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ay
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
I'd be safe and warm if I was in LA
California dreaming on such a winters day  
(The Mamas & The Papas, California Dreaming )

답답한 일이 있거나 팍팍한 하루 끝엔
(회사에서 가기에 가장 가까운) 베니스비치에 가서 해지는 것을 바라보곤 했었는데...
파도가 잔잔한 날엔 물도 밟다가,
파도소리 들으며 앉았다가 누웠다가, 그러면 마음이 좀 누그러진다. 










베니스비치의 낮, 특히 주말엔 사람들로 몹시 붐빈다.
해수욕을 하기에도 좋고, 자전거나 롤러블레이드를 타기에도 좋고,
관광객용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많고, 문신과 피어싱 가게도 몰려 있고,
귀고리나 목걸이 같은 크래프트를 직접 만들어 파는 작은 좌판들로 볼 거리도 많다.  










언제나 토요일이면 (일요일인가? 가물가물한테, 하여튼) 이렇게 베니스비치에 모인 사람들이 있다.
무엇을 하는 것인가 하면, 둥그렇게 모여서 죽어라 북치고 장구치고 춤을 춘다.  



그냥 그렇게들 알고 있어서, 참여하고 싶으면 그냥 타악기를 들고 나오면 된다.
대충 가운데 전체를 리드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메인 박자에 맞추어
내가 들고 나온 악기로 멋대로 변주를 하면 하면 된다.
오후 4시쯤 시작해서 해가 넘어갈 때면 절정에 이르고, 해가 지면 뚝, 악기 싸들고 집에 간다.
마음에 드는 커뮤니티다.

남부 캘리포니아 해변의 풍경들은 비슷비슷하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공던지기, 모래장난을 하거나 그냥 디비져 있는 사람들,
얕은 물가에서는 애들과 개들이 놀고 좀 깊은 물에는 서핑보드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
(까만 수트를 입고 고만고만 몰려 있어서 "물개"라고 부른다)
해변 한가운데로는 피어가 있고, 피어 위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 
피어 끝에는 클램차우더나 피쉬앤칩스를 파는 식당이 하나쯤 있고...

늦게 일어나 청소며 빨래를 대충하고 어느 해변이건 골라서
모래밭이나 피어를 한번 왔다 갔다, 해변 입구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그럼 대강 일요일 오후는 평온하고 따사롭게 저문다.


seal beach pier, 피어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들은 대체로 이렇다



말리부 해안. 
산타모니카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 좀 아래까지 1번 고속도로는 줄곧 태평양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가슴 트이고 시원한, 햇살 그득한,
그게 그거인거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바다, 해안 풍경.

베니스비치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다보면 어리버리 산타모니카비치에 이르게 된다.
산타모니카에는 피어 위로 놀이공원이 있어서 좀 북적거린다.

3rd Street 에서 산타모니카 피어/비치로 가는 길



피어 입구. 피어 왼쪽은 놀이공원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오레곤주와 워싱턴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서부 태평양 해안의
여러 지역에서 늘 퍼포먼스 아트나 설치 예술 프로젝트, 연례 커뮤니티 축제 같은 것들이
벌어지곤 한다.  (이렇다 할 것 없던 유레카 타운은 아티스트 촌으로 자리를 잡았고,
여러 곳에서 지역의 특징을 살린 특이한 이벤트를 열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지역 주민들이 널리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고 있다.
베니스 비치에도 눈여겨 보면 여기저기 자투리 벽면에서 벽화와 그래피티를 발견할 수 있다.)

   









산타모니카 피어 바로 옆 해변에,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04년 11월이었는데,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민간단체에서 만든 이 메모리얼은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사망자들을 기리는 것이다.  매주 업데이트되어 십자가 수가 는다.





(1) 그냥 죽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건지,
(2) 이들 군인들 덕분에 그대가 해변에서 놀 수 있는 겁니다를 말하는 건지, 
(3) 이렇게 죽는 이가 많으니 그만 철수하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 
(4) 죽은 이라크인들까지 합치면 해변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거라는 것도 생각해보라는 건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십자가만 세워놓고 마니, 참 여러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여러 생각들을 끌어낼 듯도 하다.
(1) 이 표면에 놓이니 이 메모리얼은 아무도 비난할 수 없고,
이것을 기표로 해서 전혀 다른 정치적 입장인 2, 3, 4가 결합될 수 있다니, 묘하고 무섭다.



손으로 써진 것은 같은 말, 스패니쉬.

그러나 단어나 색깔의 선택을 보아하니 1, 2, 3 수준인 듯하고,
나머지 해변에 크고 작고 부러지고 뒤틀린 녹색, 까만색 십자가들을
발에 채이도록 뿌려놓아서 (줄맞춰 세워놓지 않고) 4를 말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만 한다.   



캘리포니아 인상.
나에게 캘리포니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팜트리, 해지는 바닷가 풍경이다.

치인 하루 퇴근길에, 복작복작 지하철에 오를 때면, 베니스비치 해저물녁이 간절하다.  
노래 가사처럼, 캘리포니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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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1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방에서 님을 뵈었어요.
바닷가 사진들이 너무 좋은데 좀 퍼갈게요.^^

urblue 2006-02-1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좀 크게 올려놓지. 배경화면으로 써도 좋겠구만.
로드무비님, 반가버요~ ^^

로드무비 2006-02-1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친한가 봐요?
블루님, 나도 반가버!^^

merced 2006-02-1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안녕하세요, 간간이 님의 리뷰와 페이퍼를 잘 읽고도 한번도 인사는 안 남겼네요 -.- 서재요, urblue 님이 꼬셔서 하는 거에요. 괜찮은 사진은 저도 다 여기저기서 퍼와서 자르고 붙인 거랍니다. (카피라이트는 고사하고 크레딧도 안함)

꼬신님, 해상도 높고 큰 걸로 따로 보내드리죠. 어느 걸 원해? 내 사진? ㅋㅋ.

urblue 2006-02-1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사진 질이 다 틀리군. 처음 바다 사진들 중에 마지막 거, 그게 맘에 든다. 니 사진은, ... 말 안 해도 알지?

montreal florist 2009-09-16 0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너무나도 시원하고 멋있는 바닷가 풍경이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