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들어 소설책 읽어본 게 손으로 꼽아볼 정도였는데,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개정판으로 재 출간된 이 책은 독일서 출간된 이후 약 10년 동안 오로지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라고 하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쾌락주의자 찰리는 지우고 싶은 과거가 꽤 많다.  절친의 남자친구와 실수로 잠자리를 갖기도 했고 술에 취해 원나잇스탠드를 하고 다음날 아침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이 행동은 이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부모님 몰래 학교를 중퇴하고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생활을 부모님께 이야기할 자신도 없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내 이름을 무척 좋아하셨다! "샤를로타! 정말 예쁜 이름이구나!" 선생님들은 학년 초에 출석을 부를 때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학년이 끝날 때쯤이 되면 선생님들은 내 이름을 다른 톤으로 불렀다.  어딘지 신경질적인 톤으로 4학년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찰리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너한테는 찰리라는 이름이 훨씬 잘 어울려"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 /p13


그러던 어느날 동창회 모임 우편물을 받지만 잘 나가는 동창들을 보면 자신의 현실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첫사랑인 모리츠가 찾아와 동창회에서 꼭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큰 용기를 내서 모임에 나갔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자신의 인생은 실패한 것만 같고 매일이 힘들기만 하다,  과거의 그 순간을 지울 수만 있다면 지금 내 모습이 이렇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다 카페 사장인 팀의 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 발견하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선택적으로 지울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왜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을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마치 우주 속을 떠도는 느낌이다.  출발선에 서서 제대로 된 인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줄곧 인생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처럼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이 완벽하게 제대로 돌아가며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를.  그리고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내가 언젠가 깨어나서 '그런 순간은 절대로 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렵다.  나는 헛되이 기다렸고 그 사이 인생은 나를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을까 봐.  /p34~35

"누구나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꽤 있죠.  언젠가 실패했던 일들 말이죠.  민망하고 창피했던 모든 사건들,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로 만들 수 있다면?  만약 그런 모든 일을 우리의 인생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수 있다면?  마치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p122


내가 지우고 싶었던 그 순간이 사라지면 오늘의 나는 더 행복하고 내가 바라던 모습으로 살게 될까?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으로 삶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지면 좋겠지만 원하는 결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정말!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봤을 이러한 상황을 책으로 집필했다.  찰리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지우고 싶었던 과거들을 선택해서 지웠고, 현실로 돌아온 자신의 삶은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것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지우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고 부끄럽게 생각되었던 자신의 인생이었지만 기억을 지우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   읽을수록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었고 위로와 지금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면에서 성인들을 위한 '성장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기'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찰리가 이야기하는 음악들도 찾아 들어보는 것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팁!



문득 어떤 생각이 분명해졌다.  이 한 가지 사건만을 삭제했다고 이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모리츠의 집 차고에서 내가 모리츠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나는 참한 여자로 모리츠 곁에 얌전히 있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사건은 어차피 일어날 수도 없었다. /p282~283

"어떤 일들은 바로 우리 코앞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걸려 넘어져도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어." /p37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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