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자신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간다. 그것이 내 것과 지나치게 다르면 화가 치밀고, 지나치게 비슷하면 슬퍼진다. 그뿐이다.

<1973년의 핀볼 / 무라카미 하루키>




최근 팟캐스트 <밀림이 왕>을 듣고 있다. 

원래도 내가 계획적이고 치밀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인지는 알 수가 없었기에

그저 막연히 추측만 할 뿐이었다.

이 팟캐스트를 듣고 나서야 

어쩌면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계획적인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토록 타인이 힘들었을지도.

사실 나는 좀 과하게 계획에 의존하는 내가 약간 자폐의 기질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계획뿐만이 아니라 기록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생활에서 소비하는 많은 것들이 대해서 항목별로 따로 공책에 적어 둔다.

연간 주유사용량, 연간 주유비, 도시가스, 전기, 수도, 자동차세, 재산세, 전자제품 구입 날짜와 AS내역, 드라이클리닝한 옷 목록, 네일아트, 마사지 등등 각 항목별로 따로 페이지를 마련해서 한눈에 소비 추세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또한 통계와 평균도 좋아해서 

평균수면 8시간 이상 유지하려고 잠을 의욕적으로 잔다던가

월 10회 필라테스 출석을 위해서 이번 달에 9회 출석이면 다음 달에는 기어이 11회 출석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계획(목표)을 세우면 대부분 실천하는 편이다. 실천하기 너무 어려운 계획은 세우지 않기도 하지만 일단 세운 계획은  실천한다. 계획을 실천했다는 쾌감이 크기 때문이다. 덤으로 자기효능감도 높아진다. 


내가 <밀림의 왕>을 듣는 이유는 미루는 심리를 이해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미루는 성향은 고칠 수 없다는 것 정도다. 

미루는 사람은 그냥 피하자... 


우리는 각자의 시스템 속에서 각자 살아 가는 존재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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