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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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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글솜씨는 논외로 하자. 그것은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났으니까. 그렇다면 초점은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역사소설, 그리고 그 주인공인 채동구에 있을 것이다. 먼저 역사소설이라는 측면.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사료의 과도한 인용이 거슬린다. 역사적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다른 자료들을 찾아 읽는 수고로움을 덜어 주고 싶었던 것일까? 나로서는 잘 알 수 없다.
다음으로 채동구, 내가 그에게서 인간의 힘을 느끼기보다 단순하고 과격한 인간의 위험함을 느끼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그는 왕조(나라가 아니다)의 유지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쉽지 않은 일이다. 구차한 이유를 붙여야만 설명 가능한 반정이 일어났고, 임금은 난이 일어날 때마다 도망다니고, 동구는 가출할 때마다 무능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여러 참상들을 목격한 그 마당에 오직 왕조의 유지, 그것도 명을 숭배하고 청을 배척하는 정권에만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서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우익의 냄새를 맡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액자소설의 기법 또한 너무 단조로웠던 것은 아닐까? 나는 오토바이 탄 남자가 무언가 사건의 모티브를 쥐고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그 기대는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앞뒤로 등장해 긴장감을 부여할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 잘 모르겠다. 내 삶의 연륜이 부족해서일까? 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힘이 과연 무엇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