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촌이라고 불리우는 곳의 한부분으로 포함된 누상동을 떠난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도 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운동을 한다는 빌미로 매주마다 와서 뭐라도 한다.
나의 모든 추억과 영혼이 이곳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제 알쓸신잡의 종로구 중구편이 문학의 밤이 된것은 나의 이런 감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으면서 또 40여년전의 누상동 골목을 헤매고 다니던 그 꼬마 계집애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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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소복히 내리니 마사지 치료도 취소하고 리흐테르의 드뷔시가 듣고 싶을 뿐이다.
마침 리흐테르 전기가 알라딘 중고로 나왔기에 잽싸게 주문했다.

리흐테르의 드뷔시 달빛 연주는 실황앨범밖에 구할수없다. 이 앨범도 1960년 카네기홀 연주실황이라 주변의 소음이 매우심하다. 그런데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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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그것을 원작으로한 영화가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면 실망하게된다.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보면 더 좋았던 경우가 많다. 시각화된 영상이 책을 읽는 경험을 더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인것 같다. 네버렛미고의 경우 원작 <나를 보내지마>를 절반쯤 읽다가 영화를 본 케이스다. <나를 보내지마>의 묘사가 좀 질린다 싶어 영화를 본 건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캐시역의 캐리멀리건은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적역이었고, 루스역의 키이나 나이틀리의 퀭한 눈빛은 클론의 절망감을 잘 표현해 주었다. 특히나 마지막 기증 장면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섬뜩했다. 어찌보면 원작에서 여러 페이지에 걸쳐 구구절절 한 설명보다 그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해 낸 것은 아닌지.

반면에 캐시 등(클론이라는 말은 인간과 구분에 내는 단어로 생각되서 이하에서는 캐시 등이라 쓴다)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알게되는 부분은 원작의 차곡차곡 쌓아가는 전개가 훨씬 와닿는다. 왜 캐시 등이 저항하지 않는지, 아니 어떻게 저항 못하게 되는지, '들었으되 듣지 못하게 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작의 구구절절함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헤일셤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의 목적을 설명하는 장면은 인간의 이기심을 극명하게 보여준 부분이라 인간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된다. 캐시 등이 영혼이 없다고 여겨야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나를 보내지마>를 읽는 동안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동일한 소재를 다뤘던 영화 <아일랜드>와 같은 영웅적인 투쟁이나 카타르시스를 주기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캐시와 토미의 억눌림이 읽는 동안 내내 전달되어져 왔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걸 증명하셔야 했던거죠, 에밀리 선생님? 우리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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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리커버판이 나온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나의 이십대는 적과 동지가 확실해야만 하던 시기였다. 성취와 개성을 드러내면 죄책감을 느꼈다. 사랑을 할 때도 우울했다. 군사독재정권에 고통받고 있는데 사랑이라니...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또한 젊은이의 치기같은 거였다. 

그렇게 시대의 무거움속에서 우울해 하던 나를 일깨워 준 책이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였다. 혁명속에서도 사람이 살고있다고, 사랑을 하는 것이 죄는 아니라고.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데올로기의 무개성화가 바로 폭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누구는 허무주의로 읽었고, 또 누구는 애로티시즘으로 읽었지만, 엄숙주의에 빠져있던 이십대의 나를 해방시켜준 고마운 책이었다. 사는 건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고, 딸기초코케익을 먹고 봄날의 곰처럼 나른해져도 된다고, 죽음을 앞에두고 오이 하나에도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상실의 시대>는 우울하거나 사는 게 뭐지 싶을 때 다시 꺼내 읽곤했는데, <사람아 아, 사람아>는 20대 때 이후로 한번도 읽지 않았었다. 새로운 판형이 나왔으니 다시 한번 읽어보는 사람아에서는 무엇을 보게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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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티는 다섯 살 - 잃어버린 시간 할란 엘리슨 걸작선 1
할란 엘리슨 지음, 신해경.이수현 옮김 / 아작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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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_마이_갓. 이 인간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걸까. 왕좌의 게임 시즌 7이 끝나서 공허한 기분을 한방에 날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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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7-10-2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좌의 게임 시즌7이 끝난 공허함을 한방에 날려주었다고 하시니 이거 안 읽어보고는 못 배기겠는걸요? ㅎㅎㅎ 제프티 하니까 왠지 조프리가 연상되고 다시금 시즌이 끝난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ㅠㅠ 아. 조프리는 싫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