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가난 - 그러나 일인분은 아닌,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온(on) 시리즈 5
안온 지음 / 마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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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생 여성, 안온 작가가 쓴 책이다. 시종일관 담담하게 그러나 거침없이 가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난은 작가가 머물러온 곳이자 현재도 머물러 있는 자리이며, 삶의 굴곡과 함께 내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처럼 저자의 삶에 큰 흔적을 남기고 있는 무엇이다.


우리는 가난을 이야기할 때 극복해야 할 무엇이거나 버텨내야 할 무엇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난은 슬픈가? 극복 가능한가? 또한 가난은 '부모를 잘못 만나서' 얻게 된 무엇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한편으로는 맞고 다른 한편으로는 틀린 이야기이다. 저자는 "가난을 말할 때 가족을 맨 뒤에 배치한다. 가족이 그 모양이니까 그렇게 됐지 따위의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한 가족과 가난을 세트 취급하는 클리셰가 지겹다. 내 가난은 가족이 아니라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 젠더폭력 및 가정폭력과 세트였다."(116쪽)고 말한다. 가난은 손에 만질 수 없지만 온몸으로 느끼는 무엇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무엇이기도 하며, 불행하지만 불행만이 전부가 아닌 무엇이기도 하다. 


절약 정신으로 똘똘 뭉쳐 각고의 노력 끝에 자산가가 된 이야기가 여기저기 넘치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즐비한 가운데서 가난이 무엇인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시선과 자리가 주어지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다른 이의 가난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인칭으로 가난을 말하는 책이지만 그의 가난은 결코 일인분이 아니며, 마치 나의 가난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속이 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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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 - 임승수의 방구석 경제수업
임승수 지음 / 우리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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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스템이 마치 공기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은 끊이지 않고, 최저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빈부격차는 여느 때보다 커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임승수의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는 정답보다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인데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나소유’와 사회주의에 찬성하는 ‘나평등’이라는 캐릭터가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고 반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무척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각자의 캐릭터가 내세우는 논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인간이란 어떤 본성을 지닌 존재인지,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 중 무엇을 더 우선시 해야 하는지, 개인과 공동체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등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청소년들이(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중요한 문제들을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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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 - 집 나간 독서력을 찾아줄 24편의 독서담 우리학교 책 읽는 시간
김경민.김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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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중학생 아들이 같은 책을 읽고 나눈 독후담이다. 각 책마다 처음에는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나오고, 책을 읽은 후의 대화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중학생 아들과의 대화라 그런지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 그렇다고 책 내용까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나도 읽은 책이 몇 권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읽고난 후의 소감을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래서 함께 읽는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구나 싶었다. 내 아이와도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다. 또, 대화가 재미있어인지 웬만한 서평 못지 않게 다루고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왔다. 저자와 같은 사람이 내 가까이 있어서 함께 “이 책 읽고 얘기 나눌래?”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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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양육자 -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의 기준을 바꾸다
이승훈 지음 / 트랙원(track1)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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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 대해 가끔 고민하고는 한다. 대체로 아이는 잘 크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다가올 사춘기를 미리 상상하며 마음의 채비를 하기도 한다.
저자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활동하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여러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이를 양육하는 데는 교육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알파의 자리에는 관심, 사랑, 너그러움, 환대, 기다림 등의 단어를 집어넣을 수 있겠다.
저자는 요즘의 양육이 양육이라기보다 소비 행태에 더 가깝다고 진단한다. 각종 경험을 해야 할 아이들에게 일회성 ‘체험’을 소비하게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전문가들에게 문제를 맡겨버리는 식이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지만) 이렇듯 손쉽게 소비자로 전락해버린 요즘의 양육에 대해 저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따뜻한 양육자로서 아이를 길러낼 수 없을까?
책에는 아이에 대한 믿음과 환대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아이가 무조건적으로 믿고 실패(?)나 실수에도 혼나지 않을 믿을 만한 장소와 어른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키즈존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환대를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다. 아이들은 무조건 어리고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자신을 돌보고 키워낼 힘이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저출생 고령화를 염려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환대 속에서 잘 크도록 하는 게 우선해야 할 일 아닌가. 아이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또 아이들을 키워내기에 충분히 좋은 사회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대가 필요하고, 아이들을 무한경쟁 속으로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탐구심을 키워줄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열심히 살면서도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않으면, 마치 공부하지 않아서 벌받은 것처럼 여전히 아이에게 가르치고 있다.(104쪽)”는 저자의 지적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이들의 배움과 삶을 분리시키는 교육을 이제는 지양하자. 앎이 삶을 변화시키고, 삶 속에서 발견한 호기심이 새로운 배움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의 생각과 힘과 지식을 통하여 작고 구체적인 경험을 지속해서 만들어나간다면 아이는 교실과 학교를 넘어서 탐구자가 되는 더 큰 배움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199쪽)라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문제는 그와 같은 문화와 그 문화를 가꾸어나갈 공간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냐는 것이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공간과 문화가 있어야 한다. 양육자와 지도자의 역할은 안전한 판을 벌리고, 아이를 초대하고, 연결해서, 자발적인 실천을 돕는 데 있다. 지도자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시도를 한 것을 축하하고, 마지막에는 아이가 스스로 만든 작은 변화와 결과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224쪽)고 말한다. 저자가 일하고 있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처럼 그러한 공간이 마을 곳곳에 설치된다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학교를 매개로 양육자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도 추천하고 있는데, 내 경험상 학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 비교의 한복판으로 내모는 장소인 것만 같아서 왠지 좀 꺼려진다.
어쨌든 핵심은, “당장에 출생율을 높이려고 젊은 미혼자에게 금전적 지원으로 짐을 덜어주려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출생한 아이들을 사회가 따뜻한 환대로 맞이하며 함께 키우는 사회적 양육구조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297쪽)는 것이다. 내가 나서서 마을의 양육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힘에 부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집에서 만이라도 소비가 아니라 양육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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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를 위한 읽기책 - 개념부터 흐름 파악까지 인문 고전 읽기
정승연 지음 / 봄날의박씨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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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잘 드러나 있듯이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이다. 그러나 혼자서 읽느라 고군분투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저자는 생산적인 책 읽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단순히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읽은 것을 글로 생산할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나’를 더 나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읽기를 요청한다. 그 방법은 되도록 많이, 생각하면서 읽으라는 것이다.
문장, 문장과 문장의 관계, 문단과 문단, 개념 등을 분석하며 읽는 방법들이 예시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연관 텍스트들의 세트를 꾸려서 분석하며 읽는 방법도 있고, 특정한 개념어가 포함된 문장들을 정리하는 방법도 나와 있다. 책읽기에 도움되는 참고도서(사전?)도 실려있다. 뿌옇게 흐렸던 머리가 조금은 맑아진 느낌.
<세미나책>에 이어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이 나왔으니 이제는 <세미나를 위한 쓰기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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