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근육통만 있는 몸살 기운이 있었다. 경미했기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몸을 움직이면 근육통이 없어질 거라고 여겼으나 아니었다. 강도가 조금 더 세졌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야밤에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아파지거나 그 정도로 심각해지지 않더라도 주말 내내 끙끙대면서 자연 치유하는 것에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쓸 것 같았다. 안되는데, <더 글로리> 봐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더 글로리> 볼 체력이 바닥나버릴 거 같은데. 


집 근처 내과에 전화해 보니 토요일이라서 늦어도 12시까지는 병원에 와야 진료 가능하다고 했다. 11시 40분에 꾸역꾸역 옷을 갈아입고 아픈 몸을 이끌고 걸어갔다. 날씨는 참으로 좋았다. 기상청 정보상 19도! 완연한 봄. 3월 초가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나? 식목일 전후의 기온이다.


병원에는 환자가 1명도 없어서 바로 진료받고, 2분 상담, 주사 1분, 처방전과 결제 1분. 병원에 5분도 머물지 않은 거 같았다. 반대로 약국에는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렸다. 약봉지를 받아서 약국을 나오니 토할 것 같았다. 그리고 주저앉아 있고 싶었다. 대신 횡단보도 앞에 있는 차량진입 차단봉에 기댔다. 주사를 맞은 왼쪽 엉덩이가 욱신거렸다.


집에 오자마자 점심을 먹고, 밥 먹기 정말 싫은데 꾸역꾸역 먹었다. 마지막 쌀알 한 톨도 꾹꾹 씹어 먹었다. 다행히 국은 내가 좋아하는 쑥국. 반찬도 다 귀찮아서 산삼만큼 귀하다는 초벌 정구지(부추) 무침만 먹었다. 이렇게 건강한 것만 먹는데 왜 나는 아플까. 내 몸의 건강 수치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줄줄 샌다. 


최근에도 건강검진했다가 또 수치 안 좋아져서 엉엉 울고, 열심히 먹는데 살은 찌지도 않고. 조금 더 빠졌다. 빠질 살도 없는데. 이제 나는 살 빠지는 게 속상해서 체중도 쟤지 않는다. 뭘 먹어야 살이 찌는지도 이젠 모르겠다. 동생은 "예민해서 그렇다. 맘이 편해야 살이 찌지."라고 하는데 나는 고1 때부터 이 나라에서 사는 게 불편했고, 그때부터 살이 빠졌다. 고1 입학하고 두 달 만에 3키로 빠졌으니...


어제저녁에 운동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피곤해서 바로 잤다. 조금 전에 다음 주 운동 예약해 둔 거 2건 취소했다. 운동할 체력도 지금은 없구나 싶어서. 


몸이 아픈 것도 마음이 아픈 것도 견디고 싶지 않다. 인생이 주는 고통을 직면하고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만이 인생의 참 의미를 아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면 난 그냥 훌륭하지 않은, 인생의 참 의미 같은 건 모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병원 문 닫기 전에 병원 다녀온 나를 칭찬하며... 

병원 문 열린 시간에 아팠던 것도 다 내 복이라고 생각하는 이 긍정의 태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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