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가 썼다는 것 말고는, 그래서 학자의 관점에서 무협의 역사를 정리했다는 것 말고는 그리 특이할 것이 없었다. 좌백만큼 새롭지 못하고, 진산만큼 날카롭지 못하다. 그가 논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이미 한 번쯤은 논의된 것들이다. 다만 그는 학자이고, 중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좀 더 절제된 형식으로, 깊이로 파고 들어간다.
다만 한 가지 배웠다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에 대한 구분이다. 순수문학은 현실의 갈등을 증폭하는 불편한 문학이고, 대중문학은 현실의 갈등을 덮어두거나 해소시키는 즐거운 문학이라는.
나는 내 견해 - 순수문학도 장르문학의 일종이다 : 전문적으로 인생을 고민하는, 인생 고민 매니아들만 읽는 문학이라는 생각에 아직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성민엽씨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원용한 정의에도 배운 바가 많다.
아, 그리고 한국적 무협에 대한 사유의 방향이 나와 비슷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는데, 작가가 무협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인터넷에서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매진이나 무적에서 무협에 대한 논의가 꽃피던 시절, 좌백이나 진산의 날카롭고 화려한 무협 이야기들... 그리고 한국적 무협에 대해서는 확실히 내가 써놓은 글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못 본 것 같은데, 그것도 비슷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