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때인가 <현대물리학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마지막으로 과학에는 참 문외한으로 살았다. "우주는 빅뱅으로 생겨났고, 은하간 간격은 멀어지고 있고, 엄청난 질량의 암흑물질이 있는데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 여기까지.
나름 생물학이라 하면 복제양도 있었고 황우석 난리도 났었고 해서 두런두런 들은 말들도 있지만, 양자물리학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핏 들은 것도 같으나 어차피 그건 콩보다도 작은 세상, 원자가 더 작아져봤자 커져봤자 이러고 있었고, 우주, 그건... 외계인이 있을까, 시간 여행 진짜로 할 수 있게 될까 좀 더 관심은 있지만 나는 아직 달에도 가볼 수 없으니, 우주는 "여기까지" 그대로 아직 깜깜하고 별들이 빛나고 있겠지...
10년이 흘렀다. (페이퍼를 쓰다가 알았다. 젠장!) 강산이 변했다. 내가 흘려 듣지도 않은 사이 물리학은, 나를 둘러싼 우주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이 세계에서 선택하지 않은 다른 가능성들은 버려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우주는 여러 가능성 중 한가지만이 실현되고 있는 우주이며 평행하게 놓인 무수히 많은 다른 우주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들이 실현되고 있다... 보르헤스 한때 무지 좋아했었는데... 문학적 상상력만이 아니다. 다중우주 이론은 양자물리학의 실험으로, 위성 프로젝트로 실험이 구상되고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것은 입자가 아니라 끈이나 막이고 11차원에서 구현된다 (초끈이론/M-이론).
빛보다 빠르게 여행할 과학적 가능성. (진짜로 엔서블을 만들어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우리의 우주가 얼어버리거나 붕괴하기 전에 다른 우주로 이주하려면 과학적으로(!!) 어떤 방법들이 가능할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이론들의 각축, 상호 반박을 시시콜콜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이 또 신이 어쩌구 저쩌구 했는데 어느 물리학자가 "제발 신타령 좀 그만 해라" 랬던가?) 그 관계들은 뜻밖에도 매우 정치적이어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닥 놀랄 일도 아니다만), 처음에는 모두 황당했고 아직 그 어느 것도 증명할 수 없는 이 이론들, 학계에서 어느 줄에 섰는가 어느 학교 출신인가에 따라서 더 지지받고 여러 사람 도움이 받아 공식이 발전하고 실험을 구상할 만큼도 되었겠구나, 누군가의 아이디어는 학계에서 사이가 안좋아 발표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PC에 처박혀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저자 미치오 카쿠는 자주 [우아한 방정식] [우아한 이론]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책을 읽을수록 문학적 상상력과 음악과 물리학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물질과 에너지의 4%에 불과하다. 게다가 4% 중...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질들은 우주의 0.03%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보면 우주론은 현대과학을 원자가설이 탄생하기 전인 100년 전의 시점으로 되돌려놓은 셈이다... 우주의 23%는 미지의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의 73%는 미지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 이다. 지난 10년간의 발견이 대단한 것도 알겠고 새롭고 다양한 이론들에 우주의 원리가 밝혀질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는데, 알긴 뭘 다 알아, 더 모르겠고 궁금하기만 하다 -- 정말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