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는 힘 - 다시 호흡으로, 다시 몸으로, 다시 지금의 나에게로
김경석 지음 / 지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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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블로그 글을 읽으며 이 글들과 통찰을 모아서 한 번에 읽고 싶다 생각했는데 책으로 나와서 반갑다. 

진짜 맛있는 과자를 한 입에 가득 넣고 씹을 때처럼 충만하고, 벅차다.


저자는 20년차 아쉬탕가 교사이자 요가 선생님들의 선생님인데, 뜻밖에도 책에는 질문이 가득하다. 

어떤 해답이나 지식, 설명을 해줄 줄 알았는데 저자는 여전히 부족한 교사이자 학생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힘들었던 것, 아쉬웠던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고

오래 품은 질문을 공유하듯 던진다.


처음에는 술술 잘 읽히는데, 글을 여전히 유려하고 재미난데 슬슬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줄어든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생각이 많아져서, 나한테 하는 이야기 같아서, 내 마음에 들어왔다가 간 것 같아서.

나만 못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짜친 것 같아서 차마 못 하던 질문.. 그런 걸 20년차 교사도 고민한단다.

특히 매일 반복하는 생각, 오늘은 쉬고 싶다.... 내일부터 나갈까... 

또는

왜 나만 안 되는데, 기를 쓰고 하면 잘 되지 않을까 애쓰는 마음을 다독다독인다.

그게 참 뭉클하다.


먼저 수련해본 사람이라서, 수련생들을 오래 지켜본 이라서. 가능한 글들. 

책장을 넘기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는 힘>인가 ㅎㅎㅎ

종이책은 다 읽고, 탁! 하고 책장 덮는 맛이 있는데

어쩌면 이 책은 계속 다시 앞으로 뒤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 아쉬탕가에서 자주 말하는 단어들을 표지에 새겨놓았는데 그게 느낌이 참 좋다.

책을 읽다 저자의 질문에 멈춰설 때, 표지를 가만 쓸어본다. 

나는 특히 '새벽 수련', '선택', 'moonday'가 좋다.

그런데 요 며칠은 samskara에 자꾸 멈춘다. 

삼스카라, 습. 무의식, 패턴,

나를 멈추고 제자리에서 맴돌게 하는 것들.... 꾸준함이 해독이랬다!


[매일 매일 읽고 싶은 문단]

139쪽

혹시 연습과 멀어졌어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매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호흡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삶의 유혹과 게으름, 즐거움과 흔들림 속에서도 결국 다시 돌아오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시 매트 위에 서보자. 당신은 분명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듯 생각도 지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구름 안으로 직접 들어가 길을 잃는다. 그래서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은 사실일까, 아니면 해석일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마음은 아주 조금 느슨해진다. 뷸안이 즉시 없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이야기 속에 완전히 잠겨 있는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어쩌면 수련은 바로 그 연습인지도 모른다. 더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중심으로 돌아오는 연습. 매트 위에서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든, 혼자 조용히 흔들리는 밤이든, 결국 우리는 계속 같은 질문 앞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금, 이순간, 나는 이 생각을 어디까지 믿고 있는가. - P71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유명한 교사들도 같은 과정을 겪었다. - P131

자연은 항상 확장만 하지 않는다. 들숨이 있다면 날숨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다. 성장에는 회복이 필요하고, 움직임에는 멈춤이 필요하다. - P185

매일의 연습은 무의식의 반응을 의식의 빛 아래로 끌어올리는 수행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안에 쌓여 있는 오래된 습관과 긴장을 조금씩 풀어내는 해독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꾸준함이 쌓일 때 우리는 조금씩 더 자유로워지기 시작한다. - P138

혹시 연습과 멀어졌어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매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호흡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삶의 유혹과 게으름, 즐거움과 흔들림 속에서도 결국 다시 돌아오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시 매트 위에 서보자. 당신은 분명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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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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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산뜻한 가족서사라니!!

이들처럼 사연 있기도 힘든데 그저 그들답게 산다.
구구절절하지도 않고, 애면글면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구나 그런거구나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미 글러먹은 아버지나 개차반같은 시스템에 분기탱천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다.
그렇구나 그럼 이제 어떡할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좌절과 희생과 부조리가 넘치는데 피해의식이나 트라우마도 없고 이야기에서나 가능할 법한 미담이나 정의도 없다.
내 이야기 혹은 내 친구, 내 가족의 이야기면 가슴이 터져도 부족할만큼 어이없고 기구한 상황인데도 그런다. 호들갑도 과장도 없다. 가만 살펴보면 너무 현실인 이야기.

두 다리쯤 건너 아는 현실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태도가 이런 거면 좋겠다.
호들갑도 과장도 떨지 않고, 피해의식이나 상처를 덧씌우지도 말고, 이래라저래라 그들만의 정답으로 이끌려하지도 말고.
그렇구나. 그랬구나. 딱 거기서 멈추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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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읽으면 더 산뜻할. 표지가 이보다 산뜻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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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 - 우리가 몰랐던 동양철학의 모든 것
신창호.남정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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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 혹은 어떤 분야의 입문서라고 하면 좀처럼 사지 않는데, 샀다. 어떤 대담집은 한 분야를 시작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힘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각오하고 샀다.
저자 스스로 "이토록이나 잘 쓴 책"이라는 이 책은 역시나 무시무시했다. 초반에 책 끝을 너무 많이 접어서 중반에는 좀 그냥 넘어가려했는데도 다 읽고나니 너무 접어 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한 분야의 석학과 일상인의 눈높이에서 풀어낼 줄 아는 대담자의 작업일 때 나오는 힘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신화의 힘]이 다 읽어내지도 못한 조셉 캠벨의 책을 사고 또 사게 했던 것처럼 이책이 사서삼경 같은 걸 막 사게 할까봐 무서워죽겠다 ㅋㅋ 
4년만에 우리 집에 와서 내 책상에 30분쯤 앉아있었던 동생이 "언니는 이 책들을 좀..."이라고 하고 갔는데, 그 책들 치워낸 자리에 더 두꺼운 책이 쌓일까 겁난다. 이게 다 관심도 없던 동양철학을 쇼핑하듯 결제하고 싶게 만든 [알고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대화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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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경찰 Mooncop
톰 골드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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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후변화학자인 내 사랑은 언젠가 화성에 가서 살아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고 한다.


천문학도였던 우리 신부님은 때때로 우주 전체에 생명을 싹틔우는 게 하느님의 창조계획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신다고 한다.

생명을 싹틔우지는 못했지만 사랑은 싹틔울지도 모르는 이야기. 어쩌면 사랑 그 자체인지도 모르는 이야기. 혹자에겐 멜랑꼴리인지 몰라도 내겐 희망인 이야기.
도넛과 커피를 참을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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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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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모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책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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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를 각각 ‘입봉’과 ‘등단’이라는, 다른 업계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로 부르며 특별하게 여길 정도다.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청년들이 다니는, 학술연구보다는 실무 지식 습득에 중점을 두는 대학 학과도 있다.”

 

나도 그런 학과를 나왔다. 그리고 그 시절 우린 종종 구효서의 “영혼에 생선 가시가 박혀”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3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실렸던 그 소설에는 사시에 목메는 고시생이 나오는데 등단에 목메는 우리들 이야기와 다름없었다. 몇몇 선배들은 직접 만든 무크지에 ‘단(壇)은 실재하는가’라는 주제로 논쟁하기도 했다.

여전히 주류는 문단문학에 대한 논의였다. 1학년 말, 기말과제로 대중문학에 대한 보고서를 낸 나는 ‘A폭격기’라 불리던 분께 C를 맞았다. 그때쯤에야 내가 다니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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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응답자의 65.0퍼센트가 문학공모전을 거치지 않으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이 수치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을 때 나오는 답의 비율과 거의 같다.”

 

문단 안팎의 이런저런 얘기들은 흔하게 들려왔지만 ‘내부의 사다리’에 대한 이야기 혹은 고민을 깊고 풍부하게 했는지는, 글쎄 모르겠다. 작가의 저 문제제기가 놀라우면서도 흡족했던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스포일러)

장편소설공모전에 회의를 품으면서도 영화계 등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며 공모전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는 사실 의심했다. 작가 스스로 합격자로, 당선자로 살았기에 그의 문제제기는 가장 적확할 수 있지만 결국 이 시스템을 안전하게 봉합하려는 거 아닌가, 그 역시 기득권의 꼰대인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의 결론은 흥미롭게 읽히던 여러 사례와 인터뷰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신인 소설가를 위한 고민은 독자 공동체로 이어졌고, 새로운 신인 등용문이 독서공동체와 같은 독자들의 문예운동이길 바란다는 결론은 신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기엔 충분했다. 페이스북에 짧게 “<~~>을 읽었다”라고 쓰는 리뷰에 이런 의도가 담겨있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

간판에 휘둘리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정보공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진단 또한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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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의 소설과 문단 안팎의 이야기들을 일상적으로 이야기 하던 시간에서 21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당선 혹은 합격을 바라는 수십만 중 하나다.

 

문제에 대한 진단은 이미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문”단”/등”단”이라는 문제가 대학입학률과 공채/입봉/합격 등 신입이 겪는 다양한 진입장벽과 같은 결의 문제라는 걸 논증한 적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고, 나 역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이 논증의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  

 

“불이익은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 없이도 발생한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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