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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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휴일 아침, 조조영화 관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휴일엔 조조영화를 보려고 한다. 아침에 한적한 영화관을 들어서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내가 왠지 부지런한 인간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니까. 뿌듯함의 절정은 영화관을 나설 때 찾아온다.

, 아직 점심시간도 안 됐어!’

그렇다. 아침형 인간역할놀이를 하기 위해 조조영화를 보는 것이다.

 

오늘은 차이나타운을 봤는데, 영화관을 나설 땐 뿌듯함을 느끼기는커녕 삶의 의욕을 거의 상실할 지경이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총 쏘고, 칼로 찌르고, 때리고, 죽이는 장면은 정말이지 나를 미치게 만든다. 특히 칼부림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내가 찔리는 사람에 몰입하는 것인지, 찌르는 사람에 몰입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 하는 터무니없이 고급스러운(?) 의문이다.

 

내가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최근 출간된 신영복의 담론때문이다.

신영복의 책은 뭐랄까,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고 해야 하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읽어야 할 것 같고, 옷매무새도 단정히, 안경도 고쳐 써야 할 것만 같다.(실제로 그러고 있다) 글씨체로 치자면 궁서체(진지하니까), 한 획 한 획 정성들여 쓰는 장인(匠人)의 느낌으로 읽어야 한다. 내 경우엔 한 장(), 한 장() 생각하고 메모하며 읽느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출간되자마자 사서 오래 붙들고 읽었더니 내 시시한 생각들도 모두 궁서체로 머릿속을 떠다니는 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뷰도 진지한 궁서체로 써야만 한다.

 

담론을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분류한다면 단연 세계인간이 아닐까. '관점 달리 하기''인간 이해(인간성 회복)'가 키워드다. 익히 들어온 얘기 같지만 전혀 시시하지 않다. 금쪽같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중 관계를 중심으로 인간 이해와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난 그 부분을 읽으며 생각이 많았다.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사람으로 사람을 갈음하는 시대사람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부품처럼 존재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을 보며 호흡곤란을 겪을 지경이었음에도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던 건 <담론>의 그 부분 때문이다.(책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영화 홍보 영상(예고편)에 등장하는 대사중에 압권은 증명해봐, 네가 쓸모 있다는 증명.”일 텐데, 증명을 못하면?

쓸모없어지면 너도 죽일 거야.”

돈 없지? 몸으로 갚아.”

(온몸이 덜덜 떨린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쯤 해두자.)

 

자본주의가 심화된(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적인존재가 아니다. 노동으로부터, 상품으로부터, 관계로부터,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된다. 소외된 인간들은 제각기 돈을 향해 질주할 뿐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쓸모 있는 인간으로 인정받고, 돈이 없으면 몸으로 돈을 대체해야 한다. 그마저도 못하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차이나타운의 칼부림 장면은 분명 끔찍하다. 하지만 현실은 더 끔찍한 곳일지도 모른다. 노골적인 칼부림은 드문 일이지만, 남을 제치고 내가 살아남는 경쟁은 일상적이다. 모든 가치들은 경제적 가치에 대해 부차적인 것이 된다.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한 세월호 인양이 세금낭비라는 논리 앞에 무기력해지듯이. 내가 영화 속 칼부림 장면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처럼, 현실의 부조리와 처참한 모습에도 눈 감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인간다움, 인간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

 

그렇다.

담론은 영화를 보다가도 생뚱맞게 의문을 가지게 될 만큼 깊고 진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그저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칼부림 장면에 벌벌 떨고 헐떡거리기만 하던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독자로 하여금 전에 없던(그것도 꽤 진지한)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면 정말 괜찮은 책이 아닐까? 고전의 내용을 줄줄 읊는다고 인문학적인 게 아니다. 세계와 인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그것도 궁서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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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3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나타운, 아직 안 봤는데 망설여지네요. 그래도 보게 될 것 같지만‥ 진지하고 진솔한 페이퍼와 좋은책, 고맙습니다

cobomi 2015-05-03 22:53   좋아요 0 | URL
아이쿠, 고맙다뇨, 제가 다 감사합니다.
<차이나타운>은... 끔찍하달까 잔인하달까... 그런 장면에 비위가 약하시다면 보는 내내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 자체는 괜찮았어요.
<담론>을 읽어서 그런가, 영화 자체가 그런가 내내 생각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보시길 추천합니다!

당근 2015-05-0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나타운 보고 싶다더니 부지런 코스프레(?) 조조로 보셨군요~ㅎㅎ 좋은 리뷰 잘 봤어요

2015-05-04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xmax14 2015-05-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글 잘 읽고 갑니당~^^

cobomi 2015-05-04 01: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AgalmA 2015-05-04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론 읽고는 싶은데, 정해둔 책읽기 일정이 빡빡해서 아쉬운대로 담론 팟캐스트를 듣고 있어요. 말씀하신 기계-노동 대체 부분도 들었고요.
익히 들어왔지만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품성이 놀라웠습니다. 신영복 선생님 정말 어른이시더군요. 감옥에서의 그 혹독함을 유머를 섞어 사람들에게 찬찬히 들려주시는데, <쇼생크탈출>이나 <이반 데소니비치의 하루>를 보고 난 뒤의감동과 숙연함처럼...

cobomi 2015-05-04 09:47   좋아요 0 | URL
강의 팟캐스트가 있었군요! 책은 생각하고 메모하며 읽는게 좋은데, 강의는 뉘앙스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테니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팟캐스트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Marcus Aurelius 2015-05-0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 교수님의 담론 읽어보고 싶었는데, cobomi 님의 글 읽고나서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bomi 2015-05-05 16:49   좋아요 0 | URL
꼭 사서 읽으시겠다니, 신영복 선생님께서 좋아하실 겁니다ㅎㅎ
아이디 보고 좀 놀랐어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맞죠?
철학책에서 자주 언급되던데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2015-05-05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5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5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cus Aurelius 2015-05-0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ㅎㅎ
남은 연휴도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시길.

시우파 2015-06-1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타고 왔습니다. 단정하게 댓글을 남기게 되는 여운이 좋습니다.

cobomi 2015-07-02 09: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책을베고자는남자 2015-07-0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서체로 읽자. 좋은 말이네요. 우연히 들렀는데 마침 담론을 어제 다 읽었습니다. 저는 건방지게 소파에 누워 읽었습니다. 왠지 선생님에게 죄송했단 말씀을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님의 말씀에 십분 공감하고 갑니다. 차이나타운도 봤는데 인간을 쓸모있음과 없음으로 나눈 대화 역시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선생은 그 쓸모없음을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말씀하시구요.

cobomi 2015-07-02 09:4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공감하신다니 기쁩니다. 물론 제 생각이라기보다는 신영복 선생님 말씀이겠죠 ㅎㅎㅎ 쓸모없음을 극복한다... 쓸모 있음과 없음에 대해 또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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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난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이틀 동안 고작 여섯 시간을 자고서 온갖 잡다한 일들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찍 자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택배가 하루만 늦게 왔어도 지금쯤 꿀잠을 자고 있을 텐데. 그만큼 서민의 글은 치명적이다. 과로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장 읽게 만드니까. 읽기 시작하는 순간 수면욕구가 싹 가시는 신비를 체험했다.

 

그야말로 단숨에 읽었다. 이제는 자볼까 싶은 마음도 잠시. 서평집을 읽고 그냥 자려니 왠지 모를 찜찜함이 밀려왔다. 뭐지? 몽롱한 상태에서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집에 대한 서평을 쓰려니 이만저만 어색한 게 아니다. 독후감, 말 그대로 읽은 후 느낀 것을 적어 본다.

 

하나, 새로울 게 없지만 새롭다. 나는 지금껏 서재에 올라온 서민의 리뷰는 죄다 읽었다. 월간 인물과사상도 구독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글은 없는 셈이다. 심지어 원래 글의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까지 알아차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한 부분에서 빵 터지거나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땐 소름이 돋았다.)

읽은 글을 또 읽어도 새롭다니?! 그의 서평 덕택에 읽은 책이 몇 권 생겨서다. 동일한 서평인데도 책을 읽기 전에 본 것과 읽은 후에 본 것이 이토록 다른 것이 놀랍다. 직접 경험해 보시길.

 

, 저자의 서평 쓰기에 눈길이 간다는 점. 처음 읽을 땐 서민이 말하는 책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이 책 재밌겠네, 읽어야 겠다' 이런 식이다. 두 번째 읽으니 그의 글쓰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곳곳에서 재치 있는 표현을 발견하고는,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걸 저렇게 연결하다니!’라며 혼자 감탄했다.

책의 서문(‘책을 내면서’)에 저자는 자신의 서평집이 가진 장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서평집을 내는 분들은 대개 리뷰를 아주 잘 쓰지만,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탓에 글들이 무지하게 쉽다. 독자로 하여금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 서평집의 가장 큰 순기능이리라.”(9)

책을 다 읽고 그냥 자려 했을 때 느꼈던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바로 이거였나 보다.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누르려 해서 생긴 찜찜함? 아무튼 이 책은 서평 쓰기의 좋은 예문모음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 지름신이 강림할 우려가 있다. 아무래도 서평인지라, 해당 책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곤 한다. 이 순간에 정신줄을 놓으면 장바구니에 책을 마구 담게 되는데, 흥분한 나머지 무리해서 결제한다면 재정난과 가족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등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그래도 주문한 책들을 읽으면서 충분히 즐거울 테지만, 혹시 모르니 이 책을 읽기 전엔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도록 하자.

 

그런데 제목이 왜 <집 나간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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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해
이인건 / 부산외국어대학교출판부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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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블로그에 추천도서로 올라온 책이다.
철학이 다루었던(다루고 있는) 문제들을 주제에 따라 분류해서 정리해놓았다.
그런데 ˝왜˝ 그 블로거는 이 책을 추천했는지 의아하다.
내 기억으로는 그 분이 이 책을 두고,˝서양철학의 흐름과 개념을 꼼꼼히 짚어주는 책˝이라 했던 것 같은데.
흐름도 개념도 꼼꼼하지 못한 느낌이다.

뭐랄까.
딱 교과서 형식?
처음부터 끝까지 간략한 설명 위주의 서술이 중심이다.
그렇다고 매우 쉽게 설명한 것도 아니다.
다른 철학사(특히 번역서)와 비교하며 번갈아 읽었다..
저자가 철학사 책 여러 권을 읽고 공부해서 요약해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개론서라 그런가?)
어떤 문장은 다른 책과 거의 비슷해서 누가 누구의 글을 보고 공부한 건지 몰라도, 저자에 대한 신뢰가 좀 떨어졌다.
참고문헌 목록도 없고 인용 표시도 전혀 없다.

문장도 너무 길어서 무슨 말인지 직접 끊어 읽고 나서야 이해한 부분이 수두룩하다.
맞춤법 틀린 부분, 오탈자 같은 것도 제대로 교정했다면 좀 나았을 텐데...
˝철학의 이해˝라는 제목에 걸맞은 개론서는 아니다.
다른 책과 교차해서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재미 있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스토리를 술술 읽는 듯한데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
그런 철학사 책은 없는 걸까?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자연스럽고 유창한 한국어 문장으로 적힌 책이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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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2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내용이 좋더라도 오탈자가 많은 건 절대로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없어요. 제목만 보면 대학교 교양과목 교재 같은 느낌이 들어요. ^^

cobomi 2015-04-27 20:26   좋아요 0 | URL
그런가 봐요. 공감합니다.
추천도서라 해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더니 이렇네요ㅎㅎ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
조르주 뒤비 지음, 채인택 옮김, 백인호 외 감수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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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전처럼 곁에 두면 유용한 책이다.
다른 책을 읽다가 지도가 필요할 때 바로 펼쳐 본다.
지역별, 시대별 목록이 있어 편리하다.
역사 지도가 거의 없어서 답답했는데, 중고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득템한 기분을 만끽했다.
인터넷이 있어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순 없다.
그래도 책은 책으로 찾는 손맛이 있는 법.
온라인 게임으로 하는 낚시가 실제 낚시만 못한 것과 같은 이치다.

책이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게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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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2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매장에서는 최상급 상태로 5만 2천원대의 가격으로 팔고 있더군요. 소장하고 싶은데 가격과 크기 때문에 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

cobomi 2015-04-25 19:30   좋아요 0 | URL
제가 그 가격에 산 것 같아요.
중고인데도 가격이 상당히 오바라고 생각했지만, 찾던 책이라 냉큼 질렀죠...
역사 지도책이 없더라구요.
그저 지도 보는 용도로만 적합한 책인듯 해요.
크기랑 무게, 가격만 빼고요ㅎㅎㅎ

우공 2015-04-27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책을 보다보면 지도가 첨부되었으면 좋겠단 생각 많이 했었는데...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cobomi 2015-04-27 18:52   좋아요 0 | URL
역사책... 다른 사람들 평까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대체적으로 평이 안좋더라구요.
저는 주로 서양철학사나 역사소설 읽을 때 지도 참고 하거든요ㅎㅎ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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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책을 구매하는 데 광고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친구에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이유인즉, "광고 많이 하길래, 읽어 보고 싶더라"는 것. 나도 책 광고에는 귀가 얇은 편이기에 친구 마음이 이해된다.

 

사실 나는 유시민의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건 친구의 말과 광고 때문이다. '30년 베스트셀러 영업 기밀!'이란 문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이 책은 '유시민처럼 글쓰기를 하는('글을 잘 쓰는') 방법'을 담고 있다. 여기서 글쓰기는 문학 장르를 제외한 '논리적 글쓰기'를 말한다. 책 내용은 크게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자세),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철칙 및 유의점, 추천도서, 출간 예정작 소개로 이루어져 있다.

 

'글을 잘 쓰는 법'을 알려주려는 목적을 띈 책인 만큼, 독자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한다면 이 책은 100%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그 목적에 충실한가? 책이 표방하는 목적과 '30년 베스트셀러 영업 기밀!'이라는 광고 문구는 책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 좋다. 마치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을 잘 쓰는 엄청난 비결을 알게 될 것만 같다. 이러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내가 직접 읽고 평가한 책의 장단점을 적어볼까 한다.

 

먼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 읽기 좋다는 의미다. 어려운 단어도 별로 없고, 내용도 복잡하지 않다. 예시도 있고, 에피소드도 있어 재밌다. 이 점이 사람들이 유시민의 책(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추천도서를 나열한 부분이다.(153~164쪽) 도서목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도서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여느 추천도서목록과는 달리, 도서 내용을 질문 형태로 나타냈다. 나는 이 점이 신선했다.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지침이 되리라 생각한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질문의 형태로 책 내용을 되새겨 본다면 주제, 논제, 키워드, 핵심 내용 등을 파악하는 데 좋을 것이다. 더불어 질문하며 읽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장점은 번역문과 난해한 글에 대해 예문과 수정문을 동시에 수록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분량은 적지만 의미 있는 부분이다. 번역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는 책이나 글도 많고, 인터넷 서점에서 번역서 밑에 달린 댓글만 보더라도 유용한 정보(호불호를 표현한 것일 지라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난해한 글'에 대한 평가는 번역서에 대한 것보다 찾기 힘든 것 같다. 심하게 난해하고 모호한 책은 먼저 읽어 본 사람이 그 점에 대해 언급해 주면 유용하지 않을까.

 

이제 단 점을 몇 가지 짚어 보자. 첫 번째 단점은 에피소드가 과도하게 실렸다는 것이다. 예문도 정치적인 것이 많다. 정치적인 것을 다뤘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예시문을 글 자체로 살펴보는 것을 넘어 정치적 맥락과 그에 대한 저자의 견해 혹은 변명이 등장해서 논점을 흐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게 문제다. 본인의 경험담도  자주 나오는데 글쓰기와 관련한 경험담이니까 상관은 없다. 하지만 '본인만의 경험담'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좀더 다양한 사례를 수록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에피소드와 관련해서 덧붙일 것은,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등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아 지루했다는 것이다. 재탕 삼탕의 느낌.

 

또 하나의 단점은 치명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너무 평범하다는 것.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만큼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과는 달랐으면 했다. 글쓰기 책을 몇 권만 읽어 봐도 알겠지만, 글쓰기에 왕도나 비법 같은 건 없다는 것이 모든 책이 핵심적으로 말하고 있는 바다. 그래서 글쓰기 책은 대동소이한 방법들을 담고 있다. 책마다 다른 점은 저자에 따라 에피소드, 경험담, 예문 등이 차이난다는 것이다. 나는 앞서 에피소드와 경험담이 많은 게 이 책의 단점이라 했는데, 어쩌면 사람들은 저자의 에피소드와 경험담을 읽으려고 글쓰기 책을 구입하는 건지도 모르겠다.(지난 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도 에피소드가 더 눈에 띄는 책이다.)

 

결국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은 저자의 경험담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한 글쓰기의 철칙이나 방법은 다른 글쓰기 책에도 나오니까. '기밀'이랄 수 있는 건 저자만의 경험담인 셈이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260쪽)라는 문장에서 묘하게 허탈한 느낌을 가졌던 사람은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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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4-2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면의 심리가 느껴 지더군요...쓰기 전에 읽기라는 충고가 포인트겟고...맺힌 게 많았겟죠.정치판에서...ㅎㅎㅎ 잘봤어요.

cobomi 2015-04-23 01: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전 유시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책은 별로더라구요... 글이 쉽고 막힘없긴한데.. 노정태 책 <논객 시대> 에서 유시민 부분 읽고 공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시민은 정치 얘기할 때가 가장 논리적이고 힘있는 듯해요ㅎㅎㅎ

cyrus 2015-04-23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시민이 말을 잘 한다고 생각했지 글은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그가 쓴 책을 감명깊게 읽었고, 글쓴이로서의 유시민의 행보를 좋아하지만요. 논객으로서의 이미지에 강한 탓에 글 잘 쓴다는 이미지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cobomi 2015-04-23 17:10   좋아요 0 | URL
그럴 수도 있겠네요.저도 유시민이 정치 얘기하는 데만 익숙해서, 내가 그 사람 글을 제대로 못 보는 건가 싶어요.

해피북 2015-04-23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을려고 준비해뒀는데 많은 도움 되었어요 유시민 저자의 책이 집에 몇권되는데 아직 한권도 읽지 않았던 탓에 쉬이 손이가지 않았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