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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
이은 지음 / 문학수첩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지은이의 이름이 낯설 경우, 특히 내가 사고자 하는 책이 소설일 경우 선뜻 그 책을 집기란 쉽지 않다. 표지가 특이한 이 책 앞에서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다. 서점을 빠져 나가기 전에 집어들어 집에 와 읽었다. 재미있었다. 술술 잘 읽혔고, 과연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 하는 것도 제법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성 담론도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설득력은 있었다. 중간을 넘어서면서 나는 결코 범인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독서가 방해받지는 않았다. 마침내 다 읽었을 때 나는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약간의 환멸을 느꼈다. 물론 엄청난 분노에 휩싸이지는 않았다. 그냥 아주 약간의 환멸만이 다가왔다 사라졌을 뿐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얻은 것 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조금 가볍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렇지만 무겁고 실속없는 책들에 비하면 차라리 괜찮았다.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앞으로 종종 그의 좋은 글을 읽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