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차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K는 참 부지런한 살림꾼이다. 꽤 오랫동안 영화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매일 청소와 빨래를 하고, 잘 모르는 레시피를 찾아 요리하기도 즐긴다. 친구들을 불러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이는 것을 좋아한다. 언젠가는 생일을 챙기지 않고 혼자 집에 누워 있는 나를 불러다 파스타와 미역국을 해 먹인 적도 있다. 내 경우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사노동만 하고 산다. 옷은 벗은 자리에 뒤집힌 채 화석처럼 굳어 있기 일쑤이며, 설거지도 하기 싫어서 좁아터진 집에 식기세척기까지 들였지만, 버튼을 누르기가 귀찮아 컵과 젓가락이 쉬이 쌓인다. K는 이런 나를 퍽 추잡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여긴다.

반면에 '직업' 혹은 '창작'이라는 영역에서는 우리 둘의 모습이 완벽히 뒤바뀐다. 앞서 소개한 대로, 7년 동안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만 하고 있는 K와 달리, 나는 여섯 권의 책과 장편 드라마 한 편을 썼으며, 사이사이 라디오와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물론 K도 여러 편의 영화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긴 했지만 6개월 이상 꾸준히 다닌 직장은 없었다). K는 이런 나를 보며 항상 질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대체 언제 쉴 작정이야? 죽으면?"이라고 말하곤 했다. 내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일상을 영위하는 너무 중요한 일들이긴 하지만... 아무튼)을 하느라 정작 자신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그러니까 장편 시나리오 집필)을 등한시하는 K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비방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 박상영>


내가 기준에서는 박상영도, K도 과락이다. 박상영은 가사일에서 F, K는 직업(자아실현?)에서 F!!


서울에 사는 두 동생집을 차례로 방문하고 돌아왔다. 사는 꼬라지가 둘 다 미쳐있고, 내 맘에 들지 않았다. 둘 중 누가 더 문제냐면 그건건 당연 여동생!!!!!



1. 남동생

남동생은 살림을 잘한다. 집도 깔끔을 넘어 모델하우스처럼 해 두고 지낸다. 옷장은 고급의류매장 쇼룸처럼 해두었다. 같은 종류의 옷걸이, 옷과 옷 사이의 충분한 간격, 컬러 배치까지(남동생과 나는 의생활이 매우 중요한 부류이고, 나 역시 옷장 정리는 완벽하게 해 둔다.) 내 맘에 쏙 들었다. 맘에 드는 건 여기까지.


식탁 스위치 위에 뭔가가 붙어 있어서 "이게 뭐고?" 했더니 식탁 스위치로 조명을 켜고 끄는 게 귀찮아서 블루투스를 설치하고, 폰으로 조정한다고 했다. 모든 가전의 on/off를 스마트폰 어플, 입(클로버, 지니, 하이엘지 등등)그리고 특정 제스처(팔을 쭉 뻗는다든가)로 실행하고 있었다. 작년에 입주를 한 새 아파트라서 상대적으로 스마트홈 기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집이 스마트하지 않다고 했다. 더 완벽한 스마트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스마트 하인(클로버, 지니 등등)들을 하나로 통폐합하고 싶다고도 했다. 


싱크대 위에 흰색의 정육각형 모양의 뭔가가 있어서 "저건 뭔데?" 했더니 행주 세탁기라고 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적당한 가격을 두루 갖춘 행주 세탁기를 찾는데 시간이 매우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행주 세탁기를 관리하는 것에도 품이 조금은 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느니 그냥 손세탁을 하겠다."라고 했더니 그게 더 귀찮다고 함. 


반면 나는 제법 넓은 세탁실(여동생 왈, 엄청난 빨래터!! 요즘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못 할 공간 낭비다.)이 있다. 세탁실에도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고 상부에는 손빨래용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보조주방을 세탁실로 만들었다고 보면 됨. 행주 세탁기와 손빨래를 위한 세탁실 중 누가 더 미친 자 일지... 서로를 비방해 보자!!


아무튼 남동생은 생활 속에서 몸을 사용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문명(더 발전한 미래)이라고 여기고 계속해서 그 방면으로 생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모든 불편은 기계로 대체한다, 3분 이상 걷는 거 아니다. 대중교통 절대 이용 안 함. 운동은 운동시간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지, 생활 속에서 운동한다고 엘베 대신 계단으로 걷고 하는 건 어리석다. 등등 . 탄소발자국 엄청 찍고 다니는 놈이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주제에 자녀는 낳는 어리석은 자. 내가 늘 "너는 베이비도 낳을 거면서 왜 니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보호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냐?"라고 하면 "어차피 다 망했는데."라고 할 뿐, 자신의 자녀가 살아낼 세상은 그저 꽃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이런 한심한 인간이 나의 이촌이라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니 픽사 애니 <월 e>에 나오는 엑시온 사람들처럼 되는 게 장래희망이가? 그거 보면 재킷 입혀주는 로봇도 있다. 사람들이 걷지 않고 공중부양하는 의자 타고 다닌다(몸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모두가 비만). 그게 니가 바라는 '철이의 기계인간'(남동생은 은하철도 구구구를 너무 좋아해서 철이와 메텔이 프린트된 옷만 입고 다닌 적이 있었다.)이가?" 라고 했더니 "월 e가 뭐고?" 라고 했다. 아 무식한 새끼. 월 e도 안 봤단 말인가!!! 




2. 여동생

여동생이 이사를 했다. 여동생이 서울 온 김에 자기 집에도 들려서 집 정리정돈 좀 해달라고 했다. 나 역시 여동생 집을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그것은 최신 구조의 새 아파트라서가 아니라 그 집이 5*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리도우미 겸 초고층(50층이 넘는) 하우스 체험을 위해 나의 휴가를 기부 및 사용하기로 했다. K장녀의 일생이란 무엇이며, 이촌이란 도대체 뭔가(외면하기 참 어렵)...


여동생은 청소는 잘하는데(집이 더럽지는 않다), 정리정돈을 할 줄 몰라서 집이 늘 어질러져 있다. 이전에 살던 집도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거였는데 그런 깔끔한 새 집을 잔뜩 어질러두고 창고처럼 사용했었다. 두 식구 사는데도 집이 가득 찼었다(동생 남편은 심각한 호더, 집이 넓어졌으니 이제 또 얼마나 사 모을지 생각만 해도 공포 ㄷ ㄷ ). 나는 "너네 옆 집은 4인 가족에 반려견까지 있다며? 그 집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거?"라고 물었더니 "어쩔 수 없으니 그냥 가는 거지. 서울은 집이 너무 비싸니까..."라고 했다.


이사 간 집은 더 넓었고 현관과 거실에 각각 제법 넓은 팬트리가 있었다. 거실 뷰는 압도적이었다. 서울 시내가 파나로마로 펼쳐졌고 저 멀이 롯데타워가 화룡정점처럼 우뚝 서 있었다. 거실 창문의 방충망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 방충망을 여는 순간 여기가 5*층이라는 생각이 들어 팔에 소름이 돋고 속이 약간 울렁거렸다. 폰 떨어뜨리면 아주 박살이 나겠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저녁에 롯데타워를 중심으로 펼쳐진 서울 시내를 보면서 빅씨스 홈트를 하니 나도 이것이 맨해튼 맛인가 싶었다.. 유튜버 빅씨스는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데 그녀의 홈트 영상의 배경은 언제나 맨해튼 시내였기 때문.


동생은 보름 전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정리해 준 그대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정리 및 배치를 못한 건 아닌데 뭔가 어긋나 있었다. 예를 들면 싱크대 상부장에는 유리그릇들이, 그릇 수납용 하부장 서랍(그릇 수납용 서랍은 비싸다. 나는 이걸 2세트 설치하고 싶었는데, 가격을 보고는 1세트만 설치하는 걸로 했었다.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위생팩 나부랭이들이 ㅠㅠ)에는 위생장갑, 행주, 고무장갑, 위생팩 등 가볍고 깨어지지 않는 주방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붙박이장의 이불칸에는 침구가 구운 김처럼 쌓여 있었다(이런 수납 정말 극혐이다).


정리는 8시간*2일+야근 2시간 걸렸다. 이 정도 정리면 일당 50만 원*2일+보너스까지 줘야 할 거 같은데, 이촌이 뭔지 무료봉사 해드림. 심지어 요리도 내가 함. 여동생 왈 "언니는 회사 잘려도 걱정 없겠다. 이 실력으로 마린시티(해운대) 가서 입주 가사 도우미 하면 되겠다. 그 집 애들 등하교 도우미도 하고. 학습 튜터도 해주고. 요즘 한국인 가사도우미 구하기 진짜 힘든데. 월 삼, 사백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아무 말이나 씨부려댔다. 


2-1. 정리 1일차. 주방과 팬트리 2곳 정리.

여기를 정리하면서 나는 동생 남편은 생활 장애 또는 정신이상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냉장고에는 검은 액체가 가득 담겨 있는 2L 크기의 유리병 6개가 있었다. 그리고 1.5 패트병 2개. 여동생에게 "저게 뭐야?" 라고 물었더니 제부가 직접 만든 맛간장이라고 했다. "저렇게 많은 걸 누가 다 먹어?" 했더니 주변에 친한 사람들 오면 나눠준다고 하면서 언니도 한 병 가져가라고 했다. 저 간장병 때문에 750L 냉장고가 가득 차서, 반찬통을 테트리스 하듯 쌓아 넣어야 했고, 냉장실 공기 순환이 잘 안 되서 음식이 빨리 상한다고 여동생은 푸념했다. 그게 푸념을 넘어, 일종의 불안이 된 것인지 같은 내용의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 엄청난 잔소리에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냉장고에 파프리카 6개 있는데, 그거 빨리 안 먹으면 상한다고, 빨리 먹어야 한다고 계속 말했다. 그래서 나는 "걱정하지 마라, 파프리카 썩기 전에 다 처리해 줄게."라고 말하면 동생을 안심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파프리카+크래미+삶은 계란+마요네즈로 샐러드를 만들어서 식빵에 얹어 먹는 식으로 일부 처리하고 남는 건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가져 왔다(내 집 냉장고에 있다ㅜ). 여동생은 칼질을 하지 않는다, 못한다. 손이 둔하달까... 그래서 내가 채썰기를 하자 "언니는 진짜 못하는 게 없다." 하면서 옆에서 우두커니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상추도 있었는데, 상추 썩는다고 걱정과 잔소리를 계속... 발사믹 식초(식초가 없었음, 이것은 겉절이 계의 오리엔탈 소스인가!!)+고추가루+수제 맛간장(맛은 좋았다!! 인정)+깨소금으로 겉절이를 만들어서 먹었다. 4끼 정도 겉절이를 먹은 듯. 마지막에 보니 양상추도 있어서 양상추+상추로 겉절이를 해서 처리했다. 


동생 남편은 장보기와 요리만 하는 이기적인 놈이다. 식자재 정리정돈, 요리 재료 재고 정리 및 유통기한 확인, 설거지 등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방에 거대한 고오급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는데, 그걸 커피를 마시지 않는 여동생이 관리한다. 커피 찌꺼지 조차 한 번도 꺼내서 버린 적이 없다고 했다. 하... 미친 새끼. 내 여동생은 뭐가 절박해서 이런 가사능력 F인 새끼랑 결혼을 한 것일까...(내 추측이지만 여동생은 서울특별시 소재의 그럴싸한 아파트가 필요했던 거 같다...) 


동생 남편은 여러 가지 정신병적 집착이 있는데, 평소보다 식자재가 저렴하면 무조건 구매한다는 것이다. 예의 그 파프리카!! 파프리카가 싱싱한데 세일까지 한다? 대량구매를 하는 것이다. 집에 와서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고 정리하고,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고 상하는지를 살피는 건 다 여동생의 몫. 그러니 여동생은 계속 불안한 것. 저거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하는데, 상하는데...하면서도 여동생 본인은 요리를 잘 못하고,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기까지 하니...이런 동생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지팔지꼰하는 걸 말릴 수도 없고. 어쩌면 여동생은 서울 아파트 부심 하나로 버티는 거 같기도 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더욱이 시골에서 주택살이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서울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싸모님의 마음은 몰라! 알 수가 없어!! 


거실 팬트리를 정리하는데 BOSS 가죽 서류 가방이 빵빵하게 가득 차 있길래 열어보니 태화고무장갑(핑크색) M사이즈 10개씩 2묶음이 들어 있었다. 놀라 자빠지는 줄. 고무장갑이 왜 가죽 서류 가방에?? 여동생 말로는 남편이 대충 아무데나 넣어둔 거 같다고. 싱크대 정리할 때도 고무장갑 2묶음(20켤레)과 낱개 몇 켤레를 발견했다. 그때는 뭐 좀 많네 했는데, 팬트리에서도 발견하자 약간의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왜 이렇게 고무장갑이 많냐? 어디서 얻었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고무장갑 싸게 판다고 50켤레를 샀다고 했다. 와 씨... 정신병자! 사이즈도 전부 M. 본인은 절대 설거지 따위 하지 않겠다는, 배우자만 설거지며 손빨래 시키겠다는 결의인가!! 아니면 남자가 머선 고무장갑이고, 맨손이면 다 되지 하는 기개인가!! 실제로 셀프세차장에 가면 맨손으로 세차하는 남자들이 많다. 나는 "일 년은 52주고 2주에 하나씩 쓴다고 해도 저거 다 쓰려면 2년이 걸리겠다. 고무는 오래 두면 삭아서 버려야 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동생한테 말했다. 동생 역시 힘없는 목소리로 "못 고친다. 그냥 집 안 내력이야. 시부모, 시누이 다 저래."라고 말했다. 저것은 체념인가 해탈인가!!! 


그리고 헬리녹스!!

수 년째 메리어트 호텔 vip 등급(이 등급이 자존감인 사람.. 에효...)을 유지 중인 제부는 단 한번도 캠핑을 간 적이 없다. 사람이 호텔 vip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캠핑을 취미로 하면, 집에서는 언제 자나? 내가 방문한 때에도 동생 남편은 푸켓에 새로 지은 메리어트 리조트로 바캉스를 가고 없었다. 메리어트 호텔 사용 실적을 쌓겠다는 집념으로 일주일 여정의 국외 가족여행(시부모와 시여동생, 부모와 사이 안 좋음)간 것. 난 여동생에게 "니는 왜 안 갔는데?" 했더니 "거길 내가 왜 가. 제주도 2박 3일 정도면 가겠는데 일주일을 시부모랑 여행하라고? 하와이라도 가기 싫다." 라고 했다. 


언젠가는 가고야 말 캠핑(치토스도 아니고)을 위한 캠핑 장비가 현관 팬트리와 거실 팬트리에 가득 있었다. 어떤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택배 박스 그대로. 여동생은 이제 헬리녹스 글자만 봐도 짜증 난다고 했다. 헬리녹스 및 기타 캠핑용품은 모두 현관 팬트리로 이동 시킴. 


다시 호텔 vip로 돌아가 보자. 팬트리에는 에어 비앤비를 부업으로 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수량의 호텔 어메너티가 있었다. 호텔 일회용 칫솔이 최소 200개 이상 있었음. 호텔 칫솔은 품질이 별로라서 본인 칫솔 가져가서 쓰고, 호텔 칫솔은 집에 가져온다고 했다. 청소할 때 등등 솔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200개를 언제 다 쓰나... 사실 우리 집에도 동생에게 얻은 일회용 칫솔이 30여 개 정도는 있다ㅠ 여동생한테 얻은 메리어트 호텔 비누도 30개 정도 있다. 손 씻을 때, 빨래할 때 쓰는 중. 나라면 다 쓰지도 못할 어메너티는 호텔에 그대로 두고 올 거 같은데, 동생 남편은 그런 면에서 마음이 찢어질 듯한 가난뱅이 짠돌이라서 못 두고 오는 것이다. 버려두고 오기가 너무 아까운 것이다. 이것은 마음이 너무 가난한, 돈 많은 사람의 정신병인 것인가?!! 나로서는 이해불가의 영역. 호캉스 1박 할 돈으로 일일 가사 도우미 고용해서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면 될 것을, 집은 창고처럼 방치하고 그 핑계로 호텔에 가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여동생은 어디서 이런 정신병자를 고르고 골라 결혼했을까...


캠핑을 가지도 않으면서 캠핑 장비를 계속 사고,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치해두고, 호텔 vip에 집착하고. 하...병자...


그리고 정말 심각한, 문제의 비닐봉지!!!!!!!

거실 복도 끝에 벽장이 있는데 그 벽장 옆 장식장 아래칸 가득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두꺼운 재질의 투명 비닐봉지가 쑤셔 박혀 있었다. 꺼내 보니 2평은 족히 될 듯 큰 봉지였다. "도대체 이런 거대한 봉지를 어디서 구했어?" 하고 물으니 이삿짐센터에서 소파 포장할 때 사용한 거라고 했다. "이건 쓸 일도 없는데 버리지?" 했더니 제부가 이런 건 구하기 쉽지 않다고 소중하게 챙겨둔 거라고 했다. 하... 이건 또 뭔가!!!! 미친놈. "버려도 모를 거 같으니 그냥 버리자."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이런 유니크한 건 기억한다고 했다. 아... 미친 새끼!! 봉지를 잘 개켜서 벽장 제일 윗 칸에 넣어다. 그 칸을 다 차지함. 


주방 싱크대, 팬트리에서 뭔가가 들어 있는 봉지를 계속 발견했다. 그 봉지 안에 뭐가 들었냐 하면 ㅋㅋㅋ 봉지가 잔뜩 들어 있었다. 약간 두꺼운 검정 봉지(위생팩 M 사이즈 정도 크기) 수 십장(이걸 하나하나 펴고 접어서 적당한 크기의 지퍼백에 수납함), 각종 크기의 면세점 비닐 가방... 그리고 아... 호텔 런드리 봉지!!!!!!!!!!!!!!!!!!!!!!!!!!!!!!! 끝없이 끝없이 나오는 호텔 런드리 봉지 수 십장.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도 있었고 새 것도 있었다. 여동생은 체념한 목소리로 "이사 오기 전에 내가 엄청 버렸는데, 내가 못 발견한 것이 저렇게 많았네."라고 함. 저건 전부 제부가 다 여기저기 쑤셔 박아 넣은 것이라고 했다. 왜 버리지 않느냐고 했더니 있으면 또 여기 저기 쓸 곳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투명한 큰 봉지들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버릴 때 쓰려고 그 봉지들은 내가 가져왔다. 20리터(아무튼 거대한) 정도 부피의 봉지들을 3리터 정도로 줄인 듯. 봉지 접느라 손가락 지문이 다 닳아버린 느낌이었다. 빈 선반 없이 꽉 차 있던 팬트리를 50%만 채워진 상태로 정리 완료.


아무렇게나 자리 잡은 물건들을 다 꺼내서 마침맞은 위치에 배치하는 것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한 나절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8시간 풀타입 정리하고 저녁 먹고 더 정리했으니 ㅠㅠ


2-2. 정리 2일차. 옷장

안방에는 12자(문이 7개)정도 되어 보이는 붙박이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 문 1개 칸만 동생 옷이고, 나머지는 전부 동생남편 차지(하부 4칸은 이불칸은 제외). 이게 끝이 아니라 작은 방에 있는 붙박이장도 동생남편 옷이 들어 있다는 것. 그 옷들의 절반은 유행이 너무 지나서 입지 않는, 작아서 입지 못하는 옷들. 안 입는 건 버리자고 해도 다 비싼 옷들이라며 버리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결코 다시 입을 일이 없는 작아진 청바지들 20여 장을 3단으로 접어서 장롱 제일 위 선반에 넣었다. 신혼집에서는 마루, 브렌따노 같은 브랜드의 옷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건 버리고 이사했구나. 태그를 떼지 않은 새 옷,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옷도 많았다. 필요하지 않아도 세일을 하면 산다 함.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시부모들도 지나가다가 세일하는 거 있으면 사서 주고(부모가 사준 옷 절대 안 입는데도 불구하고) 여행 가서 아들딸 준다고 기념옷도 계속 사 오고(태그도 뜯지 않은 넘나 예쁜 알래스카 여행 니트를 보고 나는 추모의 눈물을 흘렸다. xs이었으면 내가 얻어 입는 건데.)이라고 했다. 총제적 난국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같다.


파우더룸 옆 워크인 클로젯(여동생 전용)에는 이삿짐 센터용의 거대한 봉지 안에 의류 잡동사니(양말, 목도리, 속옷, 손수건, 장갑 등등의 잡화)가 이사 온 날 형태 그대로 들어 있었다. 여동생은 이걸 어디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대로 처박아 놨다고 했다. 언니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하... 미치겠다... 내 동생은 또 왜 이 모양인가!!! 남의 아들 욕할 입장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여동생은 어릴 때부터 정리를 못했다. 고등학생 때 침대가 붙어 있는 면을 제외한 3개의 벽면에 벽면을 따라 문제집을 빈틈없이 놓아둔 걸 보고, 내가 방 꼬라지가 이런데 공부가 되냐고, 책장에 문제집 좀 꽂으라고 했더니 다음날 북경대학교 기숙사 사진을 보여 줬다. "원래 공부하는 애들은 정리 안 해."라고 하면서. 모니터 속 북경대 기숙사 방은 온갖  책들과 생필품이 널려 있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난잡한 방이었다. 문제지도 출판사별, 색깔별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만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내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풍경이었다. 


이불 커버 속 오리털 솜은 끈을 걸지 않아서 한쪽으로 다 쏠려 있었다. 이불 커버를 뒤집어서 솜을 넣는 방법과 이불을 개는 방법(퀸 사이즈 이불은 일단 대문 접기하여 큐브 모양으로 만들어서 이불이 단독으로 이불칸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함. 그래야 꺼낼 때 쉽고, 다른 이불과 간섭이 없이 정리정돈 됨)을 가르쳐 주고 실습도 시켜줬다. 대문 접기가 뭔지도 모르는 여동생은 하...유치원을 다시 보내야 하나...<TV 유치원 하나둘셋> 김영만 아저씨의 종이접기를 주야장천 봤음에도 불구하고 대문 접기를 모르다니. 


3. 무능

나는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여 가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무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소설가 박상영도 무능한 것이다. 삶의 프로라면 직업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시간과 체력과 정신력)를 100% 소모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집안일을 할 에너지는 반드시 남겨둔다, 내 커리어가 망가질 지언정. 커리어가 중요한 만큼 내 생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특히 회사에서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는 남자들이 자신이 얼마나 업무적으로 유능한지 은근 과시할 때마다 속으로 '아 저 가소로운 새끼.' 라고 생각한다. 


동생 남편도 무능하다.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집안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세탁도, 청소도, 정리정돈도, 쓰레기 분리배출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 살았으며, 결혼 후에는 계속 여동생과 살았으므로. 동생 남편이 집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물건 찾기라고 했다. 물건을 아무 데나 쑤셔 넣어 두니 필요한 순간에 찾지 못하고 또 새로 구매하는 것의 무한반복. 그러면서도 본전 생각나서 물건을 버리지도 못하는. 제부의 부모님도 호더이며 정리정돈을 못하고, 내 여동생은 호더는 아니지만 정리정돈을 못 하는데 하필 호더 남편을 만나서 아주 그냥 집정리를 포기한 채로 지내는 중이었다. 집 정리정돈을 다 끝내자 여동생 왈 "이런 호텔 같은 집은 난생처음이야. 이런 양말 서랍장은 꿈에서도 상상한 적이 없어."라고 말했다. 



4. (운전할 때)나보다 빨리 가면 미친 놈, 더 늦게 가면 병신

모든 것을 스마트폰과 기계에 의존하는 남동생도 정신이 이상한 거 같고, 물건을 계속 사모으고 버리지는 않는 동생 남편은 모든 면에서 정신병자 같고, 불안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반복하는 여동생도 이상한 거 같고. 정리정돈을 못하는 여동생을 보면 마치 가수 오지은 같기도 하고(단 오지은과 달리 여동생은 청소는 잘 함. 집에 더러움이 없다. 설거지도 미루지 않는다). 내 부모는 진상 부모 그 자체이고. 내 주변에서 정상인은 나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타인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상한 사람 또는 정신병자로 보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취향이 너무나 견고하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려고 하며, 타인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고(신뢰를 가져야 할 대상이었던 부모를 신뢰하지 못했다. 그냥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면서 모든 과업을 수행하면서 살아냈다. 타인은 전부 내 짐일 뿐, 다들 나에게 도움만을 요구했다.

''내가 제일 잘났어.' 하는 편이기도 하다. 내가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점을 남에게 인정해 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인정욕구는 0에 가깝다. 나는 스스로에게 인정받으면 그만이다. 자기평가가 중요할 뿐. 이런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지독하게 외로운, 병신 그 자체로 보일 수도 있다. 같은 이치로 나 역시 타인의 인정을 지나치게 바라고 요구하는 사람을 불쌍한 병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내 엄마는 나에게 좋은 부모로 인정받고 싶어했(한)다.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부모가 나를 방임한 만큼 나 자신이 내 부모가 되어 나를 돌봤고, 그 방임이 얼마나 싫은지 절망적인지 알기 때문에 어린 동생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봐 주었다.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이 존재한다면 부모는 언제나 강자(또한 나에게 생로병사와 고집멸도의 그 고집을 준 사람들로서 은인이라기보다는 가해자에 가깝다)이며, 동생들은 약자다. 그래서 나는 부모에게는 냉정을, 동생들에게는 애정을 준다. 이렇게 글은 써도 일촌이라는 것은 미스터리해서 이번에 서울 갈 때 엄마를 내 차에 태우고 같이 갔다. 딱히 할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기에 대화는 나누지 않음. 엄마는 여동생 집에서는 밥 한 끼만 먹고 내려갔는데, 여동생 왈. 엄마 있었으면 집 엉망인 거 잔소리 엄청 들었을 텐데, 엄마 없어서 좋다고 했다.


5. 내집이젤조아

두 동생들의 집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드라이기였다. 드라이기에 왜 그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 다이슨이면 5분이면 될 것을 필립스나 JMW는 10분 이상 걸리니...특히 JMW는 송풍구가 너무 길어서 이건 드라이를 하는 건지 손들고 벌을 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매일 쓰는 드라이기에 돈을 아끼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내 집에 와서  다이슨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데 그 편안함과 속도감이 100배는 더 좋게 느껴졌다. 또한 '아, 드디어 나의 스윗홈에 돌아왔구나!' 싶었다. 


나는 천천히 드립커피를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남동생집에는 보급형 캡슐 커피가, 여동생집에는 거대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었다. 얼죽아인 사람들이야 캡슐이나 에스프레소가 필수겠지만, 나는 한여름에도 뜨겁거나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혹은 상온의 물만 마시는 사람. 드리퍼에 종이 필터를 씌우고 커피 가루를 넣고 드립용 주전자로 물을 붓는 그 과정이 없는 커피는 나에게 커피가 아닌 것이라는 걸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처음 인도 식당에 갔을 때 나는 손으로 밥을 먹었다. 웨이터가 못마땅하게 바라보면서 "지금 막 배에서 내렸나보군요?"라고 했다. 나는 허옇게 질렸다. 조금 전까지도 음식을 음미하는 미뢰였던 손가락이, 웨이터의 눈길에 더러운 게 되어버렸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죄인처럼 손가락은 얼어붙었다. 감히 손가락을 쪽쪽 빨 수가 없었다. 난 죄지은 듯 냅킨에 손을 닦았다. 웨이터는 그런 말이 내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몰랐다. 살에 못을 치는 것 같았다. 나이트와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런 도구는 써본 적이 없었다. 손이 떨렸다. 큰사슴 고기가 맛이 없어졌다.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비단 음식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의 행위에서 나는 이제 익숙한 것이 제일 좋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른 장소에서 하루 이상 지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점점 더 강하게 집의 편안함을 느낀다. 내 침대, 내 화장대, 내 책상, 내 의자가 제일 편하다. 그 편안함 속에서 안정감과 안도감을 되찾게 된다. 이것이 나이 듦에 따른 보수화인가?


문체부 유튜브에서 잼버리 Kpop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다. 일단 알아볼 수 있는 아이돌이 아이브와 뉴진스 말고는 없어서 충격 ㄷ ㄷ ㄷ. 편집의 사기일 것이 뻔하긴 하지만, 저 청소년들은 새만금 잼버리 기간 동안 엄청난 개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저리 표정이 좋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경험치가 적고(그러니 뭘 경험해도 신기하고 즐거운!), 체력이 좋은 청소년(더욱이 스카우트를 좋아하는 성향까지)이라서 그런 걸까?


대학생 때 나는 여름방학에 일본 여행을 가는 친구들을 도른자라고 생각 했다. 한여름의 도쿄?? 왜 고생을 사서 하나.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 여행은 동유럽과 이탈리아였는데, 지구온난화가 덜했던 2000년대 후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체력이 좋은 20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븐에서 익는 듯한 유럽의 더위를 체험(에어컨 없고, 얼음도 없는 ㅜㅜ 로마에서 에어컨과 얼음 음료가 있는 곳은 맥도날드가 유일했다 ㅠㅜ)한 후 나는 다시는 여름에 위도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곳에는 절대 여행 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굳이 간다면 북유럽이나 호주 정도(두 곳 모두 여름 휴가에 다녀옴. 여름에 같은 여름으로 절대 가지 않음. 동남아는 겨울에만 감).

내 마지막 여름 물놀이는 2020년 제주도 모 호텔의 야외 수영장이었다. 그때 잠시 태양빛이 덜 할 때 야외 수영장에서 놀았을 뿐이었는데 탄 자국이 다음 여름이 올 때에야 겨우 회복된 것을 보고는 태양을 두려워하는, 필사적으로 태양을 피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피부가 흰 편이었고, 다른 사람보다 덜 탔고, 탔더라도 금세 원래 색으로 잘 돌아와서 태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led 조명에서도 피부가 타는 것(천계영 만화 <언플러그드보이>를 보면 현겸왈. 형광등에도 자외선이 있을 수 있잖아 ㅋㅋ) 마냥 피부 톤이 어두워졌다. 노화란 정녕 무서운 것이다. 

물놀이에 큰 흥미가 없기에 요즘처럼 냉방이 잘 되는 시대에는 여름 휴가가 아닌 봄가을 휴가가 더 일반적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비분강개하며 주장하는 편이다. 수년 전 추석연휴와 휴가를 이어 붙여서 가을의 로마와 파리를 다녀온 후로는 더더욱 여름 땡볕 여행은 '돈을 줘도 사양합니다.' 하는 인간이 되었다.


이런 나인지라 굳이 자비를 들여 여름 잼버리 캠프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이 다른 인류처럼 여겨진다. Kpop 공연이 주는 도파민을 고려하더라도 저런 해맑은 미소가 어찌하여 연출되는가? 정말 미스터리!!!!!


6. 타인

얼마전에 '타인은 필요조건'이라는 온라인 친구의 글을 읽었다. 최근에 이 친구의 의견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사례가 있었기에, 타인은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라는 내 생각을 곱씹는 중이다. 타인 뭘까? 나에게 대다수의 타인은 병신 아니면 미친놈인데 ㅠ


p.s. 위에 쓴 글을 기꺼이 들어주고 공감해 줄 타인이 있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긴 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걸 잘하지  못하기에... 그러니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소리치는 심정으로 계속 일기를 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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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2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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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3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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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3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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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4 1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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