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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 테라지마 스스무 외 출연 / 엔터원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소부 앞에 부러진 서핑보드가 나타났을까. 그런 것을 우연이라 해야 할까, 필연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주인공은 서핑보드를 집어들고 그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서핑보드는 다시 부러지고, 주인공은 돈을 모아 서핑보드를 산다. 12만엔이니 결코 싸지 않다. 영화는 서핑보드에 몰두하는 주인공을 비추면서 잔잔히 전개되지만 궁금증은 점점 더 심화된다. 주인공은 도대체 서핑을 배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기타노 다케시답게, 그리고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주인공답게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마음대로 짐작하라는 식이다. 영화는 그런 식으로 종반에 이르고, 서핑보드와 주인공에 익숙해질 무렵 주인공은 사라진다.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서핑 보드 하나만 남기고.
물론 그런다고 바다가 변할리는 없다. 바다는 늘 같은 바다이다. 주인공이 여름동안 투쟁했던 흔적은 사진 한 장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영화도 그걸로 끝이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는 것에만 충실할 뿐이다. 그런데도 보고나면 마음이 아프다. 무엇에 찔린 듯한 날카로운 아픔은 아니지만 끝이 뭉툭한 무엇인가가 자꾸 명치를 건드리는 느낌이다. 키즈 리턴의 설명하기 어려운 암울함과는 조금 다르다. 희망인지, 절망인지. 그거야 바다만이 알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바다를 본지 참으로 오래 되었다. 바다에 한 번 가 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