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서 책이 더 좋을 듯 싶었는데 예상이 맞았다. 영화에서는 알기 힘들었던 소년의 마음이 느껴졌다.
1부는 소년이 어른이 되는 이야기이며, 배반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다보니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생각났다.
건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문장도 좋다.
한나가 떠나고 미카엘의 상황을 묘사한 서너페이지는 내가 사랑을 잃고 지내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게했다... 어떤 종류의 상실은 평생토록 회복되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밀레니엄은 구판이다. 난 구판의 난해하지만 엉뚱해 보이는 표지가 더 좋았는데... 암튼 2009년 구정 연휴를 밀레니엄과 함께보냈다.
추천자들의 말대로 저녁 8시에 읽기 시작하면 새벽 5시쯤에 한권이 끝나고. 담날 낮에 하권 읽고. 또 저녁부터 2부를 읽고 했더니 꼬박 2일만에 4권을 완결지었다.
1부는 미스터리는 그냥 양념이고 주인공들의 캐릭터 탐구가 더 흥미를 유발한다. 작가의 구상은 10부작이었다고 하니 1부에서는 캐릭터 설정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만능해결사 리스베트의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꿔야 했던 아픈 과거가 모습을 드러낸다.
깡마른 여자 해커 리스베트는 말괄량이 삐삐의 오마주라고 하니 역시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 미카엘은 토미??? 리스베트의 과거와 사건들이 숨쉴틈 없이 이어져서 스릴 만점이다. 연휴에 읽기에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리스베트와 미친 원탁의 기사들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 섹션의 공격과 미카엘진영의 방어가 매우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막강한 흑기사들이 등장해 주어 섹션의 음모가 너무 빨리빨리 분쇄되서 다소 싱거울수는 있겠으나 나는 그저 통쾌할 뿐이었다. ㅎㅎ 다 무찔러 버려라! 얍!
등장인물들이 몇배나 많아져서 좀 헷갈렸고, 초반 굴베리의 과거를 통해 알려주는 스웨덴 현대사 부분은 내 지식이 일천한 지라 좀 지루했지만... 3부는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리고 아나키스트 리스베트는 마음 여는 법을 조금 배운다.
섹션으로 대표되는 국가주의, 전체주의, 보수매파들에 대한 견제세력으로서의 언론의 중요성.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가치, 개인의 인권보호... 지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암튼. 3부로 끝나버렸으니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의 행방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마치 12개의 단편소설을 보는 듯하다. 아기자기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즐거운 책읽기를 선사한다. 마지막에 이 모든것을 계획한 키다리 아저씨가 짜잔하고 나타날 줄 알았는데,, 람 모하메드 토마스를 어여삐 여기시는 힌두알라예수님의 기적이었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