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의 나레이션 1 - 시공 애장 컬렉션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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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위의 누군가에게 '타임머신이 있다는 가정하에, 돌아가고 싶은 시기를 골라봐!'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창시절이라고 말한다. 그중에서 '고교시절'을 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내주위 사람들의 90%는 고교시절이라 말한다) 그건 아마 '고등학교때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했었다면...혹은 조금더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했더라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일종의 후회가 아닐까? 아무래도 고교시절이 지나면 어떻게든 사회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것이니까...

'나의 17세는 어땠지?'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너무 평범해서 히죽, 웃음이 난다. 정말 평범하게, 특별한 일 없이 보냈구나...싶어서 조금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그게 평범한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다지 사건을 일으켜가며 지내진 않았으니, 나름대로 평범한거지 뭐! ( -_-);; - 적당히 야자 땡땡이 치고, 적당히 선생님께 반항하며, 적당히 교칙을 어기는 정도랄까? 어차피 중학교때 놀만큼 놀았으므로(-0-;;) 고등학교땐 얌전하게 지냈다고..!(당당)

원래 난 강경옥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랄까 난해하다라고 해야하나? 독백같은 것이 많아서 글자수도 많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들 조금 어두운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했던 데에는 처음 강경옥님의 작품을 대했을때 제대로 읽지 않았던 탓도 있겠지만 만화잡지에 연재되던 것을 내용도 모른채 중간부터 봤기 때문이라는게 더 큰 이유일 듯 하다. 그러니 당연히 흥미도 떨어지고, 중간중간 나오는 독백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리가 없지...-_-;; 더욱이 그 작품은 '노말시티'였다. 앞 내용을 전혀 모르고 봤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만 알뿐 세세한 부분은 전혀 몰랐던지라 미묘한 인물들의 감정과 대사가 하나도 감정이입 되지 않고 어렵게만 보였다. 또, 당시에 내가 만화를 보는 기준은 스토리도 중요했지만 예쁜 그림 우선이었으므로 딱 순정만화적인 그림이 아니면 잘 보지를 않았었다. (예를 들면 이은혜, 원수연, 한승원, 이미라같은 작가의 그림..) 아..강경옥의 그림체가 이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취향이 그 쪽이었다는 말이다.(에..변명이라나...;;)

어쨌든, 별로 좋아하지 않다가 '별빛속에'라는 작품을 보고 완전히 눈 뒤집혀서, 그때부터 찾아읽기 시작했던것 같다. (너무 감동한 나머지 서울문화사에서 재출시 된 것을 한꺼번에 사들이느라 한달동안 쫄쫄 굶었다.-_-;;;) 그렇게 해서 읽게 된 것 중에 '17세의 나레이션'이 있었는데 사실 당시의 느낌과 최근 새로 읽었을때의 느낌은 사뭇 틀리다. 책에서 세영이가 연극에서 '어린왕자'의 '여우'역을 맡았을때 말한것과 같이 '어렸을때 읽었던 그 느낌'과 '다시 읽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고 했던 것 처럼...(이래서 좋은 책은 한번 읽는게 아니라는 걸까?)

어릴적 부터 친하게 지내온 형제같은 남자친구가 나 외에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품는 것이 기분 좋을 여자애가 과연 있을까? 그건 남자의 경우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 안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의 것이라 여겼던 어떤것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기분! 그런 것이리라. 실제로 세영이가 현우를 좋아한다고 느낀건 혜미가 나타나면서부터니까...^^ 사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친구사이가 연인사이가 된다해도 지난 세월동안의 버릇, 행동, 기타 등등 때문에 오히려 '연인'이란 말로 묶여버리면 더 서먹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안그런 경우도 많겠지만...하하..

이 만화는 얼핏 보면 학원물의 삼각관계 혹은 사각관계가 주된 내용 같겠지만 잘 살펴보면 이것은 성장물에 가까운 만화다. 특별히 교우관계가 나쁜건 아니지만 썩 친한 친구도 없는 세영이가 17세를 맞이하면서 겪는 일련의 사건과 감정변화가 주축을 이룬다. 얼떨결에 든 연극부에서 만난 부장 연호선배, 어릴적 소꼽친구 현우, 그리고 그를 빼앗아간(?) 혜미, 어쩌면 이때부터 가장 든든한 세영의 우방이 되어줄 반장 현정은 17세의 세영이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다. 서로를 길들이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그들! 세영이가 느끼는 감정들, 고민하는 것들,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읽는 나도 같이 느끼고, 고민하고, 더 나아가서는 내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만화다. 단지 재미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만화란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고등학교때 읽을때는 그냥 연호선배랑 사귀면 될 것을 괜히 현정이를 위한답시고 연호선배의 마음을 의심하는 세영이가 참 답답했는데..^^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 그때는 '현정이 같은 이해심 넓고 어른스러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라 생각했던 것이 지금보니 '현정이도 역시 어렸던거야..'라는 걸 알겠고... 그러고보면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점점 이해되는게 많아지고, 포용력이란게 생기는건가보다. 하지만 그때와 바뀌지 않고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건 '남자들은 정말 무신경해!'라는 것! (-_-+) 현우는 말 할 것도 없고, 연호선배도 사실은 무신경한 남자라는 건 여전하다.(연호선배! 좋아하는 여자의 친한 친구와 가까이 지내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대놓고 만나는 건 무신경 한 것일수도 있다구요! -_-;; 그러니 현정이도 딴 마음 가지게 되고, 그것땜에 세영이가 쉽게 마음을 못 연것 아니겠어요? 난 그렇게 생각한다구요)

어른들은 곧잘 '지나고 나면 그런것쯤 아무것도 아니야. 어른이 되면 알꺼야!'라고 말하곤 한다. 하긴 이런말은 나도 사촌동생들에게 하곤 하니까...;; 그러나 그런말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다. 17세때는 17세 나름대로의 커다란 고민이 있게 마련이고, 어차피 속시원히 해결해주지 못할거라면 그들을 믿고 기다려봐주는것도 어른의 몫이다. 내가 17세때 느꼈던 고민과 그들의 고민이 같을 수 없으므로, 경중을 따질수는 없지만 함부로 말하면 곤란하지.. 난 나의 지난시절을 잊지않는 그런 어른이 되고싶다. ^^v

무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는 경우는 없어.
분명히 무언가는 후회하게 돼.
그래서 모든 건 섣불리 결정하는 게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또 변하니까.

...본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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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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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05년이니, 지금으로부터 약 5년전이 되나?
2000년 내가 대학 2학년이던 어느 휴일에 집에서 뒹굴며 빌려온 잡지책을 보는 중이었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中 아동도서에서 이상하게 눈에띄는 동화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진짜 말그대로 대문짝만하게 '도서관'이라고 씌여진 책의 겉표지에는 빼빼하게 마른 빨강 파마머리 여자애가 수레에 책을 한가득 싣고, 그것도 모자라 거리를 걸으면서도 책을 읽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워낙에 책을 좋아하는지라, '도서관'이란 제목에 눈길이 확 쏠린것도 있겠지만 그 여자애의 모습이 어쩐지 낯익었기 때문이다.

리뷰를 읽어보았더니, 책을 (너무너무x100)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일생을 동화로 그려놓은 것인 듯했다. '흐음.. 하드커버네! 크기도 크고...사고 싶다.사야지! -_-' 이렇게 대책없는 충동구매질로 인터넷주문하여 보게된 이 책은 생각보다 너무 맘에 들었다. 일단, 아동용 그림동화가 대부분 그렇듯 A4 size의 크기가 맘에 들었고, 노랑색의 색감이 맘에 들었으며, 내용은 더없이 나를 충족(!)시켜주었다.

동화책이니 만큼 고농도 압축(!)을 통해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일생을 묘사했기 때문에 다소 짧은듯한 느낌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감동은 분명하고도 깊게 전해진다. 사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하면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데,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제법 큰 아이나, 주위의 친구들은 '아.. 나도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책 많이 읽고 싶어!'라며 공감을 하니 말이다. (인터넷 리뷰를 읽어봐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듯!) 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o 게다가 나의 노년의 꿈이 서점운영 혹은 도서관 설립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공감을 했으리라!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참 다양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책을 좋아하는 소녀이긴 하지만 책 말고도 애지중지 하며 꼭 갖고 다니는 것이 있다. 그것은...바로 테디베어!
그림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그녀는 책 뿐만 아니라 테디베어와도 항상 함께한다는것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책을 읽을때면 테디베어도 책을 읽고 있고, 그녀가 물구나무를 서고 있으면 테디베어도 물구나무, 그녀가 시내를 나갈때면 테디베어는 항상 그녀의 외투 주머니에 담겨져 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다가 몇몇개의 그림에 테디가 그려져 있는걸 보고 마치 예전에 '월리를 찾아라!'를 하듯 그림 한장한장 마다 곰인형 찾아내느라 눈에 핏발 세운 기억도 있다.(하핫.)

또 한가지 특별함(순전히 나만 느끼는...;;;)을 꼽자면,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외모!!
이야기의 시작부분에 그녀는 '마르고, 눈 나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고 씌여져 있다. 그림도 딱 저런 외모를 한 소녀가 그려져 있다. 게다가 빨강머리다. 자...이쯤되면 뭔가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빨강머리 앤'을 닮아있다. 정확히 말하면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와 앤을 합쳐놓은 모습이랄까? 빨강머리와 마른모습은 앤을, 길죽하고 안경낀 모습은 주디를...(엥? 주디가 안경을 꼈던가? -_-? 잘 기억이... 에잇! 몰라..우기면 장땡. 공부할때는 안경 꼈을꺼라고 우겨야지!-_-) 암튼 왠지 그 두사람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좋아졌다. (그렇다. 나는 '빨강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의 열혈팬이다.-0-)

아..짧게 쓰려던 것이 엄청 길어졌네. 암튼,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 웹서핑하다가 지금은 책장에 장식용으로서 더 큰 의미를 지닌채(?) 진열되 있는 동화책 '도서관'을 보고 감상을 끄적여 보았다. 헤헤..다시 봐도 재밌어!
'나도 호호 할머니가 되면 꼭! 저렇게 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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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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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김영하마저 트렌드에 편승하여 이런 신변잡기류의 책을 낼 줄이야.'...라는 생각을 전혀 안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거짓말. 그래서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김영하'라는 작가를 훨씬 더 좋아하고 있었나보다. 책을 직접 손에 잡아보고는, 앞서 했던 실망따위 한 큐에 날려버렸으니 말이다.

처음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 읽기를 꺼려했던 이유는 광고카피 때문이었다.
'김영하의 미니홈피로 놀러오세요!'라는...지극히 상업적이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카피.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미니홈피'가 붐을 일으키며 우리 생활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에 맞추어 자신을 PR하고 홈피 방명록을 통해 안부를 주고 받으며, 홈피의 방문자수로 인기의 척도를 가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 반해,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엽기적인 사진을 찍어 올리고, 1촌이라는 관계설정의 이면에는 사생활의 침범이 심각한 양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싫어서 '미니홈피'에게 등을 돌리던 중,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미니홈피에 게재했던 글'을 책으로 묶어냈다는 것은 썩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 좋은데...왜 하필 '미니홈피'야!?' 라고 투덜투덜.

무언가가 마음에 안 들면 그에 부속된 모든 것이 미워보이는 법.
미니홈피에서 차용해온 듯한 편집과 구성마저도 탐탁지 않았던 나는 '어디 얼마나 괜찮은지.. 그 대단한 미니홈피좀 볼까?'라며 비아냥 거리듯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비아냥은 보기좋게 꺾였고,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에는 슬며시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책은 3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에 첫 번째 파트가 책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파트는 또 3가지로 분류되는데, 그중 첫 번째 이야기는 김영하의 '고양이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일상 이야기', 세 번째는 '문학 이야기'이다. 솔직하게 고백하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정말 자지러지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책 보면서 이렇게 웃어본 것은 실로 몇 년만의 일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코미디 풍'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다만, 일상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그의 이야기가 유려한 글 솜씨와 유머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니 공감이 백배라는 것. 게다가 그렇게 신나게 웃다가도 이야기의 끝엔 항상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아마 그것이 에세이가 가진 가장 큰 효능이리라. 특히 마지막 문학이야기의 경우, 어릴 적 감히 작가의 꿈을 꿔보기도 했던 나에게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주어서 더 좋았다. 자료수집차 여행을 떠나고, 도서전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그런 작가적 생활을 나에게 적용하여 상상해보는게 즐거웠달까?

<랄랄라 하우스>의 또 다른 백미는 김영하가 글 속에서 잠깐씩 언급한 책들이 묘하게 독서욕을 자극한다는 것에 있다. 그저 예시를 들기위해, 혹은 말문을 열기 위해 언급했을 테지만, 그것은 여타 리뷰보다도 더 강하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나의 독서가 또 다른 독서를 조장한다?
아- 매우 바람직한 일. 독서증진에도 기여하는 <랄랄라 하우스> 짝짝짝.

책에 대하여 이렇게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면서도 별 하나를 뺀 것은 역시 앞서 얘기한 상업성 짙은 편집구성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방명록'은 사실 좀 오버였다. 아니,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구성에 가장 적합한 것인가? 그렇다면 할 말 없지만...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일일히 즐겨찾기를 해두고 심심할 때나, 울적할 때, 시간이 남을 때면 찾아볼 것 같은 글들이다. 게다가 게시자가 지워버리면 더이상 볼 수도 없을테니, 팬의 입장으로서는 책으로 내준게 고마울 따름이다. 말 그대로 디지털의 아날로그화다. 부족한 별 하나의 자리에 하트♡를 달아주고 싶은 책.


덧)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작가의 실물이 보고 싶다!'
도대체 피부가 얼마나 좋은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가벼운 호기심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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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설탕 두 조각 소년한길 동화 2
미하엘 엔데 지음, 유혜자 옮김 / 한길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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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지금에도 동화를 읽는다는 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할 만큼 즐거운 일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요, 짧은 텍스트와 삽화를 통해 전달하는 메세지는 때로 어른들이 하는 어떠한 말보다 더 훌륭한 교육적 효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것은 윽박지르거나 훈계조의 잔소리가 아닌, 진정으로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한 아이와 부모가 있다.
부모님의 말이라면 옳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토를 달며 말을 듣지않는 아이.
부모라는 이유로 권위를 내세우며, 아이의 의견은 무시하는 부모.
과연 어느쪽이 잘못한 것 일까?

엄마, 아빠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 골치가 아픈 렝켄은 요정을 찾아 나선다.
요정은 렝켄의 말을 곰곰히 들어주더니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내밀며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이 이걸 먹으면 네 말을 안 들어주실때마다 키가 반으로 줄어들꺼야!'
집으로 돌아온 렝켄은 엄마,아빠의 주스에 설탕을 넣고만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모'의 작가로 유명한 미하엘 엔데는 이 책에서, 아이와 부모의 역할 전환을 통해 서로의 존재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점점 작아지는 부모는 상대적으로 커지는 아이에게서, 그동안 아이가 그들에게서 느꼈을 압도적 힘(이를테면 강요나 명령)에 대한 공포와 반발심을 직접 체험했을 것이고, 아이는 부모가 없는 생활이 결국은 자신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바른 아이로 키운답시고, 아이들에게 '~해라'와 '~하지마라'라는 두 종류의 말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아이였을때, 그런 명령이 너무나도 싫었음에도 막상 어른이 되니 그 기억을 잊은 건 아닌지...

또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엄마, 아빠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때론 그들에게 불평만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내 입장만 생각한 채, 그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결국 중요한 건, 나와 내 부모가 그렇듯, 세상 모든 아이와 부모도 원래는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것.
물론, 가끔씩 그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린다는게 문제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미덕과 교훈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교훈도 교훈이지만 상상력을 건드리는 독특한 설정이 맘에 쏙 든다.
말을 안 들을때마다 키가 반으로 줄어드는 설탕이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조금 더 응용해서 착한 일을 할때마다 키가 1cm씩 자라는 설탕같은 걸 만들어도 좋을텐데...(키 작은 내가 먹게..-_-; 물론, 너무 많이 자라면 곤란하니까 원하는 만큼만 자라고 멈춘다면 더 좋을테고...)
아~ 이래서 동화는 좋아. 상상력을 키우거든. 그속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니까 말야...!^^


덧) 동화답게 너무나 초현실적 이야기를 진드라 차페크의 그림이 커버해주고 있다. 외국사람이 그린 동화그림은 가끔 너무 사실적이라 무서울때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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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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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춘기시절 행동패턴은 홀(hall)이 말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몸소 입증해보이기라도 하려는 듯, 반항과 일탈로 점철되어 있었다. 흔히 그 시절의 아이들이 겪는 가치관의 혼돈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변화는 어떤 형태로든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 '어른들이 원하는 모범적인 학생상'을 거스르는 행동을 통해 그것들을 발산했던 것 같다. 비록, 그 생활이 길진 않았지만 말이다. (소위, '날라리')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도 그 시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나보다 훨씬 심오한데다 조금 더 미쳐있긴 하지만(본인도 말하지만, 정말 이 표현이 어울린다), 기본적으로 사춘기적 행동패턴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은 이미 몇 번이나 퇴학을 경험한 그가 '펜시'에서 또 한번 퇴학을 당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3일간 겪는 일들을 독백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은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며, 온통 불만투성이인 그는 충동적으로 짐을 싸서 학교를 나오지만 그를 반겨줄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가출한 아이들이 의례 그렇듯, 처음에는 의욕과 배짱이 두둑한 법. 콜필드는 전혀 그런상황에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여자를 꼬시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심지어 학교를 나온 첫날 부터 마주치기 싫은 사람을 만나기 까지했다. 나중에는 호텔 종업원과 짠 '콜 걸'에게 돈을 빼앗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니 이건 상상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나 콜필드는 그런 상황에서도 혼자 상상에 빠져 영화를 찍는다.(-_-;) - 사실, 이 부분에서야 '콜필드가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를 실감하게 되어 오히려, 가장 즐거웠던 부분이랄까.^^)

그 이후에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콜필드는 꽤 많은 일을 겪고 무수한 감정의 변화를 맛 보지만 결국 '세상에 마지막 남은 순수'라 여기는 막내동생, '피비'를 통해 어느덧 성난 파도같던 감정들을 잔잔하게 가라앉힌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그가 여기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 진다는 말을 하며 추억에 잠기는 모습은, 아쉽지만 그간의 혼란과 사춘기의 종지부를 찍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걸 의미할지도 모른다. . 그는 아직 완전한 어른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설픈 세태비평으로 반항만을 일삼던 청년또한 아니다. 그가 앞으로 어떠한 어른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 시절 그가 했던 생각과 행동을 잊지 않는다면 좀 더 그럴듯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눈에 띄는 죽음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겸손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p.249


덧) 1. 때로 콜필드의 과대망상은 '빨강머리 앤'의 그것과도 흡사하다. 게다가 놀라운 일에는 심하게 오버하는 말투도 어쩐지 재미있고...^^ 모든일에 부정적이거나 불만투성이인 그는 마음에 안들지만, 가끔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 콜필드가 귀여워서 슬며시 웃음짓게 된다. 이건 내가 이미 그 시절을 지나왔기때문에 그런거겠지?

2.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제대로 된 번역이 필요해!'였다. 그 말을 몸소 실감했다. 전체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번역은 없었지만 묘하게 '이 느낌이 아닐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드는 문구가 많다. 다른 역자가 번역한 걸로 한번 더 읽어보고픈 생각이 불쑥 든다. (가장 좋은 건 원서를 읽는 것이겠지만...;)

3. 과연, 청소년기(특히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학생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법한 책이다. 내가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엄청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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