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모유키라는 이름이 일본에서는 꽤 흔한 모양이다. 알라딘에서 도모유키를 치면 일본인 저자의 이름들이 몇 개 떠오른다.

도모유키, 이름은 흔하지만 행동은 남다르다. 군막장이지만 그 마음은 전쟁터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 남자의 눈에 명외가 들어온다. 명외는 점차 상징이 된다. 명외는 전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도모유키의 투사다. 실제로 명외가 동생을 닮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대답은 오직 도모유키의 마음에만 있으므로.

도모유키가 패전한 직후까지 소설을 몰고 간 것은 너무 욕심인 것 같다. 결론은 내가 보기에는 무의미, 그 자체다. 생각해보면 도네의 사연으로 시작한 도입부도 그렇다. 다 읽고 나면 왠지 필요없는 서두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책을 잡자면 같은 표현의 빈번한 사용이다. 각반이 흘러내렸다, 라는 구절이 여러 번 반복된다. 소설의 내용도 사실, 주인공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빼면,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는 것은 그러한 이유다. 

그래도 한겨레 당선작치고는 나쁘지 않다. 배울 만한 구석이 많이 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 1
이창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 소설 제목으로는 평범하다. 원제가 'Aloft'(사전을 찾아보니 위에, 높이란 뜻이란다)니 그대로 번역해 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라 붙여놓고 보니 제법 그럴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단 하나, 그렇게 이름 붙임으로써 소설이 일일 드라마처럼 느껴진다는 단점만을 제외한다면.

아무튼 이 소설은 가족 이야기다. 더도 덜도 아닌 가족이야기다. 약간의 문제가 있고, 서로들 고민을 하고, 결국은 그럭저럭 봉합되는. 재미는 있다. 몇 군데서는 책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의 감흥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덜했다. 네이티브 스피커의 느낌이 너무 강렬한 탓이었을까. 다시 한 번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가족의 틀에서 버려진 주인공에서 가족 안의 주인공으로의 전환, 외로운 한국계 남자에서 강단있는 이탈리아계 남자로의 전환은 너무도 급격하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은 전혀 이창래의 것으로 보이지 않기도 한다.

사람들은 변하기 마련이다. 혼자에서 가족으로, 혈기를 못이기던 시절에서 묵묵히 참아넘기는 시절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소설가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더구나 이제 마흔 문턱에 이른 작가라면 말이다.

번역은 불만이다. 정영목의 번역인줄 알았다가 문장의 분위기가 영 달라 표지를 보았다. 정영목이 아니라 정영문이었다. 느릿느릿 잘도 읽히던 정영문의 소설과는 딴판인 문장이었다. 쉬운 번역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읽기에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것이 번역가의 의도였다면 할 말 없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사가 무언가 착각을 한 것이 분명했다. 회사는 필요한 말만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회사가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말도 다 하지 않는 것처럼 실수나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다. 물론 회사가 실수나 착각을 하기도 한다는 걸 아는 것이 회사가 명령한 이상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명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불가능한 발령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질문하지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 지시가 회사로부터 내려왔기 때문이다. 회사가 지시를 내리는 순간 불가능하던 것들도 가능한 것이 된다. 어떤 일의 가능성이나 타당성이나 유용성을 따지고 추리하고 판단하는 것은 회사가 지시를 내리기 전의 일이다. 회사가 지시를 내린 모든 일들에 대해서는 그런 감각이 발휘되지 않는다. - 이승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꺼낸 나마저 문든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였다.

이면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황금의 광기로 식민지 시대를 살펴본 시도 자체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황금과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아울러 모 신문의 전 사주가 제법 훌륭한 인간이었다는 의외의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자의 문학 관련 이력을 생각할 때 문학과의 연관성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용된 작품 수도 터무니없이 적은 데다가 작가의 상황과 심리도 너무 단편적으로만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의 사회상은 사학자들이 더 잘 다룰 수도 있지만 작가의 내면은 문학 연구가가 가장 잘 다룰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문학이 오히려 국외자의 입장으로    전락한 것 같아 다소 아쉽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다소입니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