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멘타 하인학교> <필경사 바틀비> <야생 속으로>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를 샀다. 이 4권의 책은 내 나름의 기승전결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 구입한 것이다.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읽진 않았지만 이 책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판되었을 때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읽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나 지금이나(아직 읽지는 않았음) 나는 이 책의 주제를 '조용한 퇴사'로 이해하고 있다(어쩌면 아닐지도). 이런 하인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지만 나는 항상 과락을 면하는 정도만 유지하고자 애쓰면서 지낸다. 더 잘하지 않으려 주의하고 노력한다. 더 잘할 수도 있지만, 더 유능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필경사 바틀비도> 읽지 않았지만, 읽지 않았더라도 이건 뭐 그냥 다 읽은 거나 다름없지. I would prefer not to 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이거면 충분하니까. 하지만 이 말이 의미가 있으려면 소속(사회?)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는 변함없이 자기 자리에 머물렀다. 내 사무실의 붙박이였다. 아니, 그는 전보다 더-그것이 가능하기나 하다면-붙박이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해. 그런데 왜 거기에 계속 있어야 하지? 명백한 사실은 이제 그는 내게, 목걸이로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감당하기도 괴로운, 맷돌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나는 엿새의 시간을 주고 바틀비에게 무조건 자리를 비우라고 최대한 예를 갖춰 말했다. 그동안 다른 거처를 구할 조치를 취하라고 통고했다. 그가 사무실을 나가기 위한 첫 행동을 취하기만 하면 다른 거처를 구하는 일은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바틀비, 자네가 마침내 여기를 떠날 때 완전히 빈손으로 떠나지 않도록 해주겠네. 이 시간 이후로 엿새일세. 기억하게."

그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나는 칸막이를 뒤를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헉! 바틀비가 거기에 있었다.

나는 코트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몸의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향해 나아가 그의 어깨를 건드리고 말했다. "시간이 다 되었네. 자네는 여기를 떠나야 해. 여기 돈이 있네. 미안하네만 자네는 가야 하네."

"그러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그가 등을 돌린 채로 대답했다.

"그래야 하네."

그는 침묵을 지켰다.

<필경사 바틀비 / 허먼 멜빌>


회사를 언제 휴직하고 언제 그만두나,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나를 주제로 여동생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내가 한 말 "그런데 사회적 내 자리잖아. 내 거란 말이지. 내가 입사할 때 계약한 총 급여와 근무년수가 있잖아. 내가 성범죄, 공금횡령 등의 범죄를 짓지 않는 이상 그들은 나를 해고할 권리가 없어. 오히려 내가 일을 그만둬 주면 더 좋아할 거 같은데. 불복종이 취미인 나 같은 직원이 알아서 사표를 내주면 회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울까!!!" 그랬더니 여동생은 "그럼 계속 다녀."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바틀비스러운 고집도 <야생 속으로>와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을 읽은 후에는 '내 자리, 내 거라는 생각도 부질없다, 인생 공이다 하겠지 ㅋㅋ.' 하게 될지도.


내 안에는 바틀비뿐만 아니라 부처(비슷한 것이라)도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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