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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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여 안녕 - 김종광

이문구의 뒤를 잇는다는 사람으로 흔히 지목되는 것이 김종광과 한창훈인데, 나는 한창훈보다 김종광을 윗길로 본다. 한창훈에게서는 약간의 가식이 느껴진다. 그는 하류층의 인생에 편입하려고 애쓰는 상류층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보들의 틈에 어울릴려는 똑똑이라고 해야겠다. 한창훈 그의 약력을 보았을 때는 충분히 민중(-_-)적이니까.

한창훈의 주인공들은 너무 생각이 많다. 나이 육칠십 먹은 시장 아줌마들의 생각하는 깊이와 방식이 나이 삼십대의 소설가와 다를 바가 없다. 어색하다.

김종광은 오히려 그 반대다. 자기 이야기를 조금은 지나치게 한다는 느낌이다. 주인공들은 대개 공익근무요원 아니면 소설가 지망생이다.

뭐 그거야 어쨌든 간에 김종광 쪽이 조금 더 와닿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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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취설향 1
김지혜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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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명취설향이다. 비슷한 방식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명취설향을 쓰는 작가의 몸짓을 상상해본다. 글 자체를 쓰기 위해서 그다지 큰 고뇌를 했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대신에 설향이라는 화두를 꽤 긴 시간동안 머릿속에 담아두고 이를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풀어내기 시작한 글이라고 느꼈다.

장르 소설이라는 이름에 대해 약간은 고민하게 된다. 명취설향이 로맨스인가? 글쎄. 모르긴 하지만, 아니라고 본다. 일단, 장르소설은 천한 것이다. (이것은 독자 및 사회적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몇 편의 글들 - 암왕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장르소설에 함께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지간에 명취설향은 깔끔한 글이다. 문장이 단정하고 절제있으면서도 차갑지 않다. 인물들은 정형적이면서도 생생하다. 그래서 명취설향은 잘쓴 글이다. 적어도 1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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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코트 - 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
안나 레이드 지음, 윤철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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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누구에게나 환상적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런데 이 환상적인 세상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어떤 사람의 환상은 사막에 있고, 어떤 사람의 환상은 타히티에 있고, 어떤 사람의 환상은 저 푸른 초원에 있다.

나의 환상은 시베리아에 있다. 캐나다에 있다. 저 얼어붙은 벌판, 사시사철 눈보라가 휘날리는 곳, 그 눈보라 가운데 외롭게 서있는 초라한 오두막 하나, 어린 딸은 화롯가에서 장난을 치고 있고, 볼이 튼 마누라는 무뚝뚝한 얼굴로 수프 같은 것을 젓고 있다. 나는 보드카 같은 것을 마시면서 깃털 펜을 끄적이고 있다.

어렸을 때 본 만화의 한장면으로 오랫동안 기억나는 것이 은하철도 999에서, 빙하기가 다시 오는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빵 한 조각을 철이에게 주는 엄마의 모습이다.

시베리아는 그런 내 환상의 빈 터다.

샤먼의 코트는 그 환상의 빈터에 소설적 영감을 잔뜩 불어넣어주는 - 사실 내용상으로는 대단히 그럴 내용이 아닌 이야기다. 러시아가 어떻게 원주민들을 정복해 나가고 착취해 나갔는지의 이야기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러시아가 원주민을 정복해나간 것과 미국인들이 인디언을 정복해나간 것의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그것이 다르다! 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평이한 문체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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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의 문화적 의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모노그래프 4
전형준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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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가 썼다는 것 말고는, 그래서 학자의 관점에서 무협의 역사를 정리했다는 것 말고는 그리 특이할 것이 없었다. 좌백만큼 새롭지 못하고, 진산만큼 날카롭지 못하다. 그가 논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미 한 번쯤은 논의된 것들이다. 다만 그는 학자이고, 중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좀 더 절제된 형식으로, 깊이로 파고 들어간다.

다만 한 가지 배웠다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에 대한 구분이다. 순수문학은 현실의 갈등을 증폭하는 불편한 문학이고, 대중문학은 현실의 갈등을 덮어두거나 해소시키는 즐거운 문학이라는.

나는 내 견해 - 순수문학도 장르문학의 일종이다 : 전문적으로 인생을 고민하는, 인생 고민 매니아들만 읽는 문학이라는 생각에 아직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성민엽씨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원용한 정의에도 배운 바가 많다.

아, 그리고 한국적 무협에 대한 사유의 방향이 나와 비슷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는데, 작가가 무협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인터넷에서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매진이나 무적에서 무협에 대한 논의가 꽃피던 시절, 좌백이나 진산의 날카롭고 화려한 무협 이야기들... 그리고 한국적 무협에 대해서는 확실히 내가 써놓은 글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못 본 것 같은데, 그것도 비슷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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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일지매 1
허수정 지음 / 북갤럽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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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다. 정말 형편없는 책이다. 어지간하면 이런 표현은 잘 안 나오는데,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하고 이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아니, 글은 그렇다고 치고, 자신감 넘치는 작가 후기가 좀 기가 막힌다. 당연히 즐거웠지? 나의 의사역사소설이? 어쩌구 하는...

스토리는 60년대 무협이고, 문장은 순수문학의 아류 느낌이다.본인은 의사(사이비) 역사소설이라고 하지만, 불행히 역사라는 말은 붙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소설속의 역사에 대해서 매우 관대하다. 고증 같은 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문제는 역사를 대하는 태도이다. 이 작가에게는 어쩐지 무성의함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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