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국 주방장 보름달문고 38
정연철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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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이벤트 때 선물 받은 책인데, 지금까지 읽기 목록에서 밀리는 바람에 한쪽에서 계속 읽어달라고 외치고 있었던 이녀석. 제목과 그림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이녀석. 이녀석을 어젲밤에 펼쳐보았다. 그림도 재미있었지만 글도 꽤 재미있었다. 제목만 보고는 장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단편 모음이었다. 이 단편들은 모두 청소년들의 성장의 단면을 그리고 있었다. 

주방장이 되고 싶은 병국이. 엄마에게 자신의 꿈을 인정받지 못한 채 오늘도 고군분투 노력중이다. 눈물겨운 노력끝에 남아있는 거라고는 태워먹은 그릇과, 연기폴폴 주방. 그리고 엄마한테 맞아 생긴 상처뿐이지만, 절대로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는 병국이의 마음을 들으면 어쩔 수 없는 웃음과 함께 호텔 주방장이 된 병국이의 모습을 뿌듯이 상상해 보게 된다. 

외계인친구1호는 왕따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외모의 특이성에 따라 붙은 별명인 외계인 설정 때문인지 공상과학같기도 했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아예 외계인으로 정의해버리는 편협함. 외계인이 스스로 친구를 찾아냈으니, 이제 서로 친구가 되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독립만세는 철부지 모녀의 이야기다. 할아버지네 집에 얹혀 살게 되었으면서도 자신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두 모녀를 보면서 아마 누구나 혀를 끌끌 차게 되지 않을까. 독립 만세는 이 두 모녀가 외치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집 안에서 외치고 있는 것 같은데. ^^;;

쑥대밭에서는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느껴진다. 우리 어린시절에 한번쯤 있었을 법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불퉁거렸던 어느 날이 떠오르는 알싸한 이야기다. 껌은 풋풋한 초딩시절의 줄다리기 같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동경과,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왠지 밀어내고 싶은 친구와의 이야기. 이것도 역시 누구나 한번쯤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런지. ^^ 쿵쿵을 읽으면서는 박완서의 '소음공해'가 떠올랐다. 아파트에서 자주 일어나는 소음문제이지만, 서로 만나지 않고 해결하려고 들기 때문에 더더욱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해 보았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성장소설이라는 느낌이다. 줄거리도 복잡하지 않고, 주인공의 성격도 명확하다. 그래서 조금 심심한 감은 있지만, 지금 중학생이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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