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o Coelho


역시나 이름만 보고 무조건 사는 작가되겠다.
(나도 이렇게 네임밸류있는 작가가 되면 좋겠다.
무조건 지갑을 열게 만드는.. ㅋㅋ
역시 돈이 좋아좋아^^)

작년 여름에 이 사람 책을 처음 읽었는데,
그 후 번역된 코엘료 책은 다 사고
또 번역이 되는 족족 샀으니
코엘료는 나의 이런 충성심을 알아줘야 한다!!!
내가 이러는거 흔치 않다구요 ㅋㅋ

 
그의 코드에 깊이깊이 공감한다.
특히 신에 대한 관점과 여성심리..
어찌나 세심하게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멋진 작가들 중에는, 소설가도 그렇지만 특히 영화감독들중에는 마초들도 참 낳은데 코엘료는 참 다르다.
나는 그가 좋다. 참 좋다. 무조건 좋다.

 
<11분>
"당신 책은 날 꿈꾸게 한답니다"라는 찬사를
듣곤하는 그가 '11분'을 쓰면서 껄끄럽고 충격적인 주제 탓에 잠시 불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엘료! 섹스는 더 이상 충격적인 소재가 아냐. 내겐 오히려 베로니카가 더 충격적이었는걸^^ 평균 성교시간이 11분이라는 건 좋은 정보였어.
마리아의 일기를 보다보면 그가 진정 남자일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여자심리를, 여자가 원하는 여자를 정말 너무 잘 안다. (아내에게 그는 어떤 사람일까?)
마리아의 선택.. 진정 멋지다!!
나로서는 결코 못할 선택.

 
나는 최초의 여자이자 마지막 여자이니
나는 경배받는 여자이자 멸시받는 여자이니
나는 창녀이자 성녀이니
나는 아내이자 동정녀이니
나는 어머니이자 딸이니
나는 내 어머니의 팔이니
나는 불임이자 다산이니
나는 유부녀이자 독신녀이니
나는 빛 가운데 분만하는 여자이자 결코 출산해본 적이 없는 여자이니
나는 출산의 고통을 위로하는 여자이니
나는 아내이자 남편이니
그리고 나를 창조한 것은 내 남자라
나는 내 아버지의 어머니이니
나는 내 남편의 누이이니
그리고 그는 버려진 내 자식이나
언제나 날 존중하라
나는 추문을 일으키는 여자이고 더없이 멋진 여자이니
/ 이시스 찬가


 
<악마와 미스 프랭>
'코엘료 소설 중에서' 제일 재미없었던.. ^^;
첫장부터 흥미진진했던 다른 소설에 비해
첫장부터 다소 지루했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코드가 덜 나와서이리라.
아마도 코엘료는 성선설주의이지 싶다.
어마어마한 돈을 앞두고 결국 선을 택하는 마을 사람들.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들 나름의 탐욕과 욕망, 무엇보다 비겁함들..
역시나 재미있었지만, 내가 겪은 세상의 비겁함이 훨씬 강도가 셌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재미가 덜했으리라.
거액을 제시하며 살인을 요구하는, 그래서 악마로 간주되는 중년남성이 악마가 된 계기 -대규모 무기회사 사장이었던 그가 테러리스트에게 가족을 잃는데 그때 쓰인 무기가 자신이 만든 무기였다는- 하고, 미스 프랭이 금괴를 훔치러 갔을때 나타났던 미친 늑대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어찌나 벅찼던지..
다시 사랑을 믿어보기로 했던 것 같다.


* 세상의 모든 사랑이야기는 닮아있다.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내 것은 고유하다고, 다만 몇가지 편린들이 비슷해 공감할 뿐이라고...  인!정!
그 대상이 무엇이든 결국 지나고 나서 남는 이야기는 같다는 걸. 이성이든 친구이든 가족이든 신이든 관계없는 타인이든...

* 내 안의 타인
때론 여성같고 때론 남성같은 내 안의 타인은 종종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평범한 대신 굴곡이 적은 삶,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길, 정해진 수순 밟아 차근차근 살아가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아무리 맘을 다잡아도 분주히 오가며 나를 부추긴다. 마음 기울어지는대로 몸도 따라가라고... 결국 '내 안의 타인'의 뜻을 따르는 필라, 그녀의 모습이 통쾌했다. 나도 '내 안의 타인'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겠다^^

* 일치 혹은 합일
언제나 나의 딜레마는 '내가 원하는 나(의 삶)'과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원하는 내(삶)'가 상충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많이 걱정했던 것은 가족과 종교. 친구와 회사 역시 내가 원하는 삶과는 반대편으로 뻗은 가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진정 바라는 나는 결국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나와 같았다.
모든 사랑은 닮아있으므로, 궁극에 가서는 하나이므로.
각자의 바램대로 걷다보면 결국 제3의 길이 나타나 타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난 나를 사랑하니까, 그들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그들은 나를 무척 사랑하니까.
짐 하나를 벗은 듯 무척 홀가분하다.

나보다 먼저 '일치'를 깨달은 윤하가 무척 장하다. 보고싶다.

* 신의 여성적 면모
내 종교가 보여준 신의 모습은 늘 무서웠다.
언제나 자비로우시며 사랑으로 가득찬 하느님이지만,
그런 그를 대하려면 먼저 나의 죄를 반성하고 고백해야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고백소 앞에 서서 내 죄를 꼽으면서 나는 신이 참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고백성사를 너무 자주 보지 말라고, 사소한 건 고백할 필요없다며 귀찮아하는 신부님을 보며 신은 참 변덕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힘들때 가장 의지가 되었던 건 신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신이니까, 나를 만들었으므로 나를 사랑할 의무가 있는 존재이므로.
그러면서도 늘 꺼림칙했다.
교리에 비추어보자면 내 생각은 늘 불경스러웠으므로.
헌데 코엘료는 내가 늘 생각하던 신의 모습을 말한다.
반갑다. 반갑다. 아주 아주 반갑다.
/ 2003. 8

<연금술사>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잘히 원할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어.
온 우주가 내 편이라는데!
우림과 툼밈이 길을 안내하고
초심자의 행운이 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성공 직전의 시련이 한 숨 쉬어갈 수 있게 제동을 걸텐데,
내가 걱정할 게 무어야!

 
그저 시작하면 돼!!
팝콘 수레에 길들여지지 않을 용기만 있으면 돼!!

연금술사 읽은 직후에는 그랬는데...
그렇게 힘이 번쩍 나고 정말로 온 세상이 아니 온 우주가 내편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팝콘수레에 길들여지지 않을 용기!!!
물론 용기충천했으나, 요즘은 가끔 팝콘수레가 궁금하기도 하다 --;
 
/ 2003. 8.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그리고 일곱번째 날..."이라는 시리즈로 다시 출간되기 전에 나온 내가 갖고 있는 책의 표지. 

어디서나 20대를 사는 사람들은 막막하고 무력하고, 자기를 파괴하고픈 충동이 드나보다.
별 이유도 없이 자살을 선택한 베로니카.
정말로 죽기로 결심했는데 안타깝게도 죽지 않고 살아났다. 얼마나 황망했을까. 욱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갇히다니..

살아났지만 약물과다복용으로 일주일밖에 살 수 없다는 베로니카. 어서 빨리 죽기를 고대한 그녀지만 뜻밖에 시간이 지날수록 살고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치솟는다.

어떤 행동도 '정신병자니까'라는 한 마디로 무마되는 곳이 바로 빌레트, 베로니카는 욕망을 본능을 쫓는다. 한밤중 달빛 아래서 신나게 피아노를 치는가하면(청중은 정신분열증 청년 한명뿐) 어느덧 사랑하게된 자신의 유일한 청중 앞에서 자위를 하기도 한다. 급기야 죽을때 죽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죽겠다며 탈출을 감행한다.

치료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 돌아가길 원치 않던 환자들도 베로니카를 보면서 삶을 다시 욕망한다. 어이없게 끝난 자살시도, 그러나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심장, 불쑥 찾아오는 심장발작.. 그렇게 일주일을 살다 죽어야 할 베로니카가 삶을 꿈꾸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를 원하고 욕망하는 것은 전염성이 강한가보다.

같은 여성화자임에도, 같은 정신병동의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천국에는 새가 없다]와는 아주 다른 느낌. 물론 픽션과 논픽션, 열다섯의 독서와 스물다섯의 독서 등등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달라도 달라도 너무 느낌이 다르다. 리키를 읽는 동안에는 정신병원이라는 곳이 폭력성에 너무 화가 나고 그녀가 불쌍하고 대단타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베로니카는 의외로 훈훈하고 솔직하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더 광기에 휩싸인거 아닌가?
베로니카와 정신병동에 함께 머물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온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훨씬 솔직해지지 않을까?
/ 200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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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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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내지는 누군가 적극 추천하면

왠지 더 읽기 싫어지는데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제목도

내게는 너무 진부해

꼭꼭 읽어보란 사수의 권유에도

넹~넹~으로 넘기다가

책 사내라는 협박이 대견할 정도로

책을 안 읽는 막내가 읽겠다며

제 돈 주고 책을 사길래 나도 슬쩍

편승해 읽어봄.

 

모리...

정말로 대단한 사람!

루게릭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사람들에게 무언가 알려주고자 해서가 아니라,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도 솔직히

보여주다니...

누가 나를 업신여길까봐, 내가 상처받을까봐

진정 솔직해지지 못하고 껍데기를 쓰고 살아가거나

지나치게 솔직하고 멋대로여서

주변사람들을 불편하게 부담스럽게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언제나 어리숙하고 미덥잖은 내게도

모리는 진짜 스승이었네.

 

학생은 늘 스승보다는 부족하게 마련,

부끄러워말고 서슴없이 나도 선생님을 찾아가봐야겠다.

게으르지만 않다면... 



2004. 이천 



Morrie says


>접기

- 할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죽어있는 것

- 너무 빨리 떠나지 마라. 하지만 너무 늦도록 매달려 있지도 마라

 

-상반됨의 긴장

인생은 밀고 당김의 연속이네. 자넨 이것이 되고 싶지만, 다른 것을 해야만하지.

이런 것이 자네 마음을 상하게 하지만,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넨 너무나 잘 알아.

또 어떤 것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네. 그걸 당연시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야. ...

사랑이 이기지.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네.

 

- 우리의 문화는 우리 인간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네.

그러나 그 문화가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 말게.

... 의미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때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하네.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필요하면 한바탕 시원하게 울지.

하지만 그 다음에는 내 인생에서 여전히 좋은 것들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네.

 

-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네

 

- Mitch says : 그래서 다시 한번 일에 매달렸다. 일은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므로. 일이야말로 지각도 있고 반응을 보이는 유일한 상대였으므로.

dalha says : 알아, 일은 정말 내 뜻대로 심지어 내 맘에 꼭 들게 할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하느라 나는 더 외로워지고 비뚤어진다는 것. 미치도 알고 나도 알아

 

-경험에서 벗어나기

벗어난다고 해서, 경험이 우릴를 꿰뚫고 지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은 아니야.

반대로 경험이 자네를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게 해야 하네.

그렇게 해야만 거기서 벗어날 수 있어

...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지면, 그래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 두면, 그래서 온 몸이 쑥 빠져들어가 버리면, 그때는 온전하게 그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네. 고통이 뭔지 알게 되지. 사랑이 뭔지 알게 되네. 슬픔이 뭔지 알게 되네. 그럼 그때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경험했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럼 이젠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이라고 말이야

 

- 세상사람들은 젊음을 강조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잘들어보게. 젊다는 것이 얼마나 처참할 수 있는지 난 잘 알아.

그러니 젊다는게 대단히 멋지다고는 말하지 말게. 젊은이들은 갈등과 고민과 부족한 느낌에 늘 시달리고, 인생이 비참하다며 나를찾아오곤 한다네. 너무 괴로워서 자살하고 싶다면서...

dalha says : 가끔, 아주 가끔은 '왜 어릴 때 ~~한 것을 하지 않았을까? 왜 ~~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후회도 하지만 나도 대체로 지금 나이가 더 좋아. 적어도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는 알거든. 어릴때보다 훨씬 덜 막막하거든. 스물일곱, 서른, 마흔은 더 좋을 것 같아. 젊음이 처참하고 혹독하다고 말해준 어른은 모리, 당신이 처음이야.

 

-만일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고 애쓰는 중이라면 관두게. 어쨌든 그들은 자네를 멸시할거야. 그리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 한다면 그것도 관두게. 그들은 자네를 질투하기만 할 테니까.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열린 마음만이 자네를 모든 사람 사이에서 동등하게 해줄 걸세

dalha says : 알아요, 나도 알아요. 하지만...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지 않고, 견주지 않고 지금 자리에서 만족하고 마음을 연다는 건 정말 너무 힘들어 ㅠㅠ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이 있다고 믿네. 그것은 함께 있는 사람과 정말로 '함께' 있는 것을 뜻해. 지금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땐, 난 계속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만 신경을 쓰려고 애쓰네.

dalha says : 어떻게 하면 집중할 수 있는거지? 난 늘 집중하지 못하고 난 늘 믿지 못하는데... 정말로 '함께' 있는다는 것, '몰입'과는 다른건가? 내가 몰입하면... 아아 슬퍼!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용서해야 하네.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일이 이러저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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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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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경하는 또 하나의 인간유형은 안정된 사람이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균형잡힌 이들. 그들 속에서 안일함 혹은 안주근성을 발견한다면 잠시 실망하기는 해도 이내 또 동경한다. 절대 안분지족하지 못하므로 언제나 불만이 많은 게 바로 나이므로... 더러는 말리고 더러는 우려속에 지지해준 생활을 선택한 이후 더러는 맘에 드나 또다시 안주하지 못하고 일어서버린 내게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가던 차(궁핍해질때마다 불만은 더 커지고) 에너지는 불균형한 원자들이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는 한마디가 귀에 팍 꽂혔다. 


지난 해 가을의 막바지 순간 혹은 겨울의 초입, 나도 회사도 겨우 숨돌릴 무렵 정말 어렵게 퇴사희망을 내보인 직후 내 가방 속에는 가을내 미뤄두었던 책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들어있었다. 가을내 들고 다니던 미완의 보도자료와 팩트시트가 아니라.

추천에 앞서 선배라는 소개가 없었다면 기자가 재밌다고 한 글, 더욱이 공 공포증이 있는 내가 야구소설을 들었을리 만무하다.

프로야구 시즌마다 아빠가 그렇게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홈런과 도루의 사전적 정의 정도밖에 알지못했던 내게도 삼미의 야구이야기는 참으로 재미났다. 야구는 인생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감했으며, 책을 읽는 내내 장외홈런을 지켜보는 순간의 두근거림과 짜릿함이 바로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마치 삼미는, 이 소설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 싶었다. 대단한 위안이었다. 작명에 약한 내게는 인호봉, 금광옥, 정구왕, 감사용, 김바위, 장명부 등 실재했다는 선수들의 캐릭터스러운 이름을 보는 것도 재미였다.

오랫동안 '회사 가기싫어'를 입에 달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만두려니 아쉽고 막막했다. 경제적 불안감보다 일에대한 아쉬움이 더 컸고, 나를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떠나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은 분야를 지망한다는게 더 없이 벅찼다. 하지만 어차피 승률은 1할2푼5리, 치기 싫은 공은 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 치고 싶은 공을 찾아 한번쯤 떠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혹 어느순간에는 비웃음거리가 되어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불안함은 여전했다.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너무 일찍 프로의 무대로 뛰어들었다는 것, 그래서 덜 익은 과육의 떫은 맛을 톡톡히 본 것이었다. 나도 너무 일찍은 아닐까? 나도 덜 익은 것은 아닐까? 내심 불안에 불안.. 하지만 삼미를 아는 아빠와 그는 응원하는 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삼미를 높게 쳐주었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이래저래 그냥 관심이 갔다. 한동안 나를 들뜨게 하고 위로해주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한 선수의 이야기인데다, 이범수의 사람좋은 웃음에 괜히 한번 보고 싶은 영화였고, 2년쯤 전부터 이 영화 촬영소식을 간간히 알려오던 동기의 이름을 스크롤에서 찾아보고 싶은 맘도 있었다.

친구를 만나서도 밥 먹고 수다 아니면 딱히 할 게 없어 불쑥 보러간 영화였지만, 소설을 읽을때처럼 맘껏 신났다.

감사용, 감사용, 감사용... 당신에게 정말 감사해용~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구박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정말로 진지하게 열심히 땀을 흘렸다. 한번만 자신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포기하지 않았고, 허풍을 칠지언정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 앞에 당당해지려 했다. 믿음을 보이는 사람은 진심도 알아줄 터이므로..

요 며칠 내 머리를 맴돌던 생각, 떠난 나를 여전히 필요로 하며 찾는 이들속에 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답을 알수없는 그 생각에 우울하던 차, 감사용이 왼손투구로 던진 공이 내 머리를 툭 건드린 기분이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면 됐다고. 그걸로 됐다고. 나를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직 한번도 제대로 땀흘리지 않았으니까! 내 꿈을 위해서 진하게 땀흘린 적 없으니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나를 믿는 사람,
이 차이를 알게 되었으니 가을 핑계를 댄 우울함과 평생 지녀온 우유부단함과 게으름은 잠시 접어보자고!!!!!!!
잘한다! 할수있어! 괜찮아!를 연신 외치던 감사용 선수처럼!!

 

 

 

 
2003. 가을 / 200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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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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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다른 책은 읽고 싶지 않다"

는 카피 탓인지 정말 이 책 이후

10월 내내 제대로 본 책 한권도 없음.

 

80분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수학자 이야기.

소재주의라 하기엔 너무 따뜻하고 잔잔한.

같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메멘토]와는 너무도 다른 이야기.

 

사라지는 기억을 보조하기 위해

클립으로 옷에 덕지덕지 붙인 메모도

닳아빠진 양복도 곰팡이 핀 구두도

실제 마주한다면

냄새나고 보기싫고 절로 고개가 돌아갈 것 같은데

가정부나 그녀의 아들 루트나

참으로 진심으로...

 

나도 이렇게 따뜻한 글 쓰고 싶다.

폐쇄된 공간, 폐쇄된 기억에 갖혀사는 캐릭터이기는 마찬가지인데, 피해의식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내 캐릭터들과는 너무도 너무도 다른...

쓰는 사람이 다르니까 그런가?

 

쉽고 따뜻한 소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 한. 
 

200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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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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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때문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게바라의 여행기보다는 윌터 살레스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제작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중앙역]과 [흐르는 강물처럼]이 오버랩되면서 예고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멋진 풍경이 스크린에 펼쳐질 것을 기대했다. 물론 기대만큼 영화는 멋졌다.

체 게바라를 다소 탐탁잖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기 전 게바라 평전을 굳이 읽은 것은 프리다의 경험 때문이었다. 프리다를 읽지 않았다면 영화 [프리다]가 정말 재미없었을 터, 아마 이 영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루한 평전을 읽느라 영화를 계획보다 좀 늦게 봐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참 잘한 일.

체 게바라를 잘 모르면서도 늘 탐탁잖았다. 책꽂이에서 먼지가 먹고있는 게바라 평전을 볼 때마다 그 책을 사도록 만든 방선생님이 살짝 밉기도 했다. 좀 읽어볼까 하고 책을 꺼냈다가도 표지에 적힌 사르트르의 칭찬(체를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했던가, 가장 이상적인 인간이라고 했던가)에 다시금 반감이 생기곤 했다.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가 어떻게 '체 게바라'로 불리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면서 막연한 거부감이 앞섰다. 내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서 그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심각한 미화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티셔츠에 박힌 파이프 문 그 얼굴을 먼저 접하고, 체를 모르면 지성인이 아니라는 듯 야유했던 몇몇을 통해 그를 알게 된 탓일게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그는 콩고나 볼리비아로 가지 말아야 했다. 그냥 쿠바에 남아있거나 연로한 부모님이 애타게 기다리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가는 편이 차라리 나을 뻔 했다. 그의 청소년기, 여행기, 쿠바 혁명기, 정치인으로서의 행보까지 체는 멋지다. 인정. 하지만 콩고나 볼리비아에서의 그의 모습은 결코 멋지지 않다. 혁명에 성공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판단력은 흐려졌고, 쿠바 혁명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듯 그의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어떤 순간에는 그가 좀 미치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든다. 요절할 팔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불나방처럼 사지로 뛰어든겐가? 어쨌거나 멋지긴 하다, 체.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키려 살다 갔으니.

 

꽃은 피라고 있는 것.
알베르토가 그랬다. 꽃은 피라고 있는 것이라고. 천식으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에르네스토는 꿈을 꾸었고 혁명을 했다. 마침내 '체(친구)'라 불리기까지.. 그야말로 꽃이 아닐런지, 그래서 체가 위대한 것이겠지,

나는 요즘 피어나고 있다^^ 엄마는 늙기 전에 빨리 남자친구도 만들고 결혼도 해야한다며 한걱정이시지만 나는 사는것도 숨쉬기도 생각도 마음도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롭다. 가볍다. 스무살 언저리부터 애정을 갖고 나를 지켜본 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변화. 이십대 초반에 그리도 우울하고 아팠던 건 지금 피기 위해서였나보다. 아직은 작은 꽃, 점점 더 활짝 피울테다. 힘들이지 않고도 피울 수 있을 거 같다.

 

이건 영웅담이 아닌, 단지 일치된 꿈과 열망으로 가득차 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가끔 사람들과의 소통불능을 느낄 때 몹시 답답하다. 억울하다. 왜 저이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나, 왜 나를 받아주지 못하나 가슴은 무겁고 한숨만 나온다. 씨튼이 수녀원에 들어간 후, 일이 일순위였던 내가 회사를 그만둔 후 그 막막함은 더 했다. 나는 아마 지나친 완벽을 추구했던 듯. 싸워도 된다. 소리질러도 된다. 토라져도 되고 틀어져도 된다. 공통분모가 있으니까, 이해의 바탕을 두고 있으니까.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은 아니다.
변한 나를 인정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변했기에 앞으로 펼쳐질 시간이 지금까지보다 고단하고 안정되지 않는다면 그 결정을 내린 나를 원망하기 십상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체도 그랬을까? 그는 참 단호하다. 그 단호함을 나도 배워야겠다. 막막함에 날숨만 거듭하던 반년이 지나고, 분주했던 두어달이 지나자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히는 느낌. 단호히 포기했던 책상, 연봉을 되돌아보는 일은 이제 그만!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다.

 

남미, 남미
그곳은 도대체 어떤 땅이길래... 보이는 것마다 그리도 매혹적인가.
만드는 영화마다 ost가 이리도 훌륭한가.
갖고 싶은 ost 목록이 하나 더 늘었다.
가봐야 할 곳이 또 늘었다.

 
2004. 초겨울
코엘료, 프리다, 체, 마르께스 그리고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이런... 부에나비스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코카시안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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