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
- 예루살렘상 수상 인사말 중
하루키의 소설에서 항상 느껴왔던 것은 개인의 이야기를 하지만 개인을 누르고 있는 세계와 시스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험한 시스템 속에서 묵묵히 버티며 자신의 책임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 하루키는 어떤 중요한 전환점에서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요즘은 너무 여러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고 있어서 한권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머리속이 정돈되지 못한 요즘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자기 전에 이 책 저책 들추기만 하고 있는데... 이 책들을 언제 다 끝내게 될는지..

영원의 아이.
상권은 일찌감치 끝냈는데 하권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일드 영원의 아이와 함께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와타베아츠로가 죽는 결말을 미리 봐서 인지 하권 중간쯤에서 더 이상 진도가 안나간다. 이러다가 영원의 책이 되는 것이 아닌지..
따지고 보면 내가 이 책 저 책 들추게 된건 철서의 우리 때문이다.
이건 머 아무리 악명의 쿄코쿠 나츠히코지만 스토리는 전개가 안되고 일본 불교의 역사를 주구장장 상하권에 걸쳐서 읊어 대고 있으니 질려버릴 수 밖에.
암튼 이 책도 중권 중반쯤에서 멈춰버렸다.

주말에 외출할 때 가볍게 들고 나가서 차안에서 읽으려고 시작했는데.. 문제는 요즘 너무 피곤해서 차만 타면 잠이 들어버린다는... 그래서 첫권에서 진도를 못나가고 계속 되돌이표 중이라는.. 그냥 포기하고 영화를 볼까 싶기도 하고..
이윤리의 단편집이다.
잠자기 전에 한편씩 읽었는데 "그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가장 인상 깊다. 혼자 살고 있는 여인이라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서이겠지만...
아무에게서도 상처받지 않겠다는 단단하게 여며진 마음이 전해졌다고나 할까.
마지막 단편 "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만을 남겨두고 아껴 두고 읽지 못하고 있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팟캐스트로 즐겨 들었는데 강신주 무려 철학박사는 금요일의 게스트였다.
40대 초반의 어느 남성이 세상 사는 것이 시들하다는 상담이 있었다. 강신주 박사는 이에 대해 세상을 유리벽을 쳐놓고 관조할 뿐 직접 뛰어들어 살지 않는 삶은 관속에서 사는 삶이라며 폭풍속으로 나오라는 조언을 했다. 그 이야기가 나와 같아서 흠... 하고 많이도 찔렸더랬다.
암튼 강신주 박사는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은 얄팍한 위로가 아닌 세상을 두눈 부릅뜨고 직면하고 상처를 마주 볼때만이 상처를 치유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술술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주제는 아니기에 그때그때 맘에 드는 챕터를 무작위로 읽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읽은 책 중 유일하게 끝까지 읽은 책이다. 그만큼 아주 가독성이 좋고 재밌다. 시사인에서 주진우 기자의 기사를 읽어보면 너무 드라이하고 팩트의 나열이라 사실 기사가 주는 임팩트는 약한 편이다..(그런 의미에서 조*과 동*의 기사들은 너무 임팩트가 강해서 기사라기보다는 선동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도 그럴줄 알았는데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감탄하며 읽었다 그의 기사 글발이 그렇게 드라이 한것은 책에도 적었듯이 항상 고소를 염두해 두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암튼 내가 재작년 최고의 영화로 꼽았던 '부당거래', 너무나 가슴 아팠던 최진실의 죽음이 모두 그와 연관이 있었다고 하니 그를 발견한 것이 너무나 반갑다.
언제나 매카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요즘처럼 뉴스를 볼 때마다 속에서 울분이 치솟을 때는 잔인하고 거친 매카시의 소설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펴들었는데 한번에 훅하고 빠져들었지만.... 읽다가 만 다른 책들에게 미안해서 다시 덮고 책장에 꽂아 두고야 말았다. 어서 다른 책들을 정리하고 매카시를 읽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