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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돌리노 - 전2권
열린책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이 책이 왜 장미의 이름보다 어렵지 않다고 하는 건지 말이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장미의 이름은 왜 어렵다고 하는 건지. 장미의 이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많이 알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몰라도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제 이 책 바우돌리노에 대해 말해보자. 이 책은 좀 지루한 면이 있다. 그것은 저자의 학식이 소설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성부와 성자와의 관계에 대한 논쟁은 서양사에 대한 대단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다. 이야기의 상대자 니케타스마저도 바우돌리노를 대단한 학식을 지녔거나 허풍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동로마 사람이 그럴진대 대한민국 사람은 어떻겠는가?
이 소설에는 물론 장점도 있다. 바우돌리노라는 캐릭터가 그 것이다. 이 캐릭터는 정말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장광설을 늘어놓을 때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반전. 결말의 반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모호하게 만든 것은 반전인 것 같다. 나름대로 품격을 지니던 이 책은 갑자기 추리소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추리라는 것은 책 전반에 녹아있지 않아 갑작스럽기만 하다. 에코가 의도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깜짝 반전이 없다면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독자를 기만하는 감정이었다. 약은 건 소설가만이 아니다. 독자 또한 현명하다. 하지만 에코는 결말 부분에서 너무 심하게 독자를 쥐고 흔들려는 욕망을 보인 것 같다. 마지막 말. 소설은 결코 학식을 자랑하는 장르는 아니다. 자랑하고 싶어도, 조심할 것, 그래서 은근히 독자가 자신을 추켜올리게 만들 것. 그것인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