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검무인 村劒無刃 1
임준욱 지음 / 북소리(영언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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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욱이라는 작가의 글은, 도저히 무협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촌검무인은 인터넷에서 극찬을 받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단단한 필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확 끌어당기는 맛이 없다. 무엇보다도, 그는 독자에게 구구절절 설명하고 변명한다.

촌검무인은 농풍답정록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담담한 관찰에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무협적 현실에 참여를 염두에 두지 않은, 평범하고 순하고 자기 스스로에게 규율을 세우는 소시민 월급장이로서의 시선으로 무협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무협에 등장하는 군상들은 대개 다른 무협의 엑스트라들과 틀린 색깔을 가지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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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말을 한다
소냐 피츠패트릭 지음, 부희령 옮김 / 정신세계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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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동물과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말이 아닌, 텔레파시를 통해서. 머릿속에 그려낸 영상을 서로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세상은 넓고 희안한 인간은 많다. 그 희안함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럴 수 있다. 어차피 과학이나 논리란, '원인과 결과에 대한 통계의 집합' 정도이다. 0.0001%라도 오차는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작가는 정말로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별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주인과 상담을 하다가, 이름만 가지고 천리 밖의 그 동물과 텔레파시를 교환한다는 것은 말이다. 차라리 동물과 1:1로 서로 쳐다보고 이야기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이 작가가 동물과 텔레파시를 하는 것도 결국은, 동물 주인의 무의식을 읽어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으로서는 이미 보고 들었으되 의식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그 사실들을, 작가는 뭔가 초인적인 능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재밌는 일이며, 재밌는 세상이다. 그리고 부러운 일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보다 쉬운 일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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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끄바여! 안녕 우리는 지금 시베리아로 간다
김산환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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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한달의 여행이 책 한 권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약간의 질투. -_-;

이 책과 함께, "겨울의 심장" 던가 하는 시베리아 여행기를 함께 읽었다. 둘 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이다. 겨울의 심장은 모스크바에서 서울쪽으로 오는 여행을,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은 그 반대의 여정을 취했다.

이 두 지은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가 된다. 모스크바로... 는 꼼꼼히 여행을 준비해서 떠나는 스타일 - 여행 가이드를 구하기 위해 러시아 현지인을 수배할 정도로 꼼꼼한, 안정지향적인 사람이다. 겨울의 심장은 Lonely Planet 한 권을 들고 갔다고 하는, 일단 가고 보자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두 책의 내용은 우스울 정도로 흡사하다. 기행문의 삼요소가 여정, 견문, 감상이던가? (십년도 전에 대입 시험을 치려고 외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_-) 이 중, 여정과 견문이 똑같다. 똑같은 곳에 도착해서 똑같은 내용을 소개하는데, 그에 대한 감상조차 비슷하다.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한, 이채로운 감상이란,

구 소련의 몰락 이후에 빵 배급을 받기 위해 두 시간동안 엄동에 줄 선 러시아인 - 우리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남아있다. 전기밥솥을 사려면 한달치 봉급을 모아야 되고 칼라 티비를 사려면 두달치를 모으고... 로 대표되는 경제적 궁핍도 자주 신문에서 듣는다. 하지만 이들은 말한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그런 삶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대기업에 가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좋은 집안에 장가들어야 하고, ... 그런 욕심들을 버리면 이 땅에서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생각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삶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삶은 일탈이다. 일탈은 쉽지 않다. 아무 생각없이 살때 가야하는 길은 결국, 아둥바둥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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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의 유혹, 모던의 눈물 - 근대 한국을 거닐다
노형석 지음, 이종학 사진 및 자료제공 / 생각의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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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책이다.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기에 책의 정확한 판형같은 건 모르고, "어? 좀 비싸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관심있기에 사보았다.

일제시대의 생활사는 흥미있는 소재이다. 적어도, 그 시대에 독립투사와 친일파, 두 종류의 사람만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알고 있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현실도 그렇기 때문이다. 아홉시 뉴스와 신문은 어김없이
 1.정치인들의 근황
 2. 대기업들의 근황
 3. 밤새 일어난 인간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건사고
 4. 날씨
순서로 세상을 소개하고 있다. 천년 후 우리 시대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눈에 우리 시대는 위에서 나열한 순서대로 보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를 떠올리자면 1. 임금의 생로병사   2. 충성스런 신하 또는 반역하는 신하의 이야기   대강 이런 순서로 떠올리듯이 말이다.

그러니 모던의 유혹, 모던의 눈물이란 책은 그 시대의 삶에 대한 다채로운 조명이 되지 않을꺼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구입했다. 읽다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맥락없이 늘어놓은 화보와, 그 화보에 대한 별 맥락없는 설명들이 전부다. 화보는 불행히도 흑백이고 흐릿하다. 1930년대 사진이 당연히 그렇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기는 했다. 말하자면 화보가 흐린 것은 작가나 출판사의 책임이 아니라, 총천연컬러를 기대한 내가 잘못한 셈이다. 그러나 텍스트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좀 모자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너무 평범하고 평이하다. 삶의 다채로운 각도에 대한 서술이라기보다는, 화보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다. 생활사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일반 근현대사 서적의 화보집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가깝다. (그러고보니 이 책이 생활사라고 지레 짐작한 내 착각이 문제 아닌가?)

재미없다는 소리를 길게 쓰려니 참 재미없군. 사서 읽으려다 후회하지 말고, 일단은 서점에서 한 번쯤 열어본 다음, 취향에 맞는지를 판단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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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찾아서
한병철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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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기씨는 경영학 박사다. 하지만 그의 글을 봤을 때 다가오는 느낌은, 이 사람은 글을 잘 쓰는 엔지니어 정도이다. 그의 글은 과장이나 거짓이 없다.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은 지나치다 싶은 확신과 자신감을, 그리고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차갑게 Fact만을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런 자기의 말이 평범한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를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살아있는 무림인들에 대해 쓴 글이기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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