 글을 읽으며 항공권 검색을 해보고 있다.  뭐, 검색은 해볼 수 있으니까... 홍콩이 중국에 영구 귀속되기 전에 한 번은 그대로의 홍콩을 느끼러 가봐야겠다.



화려한 한때에 올인하길 원하는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용기의 양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비난하고 부러워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폭주하는 사람들을.  그러나, 살면서 그런 사랑 한 번쯤 해보고 받아 보았는지 되물어보기로 한다. 추억 하나 없이 금침대에서 쾌적하게 죽는 말년보다, 어쩌면 영화 같은 페이지 하나쯤 가슴에 간직하고 쓸쓸히 작렬해 버리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또 오지 않으니까, 죽도록 간절하게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보란 듯이 남기고 싶다. 이야기로, 사진으로, 글로, 일기로, 공익광고에 나오는 똑같은 일상을 사는 것보다, 두려워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p116~117 #총총나년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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