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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1
이창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 소설 제목으로는 평범하다. 원제가 'Aloft'(사전을 찾아보니 위에, 높이란 뜻이란다)니 그대로 번역해 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라 붙여놓고 보니 제법 그럴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단 하나, 그렇게 이름 붙임으로써 소설이 일일 드라마처럼 느껴진다는 단점만을 제외한다면.
아무튼 이 소설은 가족 이야기다. 더도 덜도 아닌 가족이야기다. 약간의 문제가 있고, 서로들 고민을 하고, 결국은 그럭저럭 봉합되는. 재미는 있다. 몇 군데서는 책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의 감흥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덜했다. 네이티브 스피커의 느낌이 너무 강렬한 탓이었을까. 다시 한 번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가족의 틀에서 버려진 주인공에서 가족 안의 주인공으로의 전환, 외로운 한국계 남자에서 강단있는 이탈리아계 남자로의 전환은 너무도 급격하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은 전혀 이창래의 것으로 보이지 않기도 한다.
사람들은 변하기 마련이다. 혼자에서 가족으로, 혈기를 못이기던 시절에서 묵묵히 참아넘기는 시절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소설가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더구나 이제 마흔 문턱에 이른 작가라면 말이다.
번역은 불만이다. 정영목의 번역인줄 알았다가 문장의 분위기가 영 달라 표지를 보았다. 정영목이 아니라 정영문이었다. 느릿느릿 잘도 읽히던 정영문의 소설과는 딴판인 문장이었다. 쉬운 번역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읽기에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것이 번역가의 의도였다면 할 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