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에서 연날리는 장면을 보다가 갑자기 어렸을 때 연만들기 하던 게 생각이 났다. 요즘은 어렸을 때 생각이 정말 자주 떠오른다. 폭삭 늙어버린 나를 보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언제 이렇게 나이가 먹어서 흰머리 염색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아무튼, 학교 준비물이 연만들기 재료였다. 문구점에서 연만들기 재료를 사고 싶었었는데 아빠가 대나무를 깎아서 연살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근사한 방패연을 만들고 싶었던지라 연살이 6개는 필요했었는데, 손재주가 전혀 없었던 아빠에게 6개의 연살은 무리였다. 그래서 연살이 2개만 있으면 되는 가오리연을 만들수 밖에 없었다. 종이는 엄마가 오려준 창호지. 연살이 이쑤시게 만큼 가늘었어야 하는데 나무젓가락만큼 굵었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 연은 날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무거운 연살때문인듯 했다. 대나무를 깎는 아빠를 미심쩍어 하면서 아빠 옆에 쭈그려 앉아 있던 게 문득 생각이 났다. 2020년 현재 이런 아빠는 매우 가정적이고 자상한 아빠의 표본일지 몰라도,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건 오직 가난해서였을 뿐이었다. 

아무튼, 내 부모 두 사람은 돈이 들지 않는 모든 건 최선을 다해서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돈 드는 건 거의 해주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 시절 바람이 부는 겨울날에는 누군가는 꼭 그 장소에서 연을 날리고 있었다. 그걸 발견하면 나는 벙어리 장갑과 외투를 주섬주섬 껴입고 연 날리는 장소(나무도 없고, 전봇대도 없는 곳!!)로 달려나가 나도 좀 날려보자고 친구를 졸라서 잠시 잠시 연날리기를 할 수 있었다. 


또 겨울에는 얼음썰매도 많이 탔다. 원래는 위험하다고 못타게(얼음 녹아서 물에 빠져 죽을까봐)했는데 아빠가 어떤 땅주인과 협상해서 안전한 땅에 약간의 물이 고이게 하고 그게 얼게 만들어서 그곳에서 안전하게 썰매를 탔던 기억이 있다. 일년 내내 창고에 보관했던 얼음 썰매의 스틱과 썰매의 날 부분에 슨 녹을 사포로 반질반질하게 닦아낸다. 나는 아빠 옆에 쭈그려 앉아서 이런 저런 요구사항을 말한다. 아무튼 돈이 들지 않는 모든 요구사항은 체결된다. 하지만 손재주가 없는 아빠가 수선해준 썰매가 잘 나갈리가 없다. 친구랑 경주를 하면 항상 내가 졌다. 그러면 나는 또 집에 가서 아빠한테 썰매 날을 더 날렵하게 갈아달라, 아니 날을 바꿔달라, 스틱이 이상하다 스틱의 못을 다시 박아달라 이런 저런 요구를 했었다. 어떤 친구들은 눈썰매장을 가고 사람들은 스키라는 것도 타고 그랬었지만, 나는 계속 공터에서 얼음썰매를 탔었다. 군데 군데 녹이 쓴 날을 가진 핸드메이드 썰매로. 


이상하게도 요즘은 생전 떠오르지 않았던 어린 시절,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나름 즐거웠던 일화들이 아련히 떠오르곤 한다. 요즘 아이들은 어디서 연을 날릴까?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연날리기 같은 건 필요가 없을지도.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에는 연을 날려야 제 맛이긴 하지만 연날리기만큼 즐거운 무엇인가로 미래에 비하면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나름 즐거운 일화를 요즘의 어린이들도 만들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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