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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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의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내에 소개된 그의 책<높은 성에 사는 사나이>는 어느 정도 그러한 명성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구성이야 나무랄 데 없는 책이었지만 동양 문화에 대한 몰이해는 작품 전체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필립 케이 딕의 진면목을 엿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질적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실소를 머금으면서도 날카로운 풍자가 숨어있는 것이 보네거트를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이런 것을 두고 촌철살인이라고 하는 것인지. 번역 또한 그럴 듯하다. 다만 군데군데 들어간 역주는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굳이 역주를 달만한 단어도 아닌데 역주를 단 것도 그러거니와 그 내용조차 상식적이기 이를 데 없다. 그런 점 만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썩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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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돌리노 - 전2권
열린책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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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이 책이 왜 장미의 이름보다 어렵지 않다고 하는 건지 말이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장미의 이름은 왜 어렵다고 하는 건지. 장미의 이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많이 알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몰라도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제 이 책 바우돌리노에 대해 말해보자. 이 책은 좀 지루한 면이 있다. 그것은 저자의 학식이 소설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성부와 성자와의 관계에 대한 논쟁은 서양사에 대한 대단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다. 이야기의 상대자 니케타스마저도 바우돌리노를 대단한 학식을 지녔거나 허풍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동로마 사람이 그럴진대 대한민국 사람은 어떻겠는가?

이 소설에는 물론 장점도 있다. 바우돌리노라는 캐릭터가 그 것이다. 이 캐릭터는 정말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반전. 결말의 반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모호하게 만든 것은 반전인 것 같다. 나름대로 품격을 지니던 이 책은 갑자기 추리소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추리라는 것은 책 전반에 녹아있지 않아 갑작스럽기만 하다. 에코가 의도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깜짝 반전이 없다면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독자를 기만하는 감정이었다. 약은 건 소설가만이 아니다. 독자 또한 현명하다. 하지만 에코는 결말 부분에서 너무 심하게 독자를 쥐고 흔들려는 욕망을 보인 것 같다. 마지막 말. 소설은 결코 학식을 자랑하는 장르는 아니다. 자랑하고 싶어도, 조심할 것, 그래서 은근히 독자가 자신을 추켜올리게 만들 것. 그것인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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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가 아닌 느낌표의 예술 - 박성봉 교수의 대중문화 읽기
박성봉 지음 / 일빛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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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구입한 책들 중 내게 가장 실망을 준 책이었다. 저자의 모든 이론은 뽕 이론으로 귀착된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사용된 논리가 항상 동어반복적이라는 데 있다. 사유의 깊이, 저자는 이런 말 역시 싫어할 지 모르지만 모름지기 이론이라는 것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이름만 붙이고 설명 좀 하면 되지, 뭐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저자가 든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사례들은 얼핏 보기에 굉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아무 것도 없다. 문화론이 활성화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현실에 대한 또다른 영합이 되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조금은 더 학문적인 열정이 담긴 책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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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입은 부처
수미 런던 엮음, 임진숙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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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불교 신자도 기독교 신자도 아니다. 하지만 종교와 관련된 서적을 읽는 것은 좋아한다. 특히 종교색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종교 서적을 좋아한다. 그런 책은 내게 왜 사는지에 대한 해답을 던진다. 일상의 빡빡함에서 조금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기대에 부응했다. 우리의 것을 남의 눈으로 보는 것, 색다른 기분이었다. 전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생각난다.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인 시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런 말. 그렇다. 진리가 멀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진리가 내 곁에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면 진리를 보는 눈도 달라진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진리를 옆에 끼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조금은 달라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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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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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간만에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어찌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내용을 저자는 정감있게 잘 소화해냈다. 읽는 동안 마치 내가 종주하고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종주의 고통이나 그 의미에만 집착하지 않고 주위에 눈을 돌려 아름다움을 감상하거나 자신의 실패를 과장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저자의 마음가짐은 배울만한 것이었다. 카츠의 성격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특히 카츠가 티비 디너를 언급하는 부분은 너무도 많은 안타까움과 어쩔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마치 예전 최성수가 부른 티비를 보면서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아쉬움도 있다. 반말투의 대화 문장이 특히 그랬다. 분위기기 팍팍 깨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오래간만에 읽은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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