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 사전
미야타 치카 지음, 박혜연 옮김 / 이봄S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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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그림 잘 그리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정물화나 풍경화처럼 대단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기자기하게 다이어리에 그림을 그려 꾸미는 걸 잘하는 아이들도 참 많이 부러웠다. 

뭔가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그땐 왜 그렇게 대단해 보였을까?


나이가 들면서도 나도 일러스트 따라하기 이런 것 정도는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히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하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그림그리기 사전이다. 사전! 맞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전이! 이 책에는 무려 2000여가지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서 따라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가장에 마음에 들었던 건 어떤 순서로 그림이 완성되어가는 지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2000개의 그림을 전부 완성 순서를 나타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것들, 나도 한번쯤 그려봐야지 하는 것들은 대부분 과정샷을 담고 있다. 


먼저 책을 보는 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온다. 


그리기 재료와 종류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다.

생물, 사람, 식물, 음식,집, 건축물과 명소, 교통수단, 계절까지 총 8개의 카테고리별로  그림을 담고 있다.


생물에는 육상동물, 수생동물, 새, 곤충, 공룡, 불가사의한 존재를 담고 있다. 


모든 사진의 그림들을 그리는 법을 차근차근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쉽게 따라할 수 있게끔 순서들을 보여주며 그리고 있다. 덩그러니 완성작품만 그려놓고 이대로 따라해봐가 아니라, 이런 단계를 거쳐서 이 그림이 완성돼요! 그리니깐 이런 순서대로 따라하면 누구나 다 잘 그릴 수 있어요! 하는 것 같아서 좋다. 

사람도 사람들, 직업, 위대한 인물 이렇게 나눠서 그리고 있는데 사람을 그릴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하는지 설명도 해주고 있고, 디테일한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서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식물은 나무, 꽃나무, 꽃식물, 다양한 식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색연필을 이용해서 따라하면 아기자기한 느낌도 더 많이 나고, 실제로 유사하게 그려 낼 수 있으 것 같다. 



역시 귀엽고 깜찍한 과일들이다.사과나 살구, 석류, 수박의 경우는 다들 동그란 형태에서 출발하는 것들이라 어렵지 않게 그릴 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던 기억! 보고 따라하면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같은 자신감을 선사하는 책이다.


관광명소나, 옷, 계절 등등에 대한 것들이 나오는데 이것들은 채색이 되어 있지 않은데, 연필이나 펜등 가는 필기구를 이용해서 디테일하게 그림을 그려내면 실제로 우리들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아니, 보고 따라할 줄만 안다면! 누구나 다 간단한 그림 정도는 잘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주는 책이다. 처음에야 하나하나 펼쳐서 따라 그려야 잘할 것 같지만, 차츰 자꾸 펼쳐보다면 자신있게 그릴 수 있는 것들이 자꾸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그림그리기 사전! 사전인 만큼 한번 보고 땡!인 책이 아니라서, 수시로 펼쳐보면서 그림을 연습하면 될 것 같다.

2천개의 그림이 담겨있는 만큼 인덱스를 이용해서 찾을 수도 있게 해뒀다. 정말 다양한 그림이라서 하루에 몇개씩 그려도 1년은 꼬박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 그렇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몇그림을 따라 그려본 것! 사실 처음하는 거니깐,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다. 그렇지만 연습연습! 또 연습해서, 소소한 작은 그림들을 아무렇지 않게, 잘 그려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는 그림책, 부담없이 펼쳐보면서 그릴 수 있는 책, 초보자들도 만족스러워할 수 있는 책이다. 말이 2천개지!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릴 수 있는게 너무 많다는 것도 추천할 만한 이유!  나는 어느정도 그림 그릴줄 안다라고 하는 사람에겐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초보자들이 따라하기에 딱 좋은 책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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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 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톰 골드 지음, 김경주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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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골리앗> 톰 골드라는 작가도 사실은 처음 들어봤다. 앙굴렘도 내겐 생소하다. 하지만 제목 골리앗은 뭔가 친숙하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관한 이야기는 다들 한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기독교를 믿지 않더라도 말이다. 포악하고 잔인한 골리앗에 관한 이야기. 


톰 골드의 골리앗은 우리 아는 것과 다르다.골리앗은 키만 컸을 뿐이지, 골리앗은 감수성 풍부한 행정병에 불과했다. 그런 골리앗에게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가 상대방을 위협하는 글을 읊으라고 말하다니! 뭐랄까 이 책은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골리앗과 다윗의 이야기가 분명함에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그것이 아님을, 우리가 얼마나 타인을 바라볼 때 겉모습만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지, 그것이 결코 옳지 못하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할뿐이다.


9살의 어린 방패지기와 함께 하게 된 골리앗, 함께 대장을 만나러 가고, 대장으로부터 폐하가 내린 명령에 따라야한다는 것 밖에 듣지 못한다. 그리고 골리앗은 다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일을 본다. 곰을 잡아왔다는 병사는 골리앗에게 곰과 싸워볼 생각이 없냐고 말한다. 단번에 거절하는 골리앗. 어쩌면 이렇게 덩치만 컸을뿐이지, 싸움을 싫어하고 순박한 청년이 또 있을까? 


이런 착한 골리앗에게 적들을 마주보고 있는 계곡 아래에서 왕이 전언을 외치게 한다.


나는 가드의 골리앗이다 블레셋인들의 전사다


내 너희들에게 도전한다


한 사람을 고라서 내게 그를 보내면 우리는 사울 것이다,


그가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우리는 너희들의 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죽인다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될 것이다,


골리앗은 말한다. 자기는 전사가 아니라고, 솔대 중에 꼴지에서 다섯번째로 검을 못 다룬다고, 주로 문서 업무를 담당하는 유눙한 행정병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골리앗은 전사로 보인다고, 골리앗이 할 일은 전사처럼 행동하는 거라고 그러면 적이 우리 앞에서 몸을 움츠리게 될것이라고, 실제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착한 골리앗은 전쟁터 조차 아름답지않냐고 말한다. 방패지기는 지루하기만 하다고 하는데 말이다. 다윗이 와서 골리앗에게 무언가를 외칠때도, 조용하라고 뭐라고 말하는지 잘 안들린다고 골리앗은 말한다. 어쩜 이렇게 착한 골리앗에게 전쟁터의 최전선에 나서라고 지시를 했을까? 골리앗이 키가 크지 않았다면, 전사처럼 보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골리앗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죽었다. 골리앗의 죽음이 의미하는 건 뭘까? 좀더 많이 생각해봐야겠지만, 우리는 주변에서도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결국 자기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아파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한다. 과연 그게 잘하는 일일까? 


골리앗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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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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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솔직히 이미 몇권 구입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읽은 건 아니기에, 적당껏 몇장 넘겨 본게 전부인지라, 이번에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씨댁의 이런 하루>는 내게 처음으로 읽는 마스다 미리의 책이 되었다. 


단지 마스다미리는 다작하는 작가정도로 기억되고 있었는데, 폭풍공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를 알것 같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씨댁에는 70살의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 69세의 어머니 사와무라 노리에, 40살의 사와무라 히토미가 함께 살아간다,


정말로 특별한 이야기들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일상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그 평범한 일상들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왜냐구? 당연히 그 이야기 속에 내가 대입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내 나이 40살이 되었을때 어쩌면 나도 히토미같이 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다.


나도 모르게 산휴휴가에 들어간다는 야마다씨를 이야기를 보면서 얼마 전 임신을 한 친구에게 그 페이지를 찍어서 보내고 있었다. 야마다씨의 10개월과 나의 10개월이 같은 무게 일까 하는 히토미를 보면서 그 친구와 나의 10개월도 같은 무게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참, 별거 아닌 것 같은 이야기였는데,근데 그냥 넘어 갈수 없었다. 지금 내가 나이 사십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족 평균 연령이 60세는 아니지만, 언젠가 그 나이에 도달할 것이기에, 결국 나도 사십이라는 나이가 될것을 알기에 히토미를 보면서 나를 대입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의 부모님은 시집을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냥 셋이서 같이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딸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우리 딸이 40이 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노리에씨를 보면서 우리 엄마도 내가 사십살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면 노리에씨처럼 하지않으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한편으로는 무거웠다. 


뭔가 사와무라씨 가족의 일이 우리집 일인 것같은 느낌? 시로씨가 할아버지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아버지어머니의 아들도 이제 할아버지란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우리 아빠가 떠올랐다. 얼마 전 병원에서 이제 겨우 두세살 먹은 아이가 와서 할아버지라고 말하는데, 낯설어하는 아빠. 사실 아저씨라고 하긴 그렇고, 할아버지라고 하긴 뭐한 어중간한 나이, 아빠의 친구분들은 다들 손자 손녀를 봤으니 할아버지라 불리는게 어색하지도 않을 법한 나이지만 우리아빠에겐 손자도, 손녀도 없으니 아직 할아버지란 소리가 낯설지도 모른다. 뭔가 아빠의 그때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것 같은 느낌? 


마스다마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만화로 그려냈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낯설지 않은 우리집에서 언젠가 펼쳐질 것 같은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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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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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몰랐다. 왜 이 남자는 산 속에 혼자 머물고 있는 걸까? 이야기는 읽어내려가면서 그 남자가 왜 현재 그 곳에 머물고 있는지를 말해주었다. 이 책은 소설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주인공 마테오 혼자의 독백이 더 많은 느낌이다. 나는 심장전문의였고, 14살에 눈을 다쳐 장님이 된 아버지가 있었다. 


마테오에게는 아내 노라가 있었고, 아들  다비데가 있었다. 14년을 노라와 함께 살았는데 어느날 노라는 고가도로의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만다. 그 일로 아내와 아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마테오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들 노라의 죽음을 두고 자살일 것이라 말했다. 물론 마테오도 그렇게 믿어버렸지만 말이다. 


마테오의 삶 속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을 수 밖에 없다. 마냥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마테오의 생각들이 우리로 하여금 생각 속을 끌어당기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정의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정의가 우리를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정의는 뗏목이고, 우리는 그것에 의지해 일상의 격랑 속을 헤쳐나간다. 이 뗏목 덕분에 우리는 미치지 않고 강어귀에 도착할 수 있다"(p.14)


나 스스로를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를 바로 세우고 나란 존재에 대해서 의식하고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삶을 버릴 수 없을 것이고 스스로 살아갈 이유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문득 문득 책에는 공감 가는 구절들이 많이 등장한다. 


" 시는 일상에서 작은 창문을 열어 줘. 회색빛 일상들 속에서 우리에게 실제와는 다른 빛을 살며시 보여 주지. 시는 항복하지 않는데 필요한 거야." 항복이란 당신에게는 관습적인 시간에 쫓겨 스스로 억누르고 뒤로 물러서다가 결국 활기 없는 행동과 이미 했던 말들, 이미 했던 일들의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는 것을 뜻하지(p.108)


시를 읽으면서 시가 작은 창문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얼마나 내가 메마른 삶을 살고 잇었는지, 그리고 관습 속에 묻혀 살아가는 지에 대해서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아이를 임신했던 아내의 죽음 이후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주고 받은 대화가 있다. 


"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고, 아무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멋질 겁니다. 삶에 선택의 길이 있어서, 삶이 시작되어 악과 피로와 질병을 없앨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말입니다…….하지만 그 반대지요. 삶이 시작되면 정의와 젊은이와 힘센 이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파괴합니다. 우리는 이것에 저항할 수가 없어요."(p.149)


삶은 마음대로 할수 없어서 삶이 아닐까? 마테오의 삶은 사실 지켜보는 것만으로 힘들었다. 사랑하는 아내 그것도 이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던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잃는다니, 삶이 유지가 될까? 


그리고 마테오의 삶에 다시 나타난 한 여인, 라리사. 사실 라리사가 임신을 했다고 말하자 돈봉투를 건네는 마테오를 보면서 많이 실망했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고 아직 그들을 떠나보낼 용기가 없다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라리사와 새로운 생명은? 라리사도 마테오를 떠나고, 아버지도 마테오를 떠나면서 그는 홀로 남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에 또다른 깨달음을 얻게 된다. 영매 플로라를 통해서 노라가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동맥류가 있었던 노라가 이식을 잃어서 가드레일을 들이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을 아버지라고 찾아오는 밀라노출신의 어린 청년 나단으로 부터 용서를 받는 과정까지. 마테오의 삶은 불쌍하기도 하면서도 뒤늦게라도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고, 자기가 얼마나 아집 속에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아버지의 편지 속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운명은 내게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해 놓았어. 나는 이 운명을 이해해야만 했지.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운명이란 나 자신을 만나러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걸 알았지. 그러니 너도 조만간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나는 아직 살아 있고 내 삶을 사랑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변함없이 용기 있게 그 삶을 만들어 갔지."(p.238~239

)


내 삶을 살아 간다는 것, 운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지만 우리는 오늘도 운명을 받아 들이고 열심히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마테오는 영매 플로라의 말을 듣고 이런 말을 한다.

"생각이 자유로워지자 그때까지 내가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았고, 내가 본 현실을 직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다만 내가 보고자 했던 그게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p.268)


이 책을 통틀어서 내가 가장 좋다고 손꼽을 만한 구절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 잘 아니깐, 모든 일에 있어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고,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 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일까?


영원의 수업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 삶과 죽음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다. 마테오가 깨달은 수 많은 것들을 우리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잔잔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같지 않은 소설, 영원의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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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꽃들 돌런갱어 시리즈 1
V. C. 앤드루스 지음, 문은실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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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꽃들, 사실 표지가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돌런갱어 시리즈, 전 세게 4천만부 돌파한 소녀들이 모던 고딕 로맨스, 돌런갱어 가문 이야기 5부작 국내 첫 완역본이라, 1970년대에 처음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한때 해적판으로 많이 돌았다는데 나는 왜 이 책을 이번에 처음 알았을까? 


모던 고딕 로맨스라는 장르는 사실 내게 많이 낯설고, 이 책의 내용또한 밝지만은 않아서 대강의 줄거리를 듣고서 읽어야할까 말아야할까 한참을 고민하긴 했었다. 


아른다운 엄마와 멋진 아빠사이의 네 남매, 그들이 삶은 언제까지나 완벽할 것 처럼 보였지만,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들의 평온한 삶은 끝이 나고 만다. 엄마는 말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엄청난 부자라고,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큰 잘못을 저질러 인정받을 수 없고, 유산상속자 명단에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4남매가 할아버지의 커다란 저택에서도 다락방에 갇혀지내야만 한다고 말이다. 


백만장자의 외할아버지의 저택 폭스워스 홀의 다락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면된다고 하던 엄마, 하지만 그녀는 차츰 아이들을 잊고 만다. 


이제 열 네살의 크리스와 열두살의 캐시, 그리고 네살 쌍둥이 코리와 캐리까지, 그 아이들은 다락방에 갇혀 모든 것을 해결해야했다. 실컷 마당을 뛰어다니고, 학교를 다닐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은 다락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갔다.


엄마는 날이 갈수록 화려해졌고, 그녀는 사랑보다 돈의 중요성을 말한다. 과연 엄마 코린이 말하는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 마땅한 나이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버려졌다. 이제 십대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크리스와 캐시 남매가 느끼는 사랑이란건 무엇이었을까? 사랑, 진짜 사랑이라는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이것이 근친상간이든, 불륜이든 다 사랑으로 봐야하는 걸까? 어린 아이들의 학대를 바라보는 것도 편치많은 않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읽고 나서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나쁜인 것일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500페이지가 넘지만 금방 페이지를 넘길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것일까? 아니면, 족히 20년은 넘은 책이라 그 때의 그 파격적인 느낌을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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