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 엄마 뱃속 9개월에 관한 모든 오해와 진실
애니 머피 폴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둘째를 임신하고나서 임신한 여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개월별, 주제별로 분류하여 과학적 실험 결과들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임신한 여인들에게 한 때 체중을 철저히 조절할 것을 요구했던 의사들은 과연 옳았던 것일까. 임신 초기의 영양부족은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음식이 해롭고 어떤 음식이 이로운 것일까. 임신부들에게 괜찮다고 처방했던 약들이 정말 안전했던 것일까. 임신부의 스트레스는 태아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등. 뱃속의 태아가 그저 기생하고 있는 독자적인 개체가 아닌, 엄마와 밀접하게 연결된 몸의 일부로서,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 각종 장기들을 갖춰가는 순간순간에 처해있는 생명체로서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안내를 하면 글쎄, 제법 괜찮은 책 같지만, 현재 임신 9개월로 출산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다른 임신부들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의 과학적 실험 결과는 물론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지만 과학적 결과라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닌데다, 안그래도 각종 금기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인들에게 이러이러한 문제로 저러저러한 문제를 가진 아이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높아졌느니 하는 말들을 계속 늘어놓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 주어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각 장의 결론 역시 애매한데다, 뚜렷한 이유없이 마지막에 작가가 제왕절개를 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도 도무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태아의 고통에 대한 마지막 장에서 태아에게 가장 고통없는 출산방법이 제왕절개였기 때문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데다, 이런 종류의 결론은 자칫 제왕절개가 좋은 출산방법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도무지 이 책에는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ㅡㅡ;

 

국가간 문화적 차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육아서나 교육지침서를 읽으면서 점차 깨닫게 된 것 중에 하나는 외국인의 육아서를 읽지 말라는 것이었다. 살아온 생활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 이토록 다른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육아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내 경험에 하나의 예가 되어주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혹은 과학적인 실험들과 그 결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의, 그저 태아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 정도가 이 책을 읽어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그닥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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