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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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에게 트랑이 있다면 나에게는 종로구 누상동이 있다. 지금은 서촌이라고 불리우며 트랜디한 동네로 여겨지는 그곳. 그곳에서 사십여년을 보내고 이사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지금도 가끔 찾아보는 누상동집에 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않는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빠가 안방에 앉아 계실것만 같은 그곳. 아빠가 벽돌 하나하나 지고 날라 몇년에 걸쳐 지었던 내방과 안방이 눈에 선하다.
알랭에게 빌카르티에 숲이 있다면 나에게는 인왕산 코끼리바위가 있다. 봄이면 아카시아가 지천으로 피던 그곳. 하루종일 코끼리바위 근처에서 뛰어놀다가 해가 뉘엇뉘엇지면 집으로 돌아오곤했었다. 인왕산이 나에게는 놀이터였고 힘들고 지칠때면 한참을 울다 내려오던 힐링의 장소였다.
누상동은 지금은 서촌이라 불리우며 멋진 카페와 맛집들로 채워지고 있지만 내가 어릴때 살던 그곳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살던 달동네였다. 매일 밤마다 누군가의 집에서는 삶의 고단함으로 부부싸움의 고함이 들려오던 곳. 말썽피우는 아이들에게는 매타작이 일상이던 그곳. 그러나 아침이 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아줌마들의 수다스러움으로 가득차던 골목이 있던 그곳.
그리고 이제 그 세계는 모두 사라졌다. 나의 모든 하루하루들이 작별의 나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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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2-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촌에 가본 적이 있어요. 두 해 전이네요. 누상동이라는 이름이었군요.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주는 리뷰, 고맙습니다.
특히 김화영 번역이라 찜해두고 있던건데 어서 장바구니행 해야겠어요.

one fine day 2016-02-13 16:25   좋아요 1 | URL
지금의 서촌은 누상동 누하동 옥인동 내자동 내수동 사직동 적선동 등등을 한꺼번에 이름하여 부르고 있은 곳입니다. 조금조금한 동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곳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