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
이은 지음 / 문학수첩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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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이름이 낯설 경우, 특히 내가 사고자 하는 책이 소설일 경우 선뜻 그 책을 집기란 쉽지 않다. 표지가 특이한 이 책 앞에서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다. 서점을 빠져 나가기 전에 집어들어 집에 와 읽었다. 재미있었다. 술술 잘 읽혔고, 과연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 하는 것도 제법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성 담론도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설득력은 있었다. 중간을 넘어서면서 나는 결코 범인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독서가 방해받지는 않았다. 마침내 다 읽었을 때 나는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약간의 환멸을 느꼈다. 물론 엄청난 분노에 휩싸이지는 않았다. 그냥 아주 약간의 환멸만이 다가왔다 사라졌을 뿐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얻은 것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조금 가볍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렇지만 무겁고 실속없는 책들에 비하면 차라리 괜찮았다.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앞으로 종종 그의 좋은 글을 읽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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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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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말이 작가 후기에 있어 적어본다. '이 작품의 빠른 템포와 복잡한 플롯은 진짜 소설이라기보다는 산문 형태로 씌어진 인상적인 만화에 가깝다.' 이 책을 다 읽은 내 머리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위와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그럴듯 하지만 굉장히 모호하다. 인도 신화에 무지한 사람은 읽기 어려울 정도로 현란한 지적 유희가 펼쳐지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작가는 오히려 그러한 지식들을 적당히 여기저기 배치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거기에 플롯을 붙이면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구성 방식이 매트릭스 2의 구성방식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중심 테마를 잡고 거기에 잡다한 장르며 장치를 덧붙이는 방식. 흥미롭고 도전적이지만 기저에 깔린 철학은 오히려 빈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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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전사 비룡소 걸작선 28
로즈마리 셧클리프 지음, 찰스 키핑 그림, 이지연 옮김 / 비룡소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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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해피엔딩이리라 생각했다. 고전적인 스토리 전개며, 인물 묘사며 하는 것이 결말은 분명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암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결론이 날 것을 알면서도 이 책을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가 지닌 힘이리라! 남성적인 필체 때문에 작가가 남자인 줄만 알았다. 특히나 남자 아이들의 우정을 묘사하는 방식은 너무도 리얼하고 장엄한 느낌마저 있어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제여, 오오, 형제여. 우린 같은 발자국을 좇아 사냥했고 같은 그릇에서 먹었지. ......어떻게 나는 가고 너는 돌아설 수 있을까?' 소년 소설, 결코 소년만을 위한 것은 아니리라. 이 책은 잘된 소설이란 모두를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힘있는 작가를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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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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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읽어본 드라큘라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괴기하고 성적인 이미지가 넘친다고 여겼다는 것은 브람 스토커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재생산된 드라큘라의 이미지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재생산된 것들에 비하면 원본 드라큘라는 정직하고 힘이 있다. 그리고 원론적이다. 고전을 권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한 가지, 고전 읽기의 괴로움은 여전하다. 쓸데없는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그렇지만 그 시대만 하더라도 소설은 중심 장르였다. 사람들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신의 삶의 보잘 것 없음과 소설적 세계의 화려함을 비교했을 것이다. 그러니 사멸해가는 장르인 지금의 소설과 비교해 이런 소리,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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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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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범상치 않다. 세밀하면서도 커다란 주제의 그림을 완성할 줄 아는 드문 역량을 지녔다.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양쪽 모두에게서 환영을 받는 작가라고 한다. 명성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겠다. 다만 한 가지, 결론은 좀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흠이라고 말하기는 좀 무엇하다. 작가 나름의 사고 방식이 드러나 있다고 말하면 그만일 테니까. 창문을 열고 줄지어 선 차들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소설이다. 두렵고도, 친근하고, 그러면서도 낯선 우리의 일상이 지닌 모순성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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