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족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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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토록 산뜻한 가족서사라니!!

이들처럼 사연 있기도 힘든데 그저 그들답게 산다.
구구절절하지도 않고, 애면글면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구나 그런거구나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미 글러먹은 아버지나 개차반같은 시스템에 분기탱천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다.
그렇구나 그럼 이제 어떡할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좌절과 희생과 부조리가 넘치는데 피해의식이나 트라우마도 없고 이야기에서나 가능할 법한 미담이나 정의도 없다.
내 이야기 혹은 내 친구, 내 가족의 이야기면 가슴이 터져도 부족할만큼 어이없고 기구한 상황인데도 그런다. 호들갑도 과장도 없다. 가만 살펴보면 너무 현실인 이야기.

두 다리쯤 건너 아는 현실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태도가 이런 거면 좋겠다.
호들갑도 과장도 떨지 않고, 피해의식이나 상처를 덧씌우지도 말고, 이래라저래라 그들만의 정답으로 이끌려하지도 말고.
그렇구나. 그랬구나. 딱 거기서 멈추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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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읽으면 더 산뜻할. 표지가 이보다 산뜻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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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 - 우리가 몰랐던 동양철학의 모든 것
신창호.남정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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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 혹은 어떤 분야의 입문서라고 하면 좀처럼 사지 않는데, 샀다. 어떤 대담집은 한 분야를 시작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힘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각오하고 샀다.
저자 스스로 "이토록이나 잘 쓴 책"이라는 이 책은 역시나 무시무시했다. 초반에 책 끝을 너무 많이 접어서 중반에는 좀 그냥 넘어가려했는데도 다 읽고나니 너무 접어 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한 분야의 석학과 일상인의 눈높이에서 풀어낼 줄 아는 대담자의 작업일 때 나오는 힘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신화의 힘]이 다 읽어내지도 못한 조셉 캠벨의 책을 사고 또 사게 했던 것처럼 이책이 사서삼경 같은 걸 막 사게 할까봐 무서워죽겠다 ㅋㅋ 
4년만에 우리 집에 와서 내 책상에 30분쯤 앉아있었던 동생이 "언니는 이 책들을 좀..."이라고 하고 갔는데, 그 책들 치워낸 자리에 더 두꺼운 책이 쌓일까 겁난다. 이게 다 관심도 없던 동양철학을 쇼핑하듯 결제하고 싶게 만든 [알고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대화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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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경찰 Mooncop
톰 골드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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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학자인 내 사랑은 언젠가 화성에 가서 살아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고 한다.


천문학도였던 우리 신부님은 때때로 우주 전체에 생명을 싹틔우는 게 하느님의 창조계획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신다고 한다.

생명을 싹틔우지는 못했지만 사랑은 싹틔울지도 모르는 이야기. 어쩌면 사랑 그 자체인지도 모르는 이야기. 혹자에겐 멜랑꼴리인지 몰라도 내겐 희망인 이야기.
도넛과 커피를 참을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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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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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모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책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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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를 각각 입봉등단이라는, 다른 업계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로 부르며 특별하게 여길 정도다.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청년들이 다니는, 학술연구보다는 실무 지식 습득에 중점을 두는 대학 학과도 있다.”

 

나도 그런 학과를 나왔다. 그리고 그 시절 우린 종종 구효서의 영혼에 생선 가시가 박혀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3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실렸던 그 소설에는 사시에 목메는 고시생이 나오는데 등단에 목메는 우리들 이야기와 다름없었다. 몇몇 선배들은 직접 만든 무크지에 ()은 실재하는가라는 주제로 논쟁하기도 했다.

여전히 주류는 문단문학에 대한 논의였다. 1학년 말, 기말과제로 대중문학에 대한 보고서를 낸 나는 ‘A폭격기라 불리던 분께 C를 맞았다. 그때쯤에야 내가 다니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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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응답자의 65.0퍼센트가 문학공모전을 거치지 않으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이 수치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을 때 나오는 답의 비율과 거의 같다.”

 

문단 안팎의 이런저런 얘기들은 흔하게 들려왔지만 내부의 사다리에 대한 이야기 혹은 고민을 깊고 풍부하게 했는지는, 글쎄 모르겠다. 작가의 저 문제제기가 놀라우면서도 흡족했던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스포일러)

장편소설공모전에 회의를 품으면서도 영화계 등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며 공모전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는 사실 의심했다. 작가 스스로 합격자로, 당선자로 살았기에 그의 문제제기는 가장 적확할 수 있지만 결국 이 시스템을 안전하게 봉합하려는 거 아닌가, 그 역시 기득권의 꼰대인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의 결론은 흥미롭게 읽히던 여러 사례와 인터뷰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신인 소설가를 위한 고민은 독자 공동체로 이어졌고, 새로운 신인 등용문이 독서공동체와 같은 독자들의 문예운동이길 바란다는 결론은 신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기엔 충분했다. 페이스북에 짧게 “<~~>을 읽었다라고 쓰는 리뷰에 이런 의도가 담겨있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

간판에 휘둘리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정보공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진단 또한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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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의 소설과 문단 안팎의 이야기들을 일상적으로 이야기 하던 시간에서 21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당선 혹은 합격을 바라는 수십만 중 하나다.

 

문제에 대한 진단은 이미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문”/이라는 문제가 대학입학률과 공채/입봉/합격 등 신입이 겪는 다양한 진입장벽과 같은 결의 문제라는 걸 논증한 적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고, 나 역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이 논증의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  

 

불이익은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 없이도 발생한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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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새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32
이지선 글.그림 / 한솔수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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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미남님, 읽으세요. 벅차지 않은 감동으로 마음이 먹먹, 촉촉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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