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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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모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책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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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를 각각 입봉등단이라는, 다른 업계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로 부르며 특별하게 여길 정도다. 그 길을 걷고자 하는 청년들이 다니는, 학술연구보다는 실무 지식 습득에 중점을 두는 대학 학과도 있다.”

 

나도 그런 학과를 나왔다. 그리고 그 시절 우린 종종 구효서의 영혼에 생선 가시가 박혀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3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실렸던 그 소설에는 사시에 목메는 고시생이 나오는데 등단에 목메는 우리들 이야기와 다름없었다. 몇몇 선배들은 직접 만든 무크지에 ()은 실재하는가라는 주제로 논쟁하기도 했다.

여전히 주류는 문단문학에 대한 논의였다. 1학년 말, 기말과제로 대중문학에 대한 보고서를 낸 나는 ‘A폭격기라 불리던 분께 C를 맞았다. 그때쯤에야 내가 다니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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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응답자의 65.0퍼센트가 문학공모전을 거치지 않으면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이 수치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을 때 나오는 답의 비율과 거의 같다.”

 

문단 안팎의 이런저런 얘기들은 흔하게 들려왔지만 내부의 사다리에 대한 이야기 혹은 고민을 깊고 풍부하게 했는지는, 글쎄 모르겠다. 작가의 저 문제제기가 놀라우면서도 흡족했던 건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스포일러)

장편소설공모전에 회의를 품으면서도 영화계 등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며 공모전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는 사실 의심했다. 작가 스스로 합격자로, 당선자로 살았기에 그의 문제제기는 가장 적확할 수 있지만 결국 이 시스템을 안전하게 봉합하려는 거 아닌가, 그 역시 기득권의 꼰대인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의 결론은 흥미롭게 읽히던 여러 사례와 인터뷰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신인 소설가를 위한 고민은 독자 공동체로 이어졌고, 새로운 신인 등용문이 독서공동체와 같은 독자들의 문예운동이길 바란다는 결론은 신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기엔 충분했다. 페이스북에 짧게 “<~~>을 읽었다라고 쓰는 리뷰에 이런 의도가 담겨있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

간판에 휘둘리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정보공개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진단 또한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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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의 소설과 문단 안팎의 이야기들을 일상적으로 이야기 하던 시간에서 21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당선 혹은 합격을 바라는 수십만 중 하나다.

 

문제에 대한 진단은 이미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문”/이라는 문제가 대학입학률과 공채/입봉/합격 등 신입이 겪는 다양한 진입장벽과 같은 결의 문제라는 걸 논증한 적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고, 나 역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이 논증의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  

 

불이익은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 없이도 발생한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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