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다녀왔습니다. 이래저래 비행기와 공항에서 하루 반을 보낸 셈치고, 피렌체에서 이틀, 볼로냐에서 사흘 반, 시에나에서 이틀을 지냈습니다. 역시 좋아요, 이탈리아. 제일 좋아하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마셔주시고, 각종 치즈와 파스타, 리조토, 스테이크 (토끼, 송아지, 소, 꿩, 멧돼지) 열심히 먹었죠. ...너무 맛있어요.

볼로냐는 일하러 간 거니까 늘 하던 일을 했고 (같은 말 22번 하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시에나였어요. 시에나는 피렌체에서 기차나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남쪽으로, 와인과 치즈로 유명한 토스카나주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적지는 않지만 피렌체나 베네치아와는 달리 외국인들보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아요. 내국인에게도 하루나 이틀 주말 여행으로도 좋은 곳입니다. 산 지미냐노, 끼안티, 피엔차,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 아레초 등등에 한 시간 이내로 닿을 수 있습니다. 시에나에서 일주일쯤 묵으며 이런 곳들을 하루씩 다녀오면 좋겠습니다.

테라스 문을 열고 걸어나가니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에나의 두오모입니다. 초록색 줄무늬 종탑이 단순하면서 아름답습니다. 건물의 부조들은 사람이건 짐승이건 그대로 튀어나올 것 같아요.






두오모 안의 Libreria Piccolomini


http://paradoxplace.com/Perspectives/Italian%20Images/Montages/Siena%20&%20South/Siena.htm

시에나의 두오모는 12세기에 가공되어 14세기 중반에 세 배쯤 더 크게 지을까 했는데, 짓다가 흑사병 때문에 곤란해져 버려서, 처음에 짓기로 했던 만큼만 완공했다고 합니다. 크게 지으려다가 만, 남은 흔적입니다.






햇빛이 좋으니 바랜 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 원래 그러자고 한 거라는 데 한표.

피자 반판을 기울여 놓은 것 같은 생긴 캄포 광장입니다. 




Photo (c) James Fletcher








여름이면 이 광장에서는 유명한 Palio delle Contrade 라는 말경주가 열립니다. 시에나는 17개의(옛날에는 23개) 콘트라다가 있는데 (마을마다 각기 다른 문장 깃발이 있습니다)



아침에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말과 기수를 축하하는 미사를 드리고, 시에나 시민 모두가 광장에 모입니다. 중세의 차림을 하고 깃발을 던지고 내기를 하고 난리라는군요.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밤에 캄포 광장을 지나 호텔로 가려하니 광장이 떠들썩합니다. 나중에 묻기로 무슨 행사가 있었냐 하니까, 늘 그렇답니다. 한밤중에 젊은 애들은 다 광장에 주저앉아서 술마시고 노래하고.... 우리도 그 무리에서 끼어서 프로세코를 사들고는 광장에 드러누웠는데, 기울어진 광장의 비탈 때문인지 건물들이 안으로 쏠려 보입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선이 아름다워요.





시에나는 전설에 로마를 세운 쌍둥이의 아들이 세웠다 합니다. 그래서 곳곳에 "늑대와 쌍둥이" 상이 있어요.

햄, 프로슈토가 주렁주렁 달린 가게

피엔차와 몬테풀치아노를 방문하는 그룹투어를 했습니다.
가는 길은 계속 이런 풍경.







피엔차는 염소치즈가 아주 맛있답니다.



몬테풀치아노 와이너리 와인천지.









와인 테이스팅도 하고. 



내수용으로 3천병만 생산한다는 몬테풀치아노 한 병은 2년쯤은 묵혀야 할 듯 합니다. (과연...?) 나머지 두병은 벌써 뜯어먹어 버렸죠. 돌아온지 2주가 지났는데 일 많고 바빠, 눈에 가득 담아온 풍경들이 벌써 아득하지만, 그래도 사진 볼 때마다 마음은 훌쩍 시에나로 가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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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7-05-1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부러워 부러워~
그 와인 한 병 말이야, 나한테 넘기는 건 어때? 내가 2년 잘 묵혀서, 마실 때 널 부를게. 좋지? ㅎㅎ

merced 2007-05-1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nice try. 2003년산이고, 이제 마셔도 되니까 꺼내놓은 거긴 할 텐데 그래도 2년쯤 지나면 더 맛있을 것 같단 말이죠. 하지만 2년간 잘 보관할 능력이 안되는데다 유혹에 약해서....

좋은사람 2007-05-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물 사이사이 스며든 햇살이 좋다. 토끼를 먹다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