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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중국 여자가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쓰기에 이렇듯 적절한 작품이 있을까. 전쟁이 있고, 적대국 남녀끼리의 사랑이 있고, 이국의 문물인 바둑이 있다. 이렇듯 배경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소설의 틀거리가 갖추어졌다는 것. 남은 것은 쓰는 것뿐. 작가의 재주는 나무랄 데 없다. 인물들의 감정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솜씨는 오랜 훈련의 덕분일 것이다. 소설은 읽는 동안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전환되었고, 인도차이나라는 영화를 끊임없이 떠올리게 만들어 동영상마저 구현해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소설은 정해진 각본을 한치 벗어남 없이 따를 뿐이었다. 전쟁에 대한 성찰도, 바둑에 대한 성찰도 없었다. 일본인과 중국인의 심성에 대한 묘사도 어찌 보면 익숙하기 그지없는 것. 재주를 사야 하는 것일까? 이런 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은 심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