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꽁왕푸 안에 있는 화려한 찻집입니다. 그저 다리를 쉬러 왔는데, 외국인 그룹 관광객들의
다도 체험이 자주 있나 봅니다. 테이블을 아예 그렇게 세팅해두었네요. 



일요일 늦은 오후 첫 공식행사는 이화원을 둘러보고 거기서 저녁을 먹는 겁니다. 날은 덥지, 가이드 말은 무슨 소린지 도저히 못 알아 듣겠지, 슬쩍 빠져나와 혼자 대충 둘러보기로 하는데, 함께 다니던 일본인 아저씨가 "길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라"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건물들이 다 똑같이 생겨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호수로부터의 위치를 잘 가늠하고 되돌아 오기로 합니다.

이허위엔은 전체 면적이 290.8 헥타르로 자금성의 4배, 천안문 광장의 6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정원으로, 황실 가족과 측근들이 길고 따분한 시가지의 무더위를 탈출하기 회해 찾던 황실 피서지다 ... 대부분의 건축물이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때 크게 훼손됐고 그로부터 18년 후 서태후 섭정기에 수리됐다. 서태후는 해군 군함 건조비를 유용해 이화원을 재건했고 움직이지도 않는 스팡 (대리석으로 만든 배)을 타고 연회와 뱃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  <론리 플래닛 베스트 베이징>  

북쪽 산은 이 엄청난 크기의 인공호수를 만들면서 파낸 흙을 쌓은 것이라고도 합니다.



호숫가를 따라 창랑이라는 700m 회랑이 있습니다. 비에 젖지 않고 호숫가를 산책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지붕 아래로 전설이나 소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c) S. Tamai 

리셉션에 테이블이 모자라서 대충 아무데나 앉거나 서서 먹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넓은 여름 궁전에 행사장은 왜 이렇게 협소하게 만들었을까, 음식도 양식이네, 궁시렁거리던 우리는 도로 창랑을 걸어나와 시내로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페킹덕과 해삼찜을 먹으면서 (일본 아저씨들은 해삼을 처음 먹는다네요. "이거 날로 먹어도 맛있어요")
한국과 일본의 김, 온천, 목욕탕, 북경의 인상을 이야기하고, 2차는 찻집입니다.  


(c) S. Tamai 

자금성 서문 근처 골목에 있는 시후안 찻집은 17세기 고관의 집의 일부인데, 찻집으로 300년이 되었다는군요. (2004년 재건)


(c) S. Tamai 


(c) S. Tamai 


(c) S. Tamai 


(c) S. Tamai 


(c) S. Tamai 

홀 가운데에는 작은 공연무대가 있습니다. 가야금 비슷한 중국 전통 현악기가 두가지 있었는데, 연주가 있는 날은 아니고, 차를 설명해주던 언니가, 하나는 너무 어려워서 할 줄 모르고 다른 하나는 조금 탈 수 있다고 해서 청해 들었는데, 소리가 맑고 뜻밖에 크게 울렸습니다. 


(c) S. Tamai 


(c) S. Tamai 

월요일은 아침부터 내내 컨퍼러스룸에 있다가 저녁 행사는 (1) 올림픽 스태디움 (2) Capital Museum
둘러보기 중 하나를 선택해 갈 수 있었는데, 뮤지엄을 가기로 했다가 버스를 잘못 타서 올림픽 스태디움에 다녀온 분한테 어떠냐고 물었다니, "big and under construction" 이랍니다.

건물이 아닌 중국 주요 문화재의 80%는 대만에 가 있다더니, 뮤지엄은 크기만 크고 소장품은 그저 그래요.
하지만 불상 컬렉션이 참 좋아요. 복스러운 볼과 편안한 미소가 아름다운, 불상 몇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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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7-06-0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 이화원에 저 긴 회랑이 있었지. 하도 오래 전에 다녀와서 가물가물...

사마천 2007-06-0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북경 여행 잘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

좋은사람 2007-06-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서 대만 국립박물관에 한 번 다녀오고 싶더라.
중국은 스케일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갑작스레 북경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짧은 일정에 꼬박 일이라 만리장성, 명조무덤 같은 유명한 곳을 가볼 수는 없었지만,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 뭘 해야 하지?
"차와 딤섬과 페킹덕을 먹고 오렴"
"마사지 싸다. 많이 받아라"

토요일 저녁. 호텔 방에 들어서니 복숭아가 예쁘게 놓여 있네요.
복받고 장수하라는 뜻에서 복숭아를 잘 준다더니, 맛있습니다.   

가방도 안 풀고 시내로 마사지를 받으러 갑니다. 다 받고 나니 밤이 늦었는데 배가 고파서
"어디 문 연 식당이 있을까요?"
물었더니, 마사지 가게 아저씨가 통역 겸 길거리에서 놀고 있던 중학생을 부릅니다.
"데려다 줄게요. 타요."
허걱. 얘가 내가 너보다 훨씬 무겁단다... 그래서 자정의 왕푸징 거리를 친절한 소년이 모는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달렸습니다.

머문 곳이 외국인 많고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는 했지만, 제가 본 북경 풍경은 너무도 현대적이라 실망스러웠어요. 고층빌딩과 네온사인, 공사장의 크레인. 여기 저기 내년의 올림픽 홍보 간판도 눈에 띕니다.
1988년 직전의 서울도 이런 식이었겠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북경이 서울이나 동경과 다른 점은, 자전거가 아주 많고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차도 자전거도 보행자도 신호등 무시, 차가 오는지 사람이 지나가는지 서로 신경을 안 쓰고 제 갈길을 가더군요. 그거야말로 어떻게 좀 고쳐야 할 것 같던데...

일요일 아침. 일단 행사에 등록하러 내려갔습니다. 이름을 말하는데 등록 데스크에 있던 아르바이트 학생이 "한국 분이세요?" 라며 반가워합니다. 유학생이라네요.
"저기, 딤섬 맛있는 집 아세요?"
그랬더니 데스크에 있던 다른 중국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그 친구들이 여기저기 또 전화를 하더니,
택시기사한테 이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종이에 중국어로 주소를 적어줍니다.


왼쪽 주방에는 요리사들이 딤섬을 빚고 있습니다.
자스민차와 딤섬 열다섯알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공식 행사는 3시부터입니다.
굳이 가자면 자금성에도 갈 수는 있었겠지만, 연일 30도가 넘는 이상기온이라서, 햇빛 쨍쨍 아래 걷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 좀 더 서늘한 곳을 찾았죠.

꽁왕푸 恭王府

현재까지 베이징에 보존되어 있는 왕부(황족 저택)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원형이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홍루몽>의 무대라고 추측되는 이곳은 19세기 중반 셴펑 황제가 그의 이복 형제인 궁왕(제2차 아편전쟁 당시 영국과 협상을 벌인 인물로 유명함)에게 하사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 당시 이화원이 전소되고 자금성은 불에 탈 위기에 처했으며.... 궁왕은 많은 양의 은과 카우룽 일부를 영국령 홍콩에 넘겨주는 것을 포함해 톈진 조약의 모든 조항에 동의했다. 그 대가로 베이징의 많은 부분이 손상되지 않고 남게 됐으며, 공왕부도 그중 하나가 됐다....

전통 양식의 중국 정원은 자연과 건축물이 혼연일체를 이루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느낌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주요 구성 요소는 바위와 물로, 모든 요소들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주의 깊게 배치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공왕부에 처음 들어서면 큰 바위 정원으로 인해 관람자의 시야가 약간 방해받게 되는데, 이는 관람자의 시선이 정원 전체로 분산되게 하여 좀 더 작은 광경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산 베이징 가이드를 비행기 안에서 읽고, 그럭저럭 가고 싶은 곳을 찾는데 도움을 받았다.
번역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언제나 내용은 실한 론리플래닛.

 

  

사생대회인지 곳곳에 그림을 그리는 고등학생들이 많았는데, 무료한 치안관들 그림 그리는 걸 한참 구경하고 서 있습니다.





황족의 정원은 세상을 축소하여 옮겨놓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기암의 다양한 배치와 더불어 숲, 폭포, 큰 연못, 작은 연못이 있고, 안쪽으로 긴 회랑을 따라가며 여러 건물들이 있는데 (경극 공연장이 떠들썩합니다) 둥근 문을 통해 들어가는 안채가 조용하고 아늑합니다. 모든 곳들이 이어져 있지만 공간마다 느낌이 사뭇 다른 것이, 정말 여러가지를 염두에 두고 지었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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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 2007-06-0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게 다녀온 것, 게다가 일로 다녀온 것치고는 많이 돌아다녔네~
딤섬, 딤섬, 딤섬! 나도 딤섬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