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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Still Walk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러니까 사람 사는 건 어디서나 다 똑같은 거다.
획기적이지도 격정적이지도 않고,
그저 사소한 미련과 설움이 만든 소심한 복수와 표리부동
겉으로는 가장 가깝다는 사람들인 가족들끼리
솔직하게 마음 터놓고 다가가기가 얼마나 힘든 지,
있는 그대로 서로를 기억하고 이해한다는 건 또 얼마나 신화에 가까운 일인지,
굳이 들춰봐도 뭐 마음 훈훈하거나 따뜻하지도 않고
사실 살면서 그게 그렇게 궁금하거나 큰 문제인 것도 아니고
다만 어쩌다 알게 되면 마음 한 켠이 잠깐 아릿한 것.
축구장 가자고, 또 오겠다고 약속해도 그냥 무심히 넘어가고
자주 오길 바라는 모친의 노골적인 표현에도
외려 어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간소하게 다녀올 뿐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고 또는 사람이 떠나고 나면
무시했거나 대수롭잖게 여겼던 어떤 행동, 어떤 말이
자신도 모르게 고스란히 체화돼 있는 것.
그게 바로 가족의 힘, 아니 무게일 거다.
무엇보다 엄마와 딸.
잠깐 다녀갈 가족을 위해 상을 차리고 또 차리고
쉬지 않고 음식을 하는 어미와
어미와 소통해야 할 내밀한 속마음은 접어둔 채 명랑하고 가벼운 딸의 언어들.
멋쩍음을 무관심으로 가장한 아비 앞에서
늘 자식을 현실보다 몇 배는 더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버리는 어미 앞에서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서 애써 훌륭하고 잘 사는 이로 포장하는 아들의 행동.
그 모두가 바로 나, 내 가족의 앞뒷면.
완두콩을 까고 옥수수를 튀기고 이런저런 음식을 만드는 어미의 손길을 그리 클로즈업한 건
세상 모든 어미는 곧 '밥'이라는 걸...
영화를 보던 날 엄마가 싸고 아빠가 부쳤다는 택배상자처럼.
걸어도 걸어도
그저 같은 풍경뿐일테지만 그게 바로 든든함일테지.
<아무도 모른다>만큼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