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도시 피렌체라 한다. 꽃이 많은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두오모를 보니 그게 꽃인가 싶다. 피렌체의 중심에 피렌체의 상징, 꽃처럼 아름다운 두오모.



두오모, 쿠폴라, 종탑.

쿠폴라에는 안 올라갔다. 종일 걸어다녔는데 464개 계단을 올라갈 기운도 없거니와 같이 올라갈 사람도, 올라가서 만날 사람도 없는 걸.





   두오모 측면

  해질녁, 종탑

  건물사이로 보이는 두오모의 쿠폴라

  

아레노강 북쪽의 모든 대로는 두오모로 통한다. 어디서나, 멀리서도 보이는 두오모.







아레노 강가에서 바라본 베키오 다리.
13세기에는 무두질가죽 가게와 정육점이 즐비해 냄새가 고약한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보석상의 거리이다. 



베키오 다리 위.



우피치 미술관. 한시간 반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



단테 조각상.



조각상들 사이에서 조각상인 척 하고 서 있는 곡예사.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은 식물군의 묘사가 자세하고 사실적이다. [봄]에는 200종이 넘는 다른 식물들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봄]은 원래 누군가의 침실에 걸렸던 그림이라는데, 그럴만하다 싶다. 아늑하고 어둑한 정원에 화사한 꽃들, 조화/지혜/아름다움의 신들 평온하게 노닐고, 제피로스와 클로리스는 곧 운우지정에 빠질듯 (플로라로 변신하기는 했지만- 플로라는 또 그대로 걸어나와 침대위에 꽃이라도 뿌려줄 것 같다), 세 여신의 품새는 요염, 헤르메스도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 같고, 큐피드의 화살에 맞으면 또 한 커플 생기겠다.  

[비너스의 탄생]은... 비너스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제피로스와 클로리스의 포즈가 볼수록 야하고, 제피로스의 뽈록 나온 배가 자꾸 웃긴다. 그림의 주제와는 반대로 탁한듯 바랜듯 칙칙하고 우울한 색감-- 어울리지 않은 것들의 절묘한 결합이 좋다.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예수님이 아가였을 때 요셉은 이미 할아버지 나이였던가? 그럼 정말 마리아가 아깝잖아... 그리고 마리아 언니 팔뚝 근육이 장난이 아닌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꼭 보고 싶었는데, 도쿄로 놀러갔다 한다.

시뇨리아 광장.
  
피렌체는 정말 아름다운 옛도시이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은 게 흠. 길거리를 걷다보면, 이탈리아어보다 영어와 일본어를 더 많이 듣게 된다.

시뇨리아 광장에 면해 있는 베키오 궁전 -옛 피렌체공화국의 정부청사.
건물 앞으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복제상이 서 있다. 

 

벨베데레 요새에 이르는 '산 조르지오의 비탈길'

벨베데레 요새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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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다녀왔습니다. 이래저래 비행기와 공항에서 하루 반을 보낸 셈치고, 피렌체에서 이틀, 볼로냐에서 사흘 반, 시에나에서 이틀을 지냈습니다. 역시 좋아요, 이탈리아. 제일 좋아하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마셔주시고, 각종 치즈와 파스타, 리조토, 스테이크 (토끼, 송아지, 소, 꿩, 멧돼지) 열심히 먹었죠. ...너무 맛있어요.

볼로냐는 일하러 간 거니까 늘 하던 일을 했고 (같은 말 22번 하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시에나였어요. 시에나는 피렌체에서 기차나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남쪽으로, 와인과 치즈로 유명한 토스카나주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적지는 않지만 피렌체나 베네치아와는 달리 외국인들보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아요. 내국인에게도 하루나 이틀 주말 여행으로도 좋은 곳입니다. 산 지미냐노, 끼안티, 피엔차,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 아레초 등등에 한 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습니다. 시에나에서 일주일쯤 묵으며 이런 곳들을 하루씩 다녀오면 좋겠습니다.

테라스 문을 열고 걸어나가니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에나의 두오모입니다. 초록색 줄무늬 종탑이 단순하면서 아름답습니다. 건물의 부조들은 사람이건 짐승이건 그대로 튀어나올 것 같아요.






두오모 안의 Libreria Piccolomini


http://paradoxplace.com/Perspectives/Italian%20Images/Montages/Siena%20&%20South/Siena.htm

시에나의 두오모는 12세기에 가공되어 14세기 중반에 세 배쯤 더 크게 지을까 했는데, 짓다가 흑사병 때문에 곤란해져 버려서, 처음에 짓기로 했던 만큼만 완공했다고 합니다. 크게 지으려다가 만, 남은 흔적입니다.






햇빛이 좋으니 바랜 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 원래 그러자고 한 거라는 데 한표.

피자 반판을 기울여 놓은 것 같은 생긴 캄포 광장입니다. 




Photo (c) James Fletcher








여름이면 이 광장에서는 유명한 Palio delle Contrade 라는 말경주가 열립니다. 시에나는 17개의(옛날에는 23개) 콘트라다가 있는데 (마을마다 각기 다른 문장 깃발이 있습니다)



아침에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말과 기수를 축하하는 미사를 드리고, 시에나 시민 모두가 광장에 모입니다. 중세의 차림을 하고 깃발을 던지고 내기를 하고 난리라는군요.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밤에 캄포 광장을 지나 호텔로 가려하니 광장이 떠들썩합니다. 나중에 묻기로 무슨 행사가 있었냐 하니까, 늘 그렇답니다. 한밤중에 젊은 애들은 다 광장에 주저앉아서 술마시고 노래하고.... 우리도 그 무리에서 끼어서 프로세코를 사들고는 광장에 드러누웠는데, 기울어진 광장의 비탈 때문인지 건물들이 안으로 쏠려 보입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선이 아름다워요.





시에나는 전설에 로마를 세운 쌍둥이의 아들이 세웠다 합니다. 그래서 곳곳에 "늑대와 쌍둥이" 상이 있어요.

햄, 프로슈토가 주렁주렁 달린 가게

피엔차와 몬테풀치아노를 방문하는 그룹투어를 했습니다.
가는 길은 계속 이런 풍경.







피엔차는 염소치즈가 아주 맛있답니다.



몬테풀치아노 와이너리 와인천지.









와인 테이스팅도 하고. 



내수용으로 3천병만 생산한다는 몬테풀치아노 한 병은 2년쯤은 묵혀야 할 듯 합니다. (과연...?) 나머지 두병은 벌써 뜯어먹어 버렸죠. 돌아온지 2주가 지났는데 일 많고 바빠, 눈에 가득 담아온 풍경들이 벌써 아득하지만, 그래도 사진 볼 때마다 마음은 훌쩍 시에나로 가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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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7-05-1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부러워 부러워~
그 와인 한 병 말이야, 나한테 넘기는 건 어때? 내가 2년 잘 묵혀서, 마실 때 널 부를게. 좋지? ㅎㅎ

merced 2007-05-1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nice try. 2003년산이고, 이제 마셔도 되니까 꺼내놓은 거긴 할 텐데 그래도 2년쯤 지나면 더 맛있을 것 같단 말이죠. 하지만 2년간 잘 보관할 능력이 안되는데다 유혹에 약해서....

좋은사람 2007-05-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물 사이사이 스며든 햇살이 좋다. 토끼를 먹다닛!
 

고문진보 후집(산문)- 올해 꼭 읽기로 한 묵은 책 중 하나.
고문진보는 송나라의 학자 황견이 당송시대의 유명한 글을 묶은 것인데, 조선 선비들의 필독서였으며 중국에서보다 더 많이 읽히고 인용되었다.

간만에 한문 읽기가 쉽지 않지만, 모르는 글자는 애써 찾지 않고 한글 번역과 주석에 의지해 읽기로 한다. 고 김달진 선생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바탕으로 최동호 선생님, 윤재빈 선생님이 보완, 교정을 본 데다 주석이 쉽고 충실해서 한자를 좀 띄엄띄엄 읽어도 뜻놓지지 않고 따라 갈 만하다. (그래도 어디 강독반이 있었으면 싶다)

굴원 (屈原 BC 343? - BC277?)은 초나라 懷王의 左徒라는 중책을 맡았으나 중상모략으로 왕의 곁에서 멀어졌고, 離騷는 그 분함을 노래한 것이라 한다. 아래는 나의 요약.

나(굴원)는 혜(蕙)초(椒)난(蘭) (향초 이름들)처럼 높고 곧은 사람이다. 임금이 그런 나를 버리고 간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니 임금이 정사를 잘못할까 걱정스럽다. 요순과 삼왕(하 우왕, 은 탕왕, 주 문왕)의 크고 밝음은 어진 신하를 높이 쓴 데 있다. 이에 비하여 간신의 말에 흔들리고 어진 신하(나)를 내치는 회왕은 약속을 어기고 쉽게 변하는 덕이 부족한 왕이다. 어진 신하를 소금에 절여 죽인 하 걸왕과 다를 바 없다.

반복되는 향초의 비유는 고매한 어진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참한 비유이며 글을 향기롭게 하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니 어째 좀 뻔뻔스럽다. 게다가 왕에 대해서 저렇게 말하면, 듣는 왕은 마음이 돌아서려다가도 더 화가 나겠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아침 저녁 향초 사이에 서 있으며 나의 곧고 바름은 변할 수 없고, 왕이 노여워 하더라도 할말은 해야겠다. 나의 이러한 행동은 지금의 세태에는 맞지 않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세속은 그릇되어 질시하고 아부하는 것을 법도라 하고 나를 모함한다. 어쩌겠나, 나아갈 길을 잘못 살핀 것은 내 잘못이다. 그러나 나의 아름답고 향기로움은 변치 않는다. 나는 그저 옛 성인의 본을 받아 정도를 지켰을 뿐인데, 쫓겨나고 이 지경이 된 것이 분하다.  (상상 시작) 상수를 건너 순 임금을 만나 이 억울함과 나의 변함없이 곧음을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번 토로하고, 네 마리 용이 끄는 봉황 수레를 타고 어진 이를 찾아 이리저리 떠돈다 (상상 끝) 임금에게 다시 한번 내 마음을 전할까 하였으나 말을 건넬 사람은 모조리 간신이니 도로 포기한다. 어진 이를 질투하고 향초가 향기로운줄 모르는 혼탁한 세상에 나는 차마 어울릴 수가 없다. 내 아름다움이 꺾일까 걱정스럽고 잡초가 무성하니 나의 향기로움을 지킬 수 없을 듯하다.

아침에는 목란(木蘭)의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고 저녁에는 가을 국화의 지는 꽃잎을 먹으며 "선녀에게 꽃을 전하고 미인에게 중매쟁이를 보내 결합을 꿈꾼다"는 말로 임금에게 다시 쓰임을 얻고 싶다는 뜻을 전하는 비유와 신화 속 고운 것들을 꺼내어 쓰는 문장은 아름답다. 그러나 세상은 다 이지러지고 나쁘며 나 홀로 곧고 향기롭고 아름답다는 말의 반복은 좀 짜증이 난다. 그러면서 다시 쓰임을 얻기를 바라는 것은 구차하게 들린다. 그 역시 말이 서투르게 전해지거나 모략에 의해 왜곡되어 전해진다고, 또 남 탓이다.

(다시 상상 시작) 내 향기로운 뜻과 같은 곳을 찾아 떠돌아 볼까나. 옥과 상아로 만든 수레를 타고 비룡을 몰아 곤륜산, 천진, 적수, 부주산에 들러 황천 가는 길에 옛 고향을 굽어보니 슬프다, 말(비룡)도 마부도 머뭇머뭇한다.
(맺는말) 그만두어라. 날 알아주는 이가 없는 고향을 그리워해서 무엇 하겠는가. 아름다운 정치(美政事)를 할 수 없으니 차라리 팽함(彭咸 은나라 현신. 임금에게 애타가 직언을 하다가 임금이 듣지 않으므로 물에 빠져 죽었다)이 있는 곳을 따르리라.

이소는 문장과 비유가 아름답지만, 간신들에게 둘러싸인 임금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어진 신하의 글이 아니다. 나쁜 것은 남과 세상이고 자신을 내친 왕은 부덕하다고 폄하며 나만 억울해, 억울해 하는 글이다. 스스로 옳고 곧고 향기롭다고 자꾸 말하는 것도 거슬리거니와, 군자는 때를 잘 만나고 그 그릇의 크기를 알아보는 어진 임금을 만나야 제대로 쓰임을 얻는다고 했다, 그렇게 세상이 어지럽거든 때를 잘못 만났다 하며 왜 그저 은둔하지 못하는가. 어부사의 어부처럼,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으리라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 물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

노래하며 노 젓지 못하는가. 어째서 이 글이 버전에 따라서는 <이소경> 이라고도 하며 왜 그렇게 높이 평가되었을까. 쓰임 받지 못하고 당쟁에서 밀려 좌천되거나 유배된 선비들의 심정이 이와 같아서일까. 굴원은 결국 이소에서, 또 어부사에서 스스로 말한 것처럼 "차라리 푸른 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어부사의 사공은 지나가던 은자였다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굴원이 스스로 자신의 뜻을 투영하기 위해 지어낸 인물이라고 한다. 물에 빠져 죽을 만큼 강직한 자신의 성품과 "성인은 모든 일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세상을 따라 변해가는 것입니다" 고 한 어부의 삶의 자세를 대조하기 위해 등장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죽기 전에 굴원은 어쩌면, 차라리 발씻고 떠나 잊고 사는 어부의 초연함을 따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라고, 내 입장에서 억울한 일 당하고 "나라고 왜 잘못한 일 없겠어" 라고 말할 수는, 당연, 없지. 나야 억울함이 받치면, 어디 자연과 고사에 기댄 비유로 글 쓸 생각이나 하겠어, 실컷 욕이나 하겠지.  남들 다 좋다던 영화 기대 만빵에 보고나니 별로더라, 와 비슷한 기분일거다. 큰 맘 먹고 펼쳐든, 한시간에 네 페이지도 잘 못 읽는 책에 선비들 사랑을 받았다는 글이 어째 맘에 안들고 보니, 제갈량의 출사표를 비롯하여 충신의 도리가 주제인듯한 권1은 일단 뛰어넘고 나중에 읽으리라, 유유자적, 소요하며, 초연한 글들을 먼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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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인가 <현대물리학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마지막으로 과학에는 참 문외한으로 살았다.  "우주는 빅뱅으로 생겨났고, 은하간 간격은 멀어지고 있고, 엄청난 질량의 암흑물질이 있는데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 여기까지.

나름 생물학이라 하면 복제양도 있었고 황우석 난리도 났었고 해서 두런두런 들은 말들도 있지만, 양자물리학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핏 들은 것도 같으나 어차피 그건 콩보다도 작은 세상, 원자가 더 작아져봤자 커져봤자 이러고 있었고, 우주, 그건... 외계인이 있을까, 시간 여행 진짜로 할 수 있게 될까 좀 더 관심은 있지만 나는 아직 달에도 가볼 수 없으니, 우주는 "여기까지" 그대로 아직 깜깜하고 별들이 빛나고 있겠지...

10년이 흘렀다. (페이퍼를 쓰다가 알았다. 젠장!) 강산이 변했다. 내가 흘려 듣지도 않은 사이 물리학은, 나를 둘러싼 우주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이 세계에서 선택하지 않은 다른 가능성들은 버려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우주는 여러 가능성 중 한가지만이 실현되고 있는 우주이며 평행하게 놓인 무수히 많은 다른 우주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들이 실현되고 있다... 보르헤스 한때 무지 좋아했었는데... 문학적 상상력만이 아니다. 다중우주 이론은 양자물리학의 실험으로, 위성 프로젝트로 실험이 구상되고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것은 입자가 아니라 끈이나 막이고 11차원에서 구현된다 (초끈이론/M-이론).
빛보다 빠르게 여행할 과학적 가능성. (진짜로 엔서블을 만들어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우리의 우주가 얼어버리거나 붕괴하기 전에 다른 우주로 이주하려면 과학적으로(!!) 어떤 방법들이 가능할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이론들의 각축, 상호 반박을 시시콜콜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이 또 신이 어쩌구 저쩌구 했는데 어느 물리학자가 "제발 신타령 좀 그만 해라" 랬던가?) 그 관계들은 뜻밖에도  매우 정치적이어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닥 놀랄 일도 아니다만),  처음에는 모두 황당했고 아직 그 어느 것도 증명할 수 없는 이 이론들, 학계에서 어느 줄에 섰는가 어느 학교 출신인가에 따라서 더 지지받고 여러 사람 도움이 받아 공식이 발전하고 실험을 구상할 만큼도 되었겠구나, 누군가의 아이디어는 학계에서 사이가 안좋아 발표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PC에 처박혀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 미치오 카쿠는 자주 [우아한 방정식] [우아한 이론]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책을 읽을수록 문학적 상상력과 음악과 물리학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물질과 에너지의 4%에 불과하다. 게다가 4% 중...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질들은 우주의 0.03%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보면 우주론은 현대과학을 원자가설이 탄생하기 전인 100년 전의 시점으로 되돌려놓은 셈이다... 우주의 23%는 미지의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의 73%는 미지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 이다. 지난 10년간의 발견이 대단한 것도 알겠고 새롭고 다양한 이론들에 우주의 원리가 밝혀질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는데, 알긴 뭘 다 알아, 더 모르겠고 궁금하기만 하다 -- 정말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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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7-01-1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마저도 재미있게 읽었단 말이냐! 오오! +.+

좋은사람 2007-01-1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상마저도 어렵구나...

merced 2007-01-2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바뀌는 연휴에 이불 속에서 한시간 읽고 두시간 자고... 이러면서 읽었습니다. ^^
 

을 읽고 있는데 (1/3 조금 지났다) 속도가 느리다.  읽다가 자꾸 딴 생각이 든다.  도정일 교수, 최재천 교수의 생각을 따라가다가 혼자서 딴데로 가지를 치고 있다.

"예전부터 대담서는 잘 못읽겠더라" 며 별로 읽을 마음 안 갖고 있다가, urblue 님과 참 친한 분이 개인적으로 대담서를 좋아한다며 "남이 공들여 쌓은 지식을 날로 먹는 재미가 있다" 는 얘길 했는데, "오옷! 그런 즐거움이 있을 수 있군요" 하며 urblue 님한테 빌려서는 (그것도, 무거우니까 택배로 받는다) "나도 한번 날로 먹어보리라" 는 일념으로 읽고 있다.

어쨌거나, 학교를 졸업한 이래 주로 보는 책은 소설인데, 그것도 첫 챕터는 대체로 두 번 읽는다. 첫번째는 책의 나레이션에 익숙해지느라 그냥 읽는 거고, 두번째에야 비로소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간다. 1인칭이건 3인칭이건 스토리텔러의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 힘이 좀 드는 것 같다 (고 스스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면 허전하고 새 책을 펼 때는 늘 조금 두렵고, 어느 책이건 반쯤 읽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여러 작가의 단편이 묶인 책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담서를 볼 때는 말이 오고 갈 때마다 각기 다른 화법을 듣는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자꾸 생각이 새는 것이다. (그나마 이책은 다행인 것이, 계속 같은 두사람이다. 간간이 진행하는 이까지 세명. 네다섯명의 말이 오가는 건 몇페이지 안되는 잡지 기사도 안 읽는다.)  게다가 나는 지금 하는 그 얘기가 재미있는데, 계속 좀 더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자꾸 말을 막고 다른 얘기를 해버린다. 집중할만 하면 딴 얘기 하고 또 집중할만 하면 딴 얘기 하고... 

나는 인문학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최재천 교수가 해줄 이야기가 많이 궁금한데,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최교수는 슬쩍 몇마디하고 주로 도정일 교수가 이야기한다. 도정일 교수 이야기에도 내가 몰랐던 것 많고, 샤샤삭 걸러지고 정리된 엑기스 (이게 그 "날로 먹는 재미"에 가까운 것이다) 가 있기는 하지만, 그 소제목들로부터 (생명복제 이제 인간만 남은 것인가, DNA 는 영혼을 복제할 수 있는가 등등) 기대했던 바에 비하면 "어, 이 얘긴 벌써 다 끝난 거야?" 하게 된다. 서로 조심스러워 하느라 너무 삼가는구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왜 최교수님은 별 말씀이 없으십니까, 불만이 쌓이고 있다. 

어쨌거나, 계속 읽어야지. 투덜거린다고 아직 안읽은 나머지 페이지들이 바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사족: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만 아니라면, 나는 스포일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인물이 죽는지 사는지, 범인이 얘인지 쟤인지 너무 궁금해도 참을 수 없다.  그럴 땐 뒤로 휘리릭 넘어가서 궁금한 걸 해결하고, 읽던 데로 돌아와서 행복하게 계속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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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2-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내가 대담을 싫어하잖아. 그래도 이 책은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 뭐 하던 얘기 중간에 끊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근데 너의 책 읽는 방식이 그런 줄은 몰랐는걸. 빠릿해보여서는 말이지. 아, 느릿느릿 움직인다는 얘기도 하긴 했었지. ㅋㅋ
책 보내준지가 꽤 된 것 같은데, 다 읽어가나?

좋은사람 2006-12-0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대담서 재밌던데. 남이 알고 있는 걸 날로 먹는 재미도 그렇고, 이 사람은 말투가 이렇구나 싶은 것도 있고 그래서 말야. 희곡 읽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

나도 스포일러 별로 상관 안해. 그래서 너랑 얘기하는 게 좋아. 책이든 영화든 내용에 관해 마구마구 떠들 수 있어서 말야. :-)

merced 2006-12-0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 선배, 빌려놓고 딴 책들 읽는다고 아직 절반도 안읽었어요 -.- 느리고 게으르다니까요... (하지만 다음주쯤 택배 한 번 쏩니다)

좋은사람, 그러니까 난 그 얄포름한 백한개의 모놀로그도 못 읽겠더라. 하루에 한개씩 읽어야지, 그러고는 잊어버렸다... 결말 좀 알았다고 스포일드 할 게 뭐 있냐.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