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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손에 들어온 한권의 책으로 삶이 바뀌어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화씨 451>을 읽는 것은 너무나 적절하다. 

 

책이 불태워지는 이야기라는 것만을 알고  <화씨 451>을 읽기 전에는 책이 불태워지는 이유가 독재자가 사상의 검열과 사람들의 사고를 정지시키고 독재를 원할하게 하기 위해서이겠거니 했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통해 포르투갈의 독재자였던 살라자르의 우민화 정책을 알게 되었기에 이야기가 그런쪽으로 전개되리라 지레짐작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이 불태워지는 이유는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물론 저자는 영상미디어에 의한 활자 매체의 쇠퇴가 일어났을 때의 상황들를 경고하기도 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생각의 차이가 어떻게 서로를 검열하고 결국은 보통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불태우는 지경에 다다르게 되는 지점을 더욱 비판하고 있었다.

 

 

"유색인들은 "꼬마 검둥이 삼보"를 싫어하지. 태워 버려. 백인들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싫어하고, 그것도 태워 버려, 누군가가 담배와 폐암과의 관련에 대한 책을 썼다면? 담배 장사꾼들 분통이 터지겠지? 그럼 태워 버려. 안정과 평화몬태그, 자네의 골칫거리들은 죄다 소각로 속에 집어넣는 게나을걸. 장례식은 원래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니까 통과 의례처럼 치르면 그만이야. 그럼 이교도는? 그것들도 없애 버려, 사람은 죽고 나서 5분 뒤엔 커다란 화관으로 들어가지. 헬리콥터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소각로까지 운반해 주니까. 10분 뒤엔 검은 잿덩어리로 남고, 사람들에 대한 추억이 어떠니저떠니하는 쓸데없는 논쟁은 그만두세. 잊어버리라고, 모든 추억을 태워 버리고, 모든 걸 태워 버리는 거야. 불은 현명하고깨끗하지."

"자네 반에서 특별히 ‘총명‘했던 친구, 다른 애들이 납인형처럼 멍하게 앉아 있을 때 열심히 손들고 대답하던 친구가 있지 않았던가? 다들 그 친구를 미워했겠지. 그래서 수업이 끝난 뒤에 몰려가서 때리고 짓밟았겠지, 그렇지? 그래, 물론 그랬어. 우리 전부가 똑같은 인간이 되어야 했거든, 헌법에도 나와 있듯 사람들은 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는지. 그리고 또 사람들은 전부 똑같은 인간이 되도록 길들여지지. 우린 모두 서로의 거울이야. 그렇게 되면 행복해지는거지. 움츠러들거나 스스로에 대립되는 판결을 내리는 장애물이 없으니까. 그래, 바로 그렇기 때문이야! 책이란 옆집에 숨겨 놓은 장전된 권총이야. 태워 버려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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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 여행을 다녀온 나의 영혼이 아직 알파마 언덕에서 헤메고 있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을 차리자고.. 여기는 2019년 5월 대한민국이라고.. 자꾸만 아득해지려고 하는 내 정신을 붙들어야 했다.

대단히 격정적이고 밀도가 촘촘한 소설이라 한 챕터만 읽어도 숨이 가빠와서 2주일 동안 400여 페이지밖에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뒤로 갈 수록 한 챕터를 읽고는 도돌이표가 적혀 있는 것처럼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프라두의 글들을 다시 읽게된다. 아마데우 프라두의 삶들을 알게 되고 나서야 내가 놓쳤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던 글들이 선명해진다. 

아직 결말이 남아있지만 내 생애의 책 중 하나가 될 것은 틀림없을 듯 하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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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어서 큰 문제라는 신문 기사가 연일 올라오는 상황에서 <사람의 아이들>을 읽는다는건 어찌 보면 미래를 앞당겨 체험하는 것과 같다. 몇년전에 본 <칠드런 오브 맨>이 인생 영화 중 하나라 그 원작을 더욱 읽어보고 싶었다.

영화는 조금 더 극적인 장치를 많이 가미해서 화려한 액션영화의 외피를 가지고 있다면, 원작은 아이들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세상의 정서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더 현실감이 높게 느껴진다. 결말도 영화에서는 모두가 받아들일만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였다면, 원작은 좀 더 인간의 본성과 사회체제의 본질에 근거한 결말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서 노작가는(작가가 이 소설을 쓴 것은 70대 중반이었다) 죽음을 앞둔 평의회 의원의 입을 빌려 "이렇게 또 시작되는군요.."라는 대사에서 희망만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가는 체제의 이기적인 양면성과 씁쓸함을 전달한 것 같다.

 
아무튼 아이들이 없는 세상의 암울한 미래를 지하철에서 읽다가 아이 둘을 데리고 앉아있는 부부를 보게됐는데 어찌나 다행스럽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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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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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엘래나페란데의 <잃어버린 아이이야기>를 읽은 후 읽게되어 사라진 아이와 그 부모의 절망감이 겹쳐졌다. 그러기에 주인공의 심리에 조금의 공감도 가지않았다.
때론 소재가 주제에 앞서기도 하는데 저자가 이 소재로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좀 의아했다. 연속된 우연과 인간 운명의 비극성을 말하고자했다고 해도 이런 소재였어야했는지. 다만 스토리와 심리묘사를 풀어가는 스타일은 상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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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문화다
홍대선.손영래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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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해빙모드로 인해 월드컵 열기가 없다고 걱정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역시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점심시간에 월드컵 얘기로 대화의 꽃을 피웠다.
월드컵은 국가주의를 금기시하는 독일마저도 마음껏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는게 허용되는 시기다. 남미에서 축구는 종교다. 왜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하필 축구가 세계인의 가슴을 이렇게 뛰게 하는 걸까. 4년에 한번씩 월드컵때만 축구를 보는 나같은 사람마저도 매경기마다 감동을 한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적 역사적 맥락을 지닌 문화라고 말하는 이 책은 축구를 기술적 측면보다는 스토리로 볼수있게 해준다. 축알못들에게 내가 꼭 권하는 책이다.
PS. 어제 잉글랜드와 파나마 경기에서 6:0으로 끌려가던 파나마가 월드컵 첫출전 첫골을 넣었을 때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던 파나마 응원단과 그걸 전세계 축구 중계진이 축하해주던 장면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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