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고 낡고 병들어 가고 있다. 내가 고기를 목적으로 사육당하고 있는 어린 닭이나 어린 돼지였다면 진작에 관리자로부터 도태당했을 것이다. 닭이였다면 목뼈가 270도로 비틀려지면서 꺾이는 방식으로 도태당했을 것이고 돼지였다면 한 번 바닥에 패대기쳐짐 당한 후 코와 입에서는 피를 쏟아내고 여기 저기 탈골된 상태로 분뇨 구덩이에 버려지는 방법으로 도태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도 국민건강보험금을 원천징수 당하는 어엿한 인간인지라 그런 일은 당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 더 높고 좁고 불편한 응급실 침상에서 여러 가지 처지를 받으면서(항생제에 흠뻑 절여짐 당한 고기와 뼈) 응급수술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늙고 낡고 병든 또 하나의 짐승이었을 뿐이었다. 


기온은 봄같고 강풍을 동반한 폭우는 여름비같다. 스타벅스에서는 캐롤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나는 토피 넛 팝콘 트리 프라프치노를 먹고 있다. 늙고 낡고 병든 내 몸 상태를 고려해서 우유는 저지방으로 선택. 


만사가 형통하다. 아픈 것만 빼면, 내가 늙고 낡고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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