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5시부터 잤더니 일요일 아침에 일찍 깨어버렸다. 태어나서 두번째인가 세번째로 조조 영화를 보러간다. 스파이더맨 3가 곧 내릴 것 같은데, 소문에 재미없다지만, 스파이더맨은 그래도 큰 화면으로 봐줘야 한다. 스파이더맨을 아래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내쪽으로 휙휙 날아오는 그 시점이 마음에 들거든.

생각보다는 볼만했다. 모두가 욕하던, 성조기 앞으로 폴짝 뛰어오른 장면은, 어라, 그 포즈며 뜬금없음이며, 순 코메디잖아, 킬킬 웃고 말았다. 

나는 심비오트에 감염된 스파이더맨이 더 좋다. 착하고 순해서 오해 받고도 시무룩하게 돌아서기만 하던 답답한 피터보다는, 할말 제대로 하던 까만 스파이더맨이 낫던 걸. 없는 말 한 것도 아니고, 통쾌하더만. 옷도 그게 더 예쁘고.  끽해야 앞머리 내리고 건들거리고 전화 좀 예의없이 받고...그건 폭력성이라고 부를 수 없는데... 그보다는 기억을 잃은 해리한테 아무일도 없었던 척하던 피터, 여자친구의 고민을 들여다 볼 생각도 안하고 저 잘난척만 하던 피터가 더 비겁하지 않나.

심비오트가 싫어하던 교회 종소리가 기독교의 상징이라고 불편해하던 평들은 과대해석인 듯 싶다.  금속이 쨍하는 소리의 파장이 심비오트의 약점이라고 보는 쪽이 나을 것 같다. 그럼 교회 종탑에서 베놈이 탄생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 금속봉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교회 종소리의 재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이가 없잖아.

마음에 안 들었던 건 해리. 피터가 좋게 말할 때는 하나도 안 믿다가 톡 쏘아붙이니까 살짝 믿고, 피터 말은 들을려고도 안하더니 집사가 한마디 하니까 단숨에 그래, 그래 그랬구나 (진작 좀 말하지), 얼굴이 그모양이 되고도 도와줄 마음도 생기고, 불쌍하게 죽어버리다니.

4편은 수퍼맨리턴즈 처럼 로맨스 영화가 되겠다. 메리제인의 마음을 어떻게 풀 것인가.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그런데 미국 거래처 사람이 하는 말, "아시아 관객들은 메리제인을 마음에 안 들어한다는데, 정말?"
음, 그러고보니 그렇네... 왜 그렇지?  (니들한테는 괜찮은 캐릭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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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의 또다른 세상, 말하는 동물들, 신화 속의 생물들 -- 즐거운 상상력으로 재미난 이야기,
훌륭한 영화가 될 뻔 했으나, 지난 여름부터 기대했는데... 오오, 실망이다. 

착한쪽=우리편
나쁜쪽=적

에 따라붙는 알레고리와 상징의 차용이 진부하다기보단,
다양하고 다중적인 캐릭터들을 어이없게도 단순하게 말아먹었다.  

유니콘, 사자, 피닉스, 켄타우루스는 우리 편 = 착하고 정의롭고 멋짐 
미노타우루스, 그 외 각종 못생긴 놈들은 다 나쁜 편.

유니콘만 해도, 사람을 태우지 않는다.  지고지순해서 전쟁의 어느 쪽에도 낄 수 없다.   
지혜로운 켄타우루스는 미래를 내다보며 신비한 예언을 하고 머리 조아려 사정하면 조금은 도와주겠지만,
군대를 조직해 명령을 따른다거나 누구를 대신해 죽음을 자처할 수 있거나
의로운 일이라 해도 발벗고 나설 캐릭터가 아니다.



악의 세력이 쇠한 나니아에는 그럼 심심하게도 북극곰, 늑대, 미노타우루스 등등은 안 사는 것인가.

나: 북극곰은 왜 나쁜 편이야?
친구: 겨울이잖아.  근데, 나니아는 겨울 풍경이 더 예쁘더라.



사자 --
죄없고 높은 사자가 배신자를 대신해 죽었다.
정말 부활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두 명의 여인이 그 시신을 지키고…



에드먼드--
밉긴 하지만, 그 아이의 배신도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쟤는 왜 계속 저러는 거지? 생각하며 보았다.
아무리 과자의 유혹에 이끌렸다지만, 어린 동생이 어른인 척 하는 맏형한테 갖는 반감 치고는,
왕좌에의 욕심도 별로 있어 보이지도 않더만,
제 가족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다른 생명도 중한 줄 아는 애던데, 
톰누스네 집이 망가진 걸 보았을 때나, 적어도 마녀가 버럭버럭 소리 지를 때쯤부터는
이미 분위기를 파악하고 형제 자매들을 위험에 빠뜨릴 만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실망이라도, 나니아의 겨울 풍경 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 
그리고 이 멋진 카리스마 넘치는 마녀는 정말 신난다.    



 

궁금한 점: 전에 다른 영화에서도 그랬는데, 2차 대전 중에 영국의 부모들은 왜 아이들만 시골로 피난시키는 거지? 왜 부모는 폭격이 내리는 런던에 남아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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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1-0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다, 부모들은 왜 아이들만 피신시킬까. -_-
이번 주에 볼 건데 별로 기대는 안하고 있다. 우웅.
왕의 남자,나 보지그래. 재밌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