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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염천 - 거센 비 내리고, 뜨거운 해 뜨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서영 옮김 / 명상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기대한 것은 먼북소리와 같은 여행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리스는 너무 건조했고, 터키는 너무 살벌했다. 그리스의 수도원들은 비슷비슷한 느낌이었고, 터키는 유효 기간이 지난, 옛날 정보같은 냄새를 풍겼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루키 특유의 감성이 군데군데 살아 있음을 느꼈으니 그걸로 그만이었다. 아니다. 그렇지는 않았다. 아쉬웠다. 하루키라면 분명 더 세밀하고 날카롭고 유쾌한 터치를 해야 했다. 그저 보통의 하루키 수준이라고나 할까, 그런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이 여행기가 88년에 일본에서 발간되었음을 알았을 때, 허전했다. 좀 더 빨리 번역되었더라면 지금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