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리커버판이 나온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나의 이십대는 적과 동지가 확실해야만 하던 시기였다. 성취와 개성을 드러내면 죄책감을 느꼈다. 사랑을 할 때도 우울했다. 군사독재정권에 고통받고 있는데 사랑이라니...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또한 젊은이의 치기같은 거였다.
그렇게 시대의 무거움속에서 우울해 하던 나를 일깨워 준 책이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였다. 혁명속에서도 사람이 살고있다고, 사랑을 하는 것이 죄는 아니라고.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데올로기의 무개성화가 바로 폭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누구는 허무주의로 읽었고, 또 누구는 애로티시즘으로 읽었지만, 엄숙주의에 빠져있던 이십대의 나를 해방시켜준 고마운 책이었다. 사는 건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고, 딸기초코케익을 먹고 봄날의 곰처럼 나른해져도 된다고, 죽음을 앞에두고 오이 하나에도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상실의 시대>는 우울하거나 사는 게 뭐지 싶을 때 다시 꺼내 읽곤했는데, <사람아 아, 사람아>는 20대 때 이후로 한번도 읽지 않았었다. 새로운 판형이 나왔으니 다시 한번 읽어보는 사람아에서는 무엇을 보게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