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즐겨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을 보면 침샘에서 침이 솟구치는 것처럼 사람을 보면 사회성이 흘러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 시간과 체력은 한정적인데 굳이 부족한 사회성을 끌어모아서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이유가 있나? 


오늘 웃긴 얘기를 들었다.
알베르토(가명)가 나에게 "너 같은 사람은 혼자 지내야 해. 너 사회성이란 게 있어? 사회생활이 돼? 그러니까 니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지. 혼자 책이나 읽고 있지" 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미 혼자 지내고 있는데? 주변에 사람 없는 게 어때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처럼 무리생활을 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거고, 나는 그 반대라서 혼자 지내는 건데. 혼자 있는 게 쉬운 줄 알아? 적어도 정신력이 강하니까 혼자 지내는 거야. 나약한 인간은 혼자 있고 싶어도 혼자 못 있어. 알기나 해? 사회성 따위와 비교하지 마."라고 했더니 알베르토는 "너 사람이랑 대화가 돼? 너는 소통불가야. 벽이야. 거대한 벽. 사람들한테 물어봐. 다 니가 이상하다고 하지." 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 그럼 양자역학 같은 건 다 이상한 거겠네? 다수가 이해하지 못 하니까. 자본론이나 헤겔철학 같은 것도 다 이상한 거겠네? 다수가 이해 못하니까. 대화의 정도가,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 인기가요 순위 매기듯이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니가 이해 못 한다고 해서 나에게 소통불가라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도 소통불가인 건 마찬가지 아닐까?" 라고 했더니 알베르토는 나에게 쌍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한 대 칠 것 같은 행동을 했다. 그래서 나는 에어팟을 귀에 꽂고 kpop를 들었다. 
알베르토는 태양인일지도.

알베르토는 매우 이상하다. 나랑 대화하고 싶지 않다면서 찾아와서 엄청난 말을 쏟아내고 가곤 한다. 나는 들어준다. 다만 수용하지 않을 뿐. 그랬더니 오늘은 나더러 사회생활이 가능하냐 등등의 반응을 보였다. 내가 좀 맑은 눈의 광인 같은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하긴 하는데, 이 점이 상대방을 확 돌게 하는 거 같다. 살면서 알베르토처럼 말문이 막히면 쌍욕, 인신공격, 육체적 위협을 하는 인간들을 많이 봐왔다. 알베르토는 "너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그렇게 침착할 수가 있냐? 차라리 욕을 해. 그게 낫다." 라고 했다. 

알베르토는 다시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나라면 싫은 사람한테 와서 1시간 넘게 말을 쏟아내고 가진 않을 거 같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알베르토가 처음이 아니다. 사람들은 나와 친해지고 싶은데 내가 친하게 지내주지 않으면 꼭 사회성 부족, 친구 없지?, 성격 진짜 이상해, 또라이라고 한다. 나는 사람한테 저런 말하지 않는다. 그냥 무반응, 무시해버린다. 

친화력(사회성)이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그저 공중도덕이나 교통법규 잘 지키고, 내 할 일 성실하게 하고, 세금 내고, 가끔 내가 좋아하는 디올이나 사고, 영화나 책 감상하면 그만인데? 사람이랑 대화하는 거 보다 혼자 일기 쓰는 게 더 좋은데. 나는 종종 가족, 지인 등등이 나를 자신들이 소유한 희귀템 정도로 여긴다고 느낀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사고방식이 안드로메다인 사람이 있는데 말이야 하면서 자신의 인맥의 깊음을 과시하는 거 같다는 느낌.

p.s. 도대체 책 읽는 거랑 혼자 있는 거랑은 또 무슨 상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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