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나이 (구) 문지 스펙트럼 20
E.T.A. 호프만 지음, 김현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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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래 사나이를 읽으면 프로이트가 왜 이 텍스트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래 사나이에는 유년 시절의 환상, 그리고 그 환상이 성인기에 다시 나타나는 방식(프로이트는 그런 감정을 낯설은 두려움이라고 불렀지요.), 그것을 다스리지 못했을 때 그 사람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 등등이 너무도 생생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자신의 이론을 입증할 좋은 작품을 만나 득의의 미소를 짓는 프로이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가짜 판타지 문학이 범람하는 이 시점에서 꼭 한 번 읽어봐야할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제대로 된 판타지 문학을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요.(제 개인적으로는 뒤의 두 단편보다는 모래 사나이가 더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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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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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이 작품을 낳았다고 말하는 건 어떨까. 이 소설은 문학적이기도 하지만 자연과학적이기도 하다. 과학적인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일까? 문학적인 묘사와 자연과학적인 지식들이 총동원되었지만 결론은 너무나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다.

뜻밖의 결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시대착오적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내의 독백도 공감하기는 어렵다. 소설 전체와 녹아들지 못하고 지식을 자랑하는 것처럼 들린다. 분명 이 소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쓰여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이 정도로 멋지게 포장되었으면 된 거 아니냐고? 글쎄,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그것은 취향의 차이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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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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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통일 노동자당 소속으로 전투에 참전해 말로 다 못할 고난을 겪은 오웰은 21세기 서울에서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책의 번역자는 친절하게도 오웰이 소속했던 당을 통일 사회당으로 바꾸어 주었다. 오웰이 몹시 기뻐하겠지. 통일 사회당은 주류 세계와 결탁하여 통일 노동자당을 못살게 굴던 당니니까. 평생 당하고만 살던 오웰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누군가를 공격하는 당에 속하게 된 것이다. 당을 바꿔준 번역자의 혁혁한 공로에 비하면 다른 잘못은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단어의 그릇된 사용, 비문의 등장 등이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실수 아닌가. 덕분에 오래간만에 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틀린 문장 찾는 일은 재미있는 퍼즐 게임 같았다. 심심하면 다시 나타나는 오역은 책읽기의 즐거움을 두 배로 누리게 했다.

번역자님, 그리고 편집자님, 계속해서 수고해주세요. 시간이 나시면 교정도 좀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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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癖)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자이다. 벽이란 글자는 질병과 치우침으로 구성되어 편벽된 병을 앓는다는 의미가 된다. 벽이 편벽된 병을 의미하지만 고독하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전문적 기예를 익히는 자는 오직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김군은 늘 화원으로 날래게 달려가서 꽃을 주시한 채 하루 종일 눈 한번 꿈쩍하지 않는다. 꽃 아래 자리를 마련하여 누운 채 꼼짝도 않고 손님이 와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 그런 김군을 보고 미친 놈 아니면 멍청이라고 생각하여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자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를 비웃는 웃음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웃음 소리는 공허란 메아리만 남긴 채 생기가 싹 가시게 되리라.
김군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고 있다. 김군의 기예는 천고의 누구와 비교해도 훌륭하다. 백화보를 그린 그는 '꽃의 역사'에 공헌한 공신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향기의 나라'에서 제사를 올리는 위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벽의 공훈이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아아! 벌벌 떨고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천하의 대사를 그르치는 위인들은 편벽된 병이 없음을 뻐기고 있다. 그런 자들이 이 그림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을사년(1785) 한여름에 초비당 주인이 쓴다.
- 박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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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라는 동물, 정말 감동적이다. 지금 나는 한 마리의 개를 안고 있다. 덕분에 자판은 한 손으로 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좋다. 개를 버릴 수는 없다. 차라리 사람을 버릴 수밖에. 가라, 갈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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