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고 있는데 (1/3 조금 지났다) 속도가 느리다.  읽다가 자꾸 딴 생각이 든다.  도정일 교수, 최재천 교수의 생각을 따라가다가 혼자서 딴데로 가지를 치고 있다.

"예전부터 대담서는 잘 못읽겠더라" 며 별로 읽을 마음 안 갖고 있다가, urblue 님과 참 친한 분이 개인적으로 대담서를 좋아한다며 "남이 공들여 쌓은 지식을 날로 먹는 재미가 있다" 는 얘길 했는데, "오옷! 그런 즐거움이 있을 수 있군요" 하며 urblue 님한테 빌려서는 (그것도, 무거우니까 택배로 받는다) "나도 한번 날로 먹어보리라" 는 일념으로 읽고 있다.

어쨌거나, 학교를 졸업한 이래 주로 보는 책은 소설인데, 그것도 첫 챕터는 대체로 두 번 읽는다. 첫번째는 책의 나레이션에 익숙해지느라 그냥 읽는 거고, 두번째에야 비로소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간다. 1인칭이건 3인칭이건 스토리텔러의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 힘이 좀 드는 것 같다 (고 스스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면 허전하고 새 책을 펼 때는 늘 조금 두렵고, 어느 책이건 반쯤 읽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여러 작가의 단편이 묶인 책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담서를 볼 때는 말이 오고 갈 때마다 각기 다른 화법을 듣는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자꾸 생각이 새는 것이다. (그나마 이책은 다행인 것이, 계속 같은 두사람이다. 간간이 진행하는 이까지 세명. 네다섯명의 말이 오가는 건 몇페이지 안되는 잡지 기사도 안 읽는다.)  게다가 나는 지금 하는 그 얘기가 재미있는데, 계속 좀 더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자꾸 말을 막고 다른 얘기를 해버린다. 집중할만 하면 딴 얘기 하고 또 집중할만 하면 딴 얘기 하고... 

나는 인문학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최재천 교수가 해줄 이야기가 많이 궁금한데,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최교수는 슬쩍 몇마디하고 주로 도정일 교수가 이야기한다. 도정일 교수 이야기에도 내가 몰랐던 것 많고, 샤샤삭 걸러지고 정리된 엑기스 (이게 그 "날로 먹는 재미"에 가까운 것이다) 가 있기는 하지만, 그 소제목들로부터 (생명복제 이제 인간만 남은 것인가, DNA 는 영혼을 복제할 수 있는가 등등) 기대했던 바에 비하면 "어, 이 얘긴 벌써 다 끝난 거야?" 하게 된다. 서로 조심스러워 하느라 너무 삼가는구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왜 최교수님은 별 말씀이 없으십니까, 불만이 쌓이고 있다. 

어쨌거나, 계속 읽어야지. 투덜거린다고 아직 안읽은 나머지 페이지들이 바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사족: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만 아니라면, 나는 스포일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인물이 죽는지 사는지, 범인이 얘인지 쟤인지 너무 궁금해도 참을 수 없다.  그럴 땐 뒤로 휘리릭 넘어가서 궁금한 걸 해결하고, 읽던 데로 돌아와서 행복하게 계속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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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2-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내가 대담을 싫어하잖아. 그래도 이 책은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 뭐 하던 얘기 중간에 끊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근데 너의 책 읽는 방식이 그런 줄은 몰랐는걸. 빠릿해보여서는 말이지. 아, 느릿느릿 움직인다는 얘기도 하긴 했었지. ㅋㅋ
책 보내준지가 꽤 된 것 같은데, 다 읽어가나?

좋은사람 2006-12-0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대담서 재밌던데. 남이 알고 있는 걸 날로 먹는 재미도 그렇고, 이 사람은 말투가 이렇구나 싶은 것도 있고 그래서 말야. 희곡 읽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

나도 스포일러 별로 상관 안해. 그래서 너랑 얘기하는 게 좋아. 책이든 영화든 내용에 관해 마구마구 떠들 수 있어서 말야. :-)

merced 2006-12-0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 선배, 빌려놓고 딴 책들 읽는다고 아직 절반도 안읽었어요 -.- 느리고 게으르다니까요... (하지만 다음주쯤 택배 한 번 쏩니다)

좋은사람, 그러니까 난 그 얄포름한 백한개의 모놀로그도 못 읽겠더라. 하루에 한개씩 읽어야지, 그러고는 잊어버렸다... 결말 좀 알았다고 스포일드 할 게 뭐 있냐.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